“연차는 3일 전에 신청해야” 휴가 반려했더니…‘근기법 위반’ 기소된 대표이사
페이지 정보

본문
'연차유급휴가는 휴가일 3일 전에 신청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고 신청한 휴가를 반려한 것이 근로기준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근로자가 휴가 청구 기한을 지키지 않아 회사는 대체근로자 확보에 어려움이 발생했다"며 사용자가 연차유급휴가 시기변경권을 정당하게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22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는 지난 17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시내버스 회사 대표이사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휴가 청구 기한 안 지켰다" 휴가 안 준 회사
A 씨가 운영하는 부산 소재 시내버스 회사엔 "휴가일 '3일 전'에 연차유급휴가를 신청한다"는 내용의 단체협약이 존재했다. 버스기사 B 씨는 2019년 7월 5일경 '7월 8일 연차휴가를 사용하겠다'고 신청했지만, 회사는 연차 사용 3일 전에 신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연차유급휴가를 부여하지 않았다. 이 일로 대표이사 A 씨는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원칙적으로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연차유급휴가를 부여해야 하지만,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엔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정해 사용자의 연차유급휴가 시기변경권을 일부 인정하고 있다.
사건의 쟁점은 'B 씨가 신청한 날에 휴가를 주는 것이 회사의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로 떠올랐다.
1심은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단체협약에서 연차휴가에 관한 시기지정권 행사의 기한을 정해 뒀다고 해서 반드시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A 씨로서는 단체협약의 효력을 신뢰해 B 씨의 휴가 신청이 단체협약에 반한다고 판단해 연차휴가를 부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A 씨의 행위가 시기지정권을 침해한 것이라거나 A 씨가 연차유급휴가를 부여하지 않음에 있어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 또는 위법성의 인식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곤란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심도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시내버스운송사업의 특성과 공익성에 주목했다. 사업 특성상 버스기사가 휴가를 갈 경우 회사는 대체근로자를 구하거나 배차표를 수정해야 했다.
2심은 "배차표 수정은 다른 버스기사들의 근무시간에도 영향을 주고 시민들의 일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휴가일 3일 전에 연차유급휴가를 신청한다는 단체협약의 내용이 근로자의 연차휴가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무죄 "대체인력 확보 불가능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근로자가 담당하는 업무의 내용과 성격 ▲근로자가 지정한 휴가 시기의 예상 근무인원과 업무량 ▲근로자의 휴가 청구 시점 ▲대체근로자 확보의 필요성 및 그 확보에 필요한 시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특히 "노선 여객자동차운송사업과 같이 운영의 정시성이 중요한 사업에선 대체근로자를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며 "근로자가 지정한 휴가 시기까지 대체근로자를 확보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어려운 상황인지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사엔 결근자의 버스를 대신 운전하는 예비승무원이 있었지만, B 씨가 신청한 휴가일엔 예비승무원을 포함한 모든 버스기사들이 버스를 운행해 대체근로가 가능한 사람이 없었다. 근로기준법상 승무운전직의 연장근로시간은 1주 12시간으로 제한돼 있어 연장근로를 통한 대체근로자도 확보하기 어려웠다.
대법원은 "노선 여객자동차운송사업과 같이 운영의 정시성이 중요한 사업과 관련해 단체협약에서 근로자의 휴가 청구에 관한 기한을 정하고 있는데도 근로자가 불가피한 사유 없이 그 기한을 준수하지 않고 휴가를 청구하는 것은 객관적인 관점에서 사용자가 지정된 휴가 시기까지 대체근로자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발생시켜 그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주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사용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에 따라 적법하게 시기변경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 규정에 따른 휴가 청구에 관한 기한은 대체근로자 확보에 통상적으로 필요한 기간이라고 노사가 상호 합의한 기간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며 "이 사건 규정이 정한 3일이라는 기간은 실질적으로 근로자의 휴가에 관한 시기지정권을 박탈한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의 장기간이 아니라 사용자가 시기변경권을 적절하게 행사하기 위해 필요한 합리적인 기간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차 시기변경권 행사 시 주의점은?
회사가 업무상 필요에 따라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연차유급휴가 청구 기한을 규정했다면 그 규정 자체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다만 이러한 규정이 근로자의 연차유급휴가 사용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엄지혜 우리노무법인 공인노무사는 "연차유급휴가 사용을 전면적으로 제한하거나 불가능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휴가 청구 기한 규정이 운영될 경우 무효로 판단될 수 있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의 경우 시내버스운송사업의 특수성이 반영된 판결이기 때문에 이번 판결을 기업에 보편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규정에 어느 정도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엄 노무사는 "예를 들어 가족 장례나 병가 등 긴급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엔 예외적으로 청구 기한과 상관없이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침상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용자는 연차유급휴가 시기변경권을 행사할 때 혹시 모를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 입증 자료를 남겨둬야 한다.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에 대한 입증 책임이 사용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엄 노무사는 "단순히 근로자의 휴가로 인해 인력 공백이 생긴다, 업무가 늘어난다 정도의 주장으론 부족하다"며 "근로자의 휴가 예정일에 해당 근로자의 고유 업무가 대체 불가능하다거나 업무 지연 시 기업에 발생하는 손해가 명백하다는 것이 확인되는 자료, 휴가 중첩 현황, 대체인력 상황 등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된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출처 : 이동희 기자, “연차는 3일 전에 신청해야” 휴가 반려했더니…‘근기법 위반’ 기소된 대표이사, 월간노동법률, 2025년 7월 22일
- 이전글텔레마케터 퇴사에 ‘고객 환불금 반환’ 정당하다는 대법원 25.07.24
- 다음글“인센티브도 통상임금”…법원, 16년간 지급한 ‘노동 관행’ 인정 25.07.22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