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동이슈

텔레마케터 퇴사에 ‘고객 환불금 반환’ 정당하다는 대법원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11회 작성일 25-07-24 08:52

본문

퇴사한 텔레마케터가 지급받은 보수 중 회원 환불금을 반환하도록 정한 약정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업주에게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정한 근로기준법(20조)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위약 예정 금지’ 조항 적용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위촉계약 형태로 일하는 텔레마케터·휴대전화 판매대리점·콜센터 상담원 같은 ‘비정형 노동자’는 여전히 법 적용의 사각지대에 놓여 입법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촉계약 체결 “불리한 시기 계약해지, 손해배상”

22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서울 여의도 업체 B사가 퇴사한 직원 A씨를 상대로 낸 약정금 청구 소송에서 최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A씨는 회사에 약 177만원 상당의 금액을 반환하게 됐다.

사건은 직원 2명이 2021년 자진 퇴사하면서 발단이 됐다. A씨와 B씨는 2021년 3월 회사와 전화·문자메시지로 유료회원을 유치하는 ‘텔레마케팅 아웃바운드 업무위촉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A씨와 B씨는 각각 9월과 5월께 임의로 위촉계약을 해지하고 퇴사했다. 회사는 이들이 일방적으로 퇴사했다며 급여 반환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

A씨 등은 회사가 유료회원에게 받는 금원에서 환불금을 뺀 금액인 실매출액의 10%를 급여로 받아 왔다. 유료회원 계약기간에 따라 급여는 분할해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회사는 한꺼번에 선지급하기도 했다. 회사는 A·B씨에게 각각 4천448만원과 2천728만원을 프로모션 금액으로 지급했다.

회사가 반환의 근거로 댄 내용은 위촉계약 조항에 담겼다. 계약서는 “당사자 일방이 부득이한 사유 없이 상대방의 불리한 시기에 계약을 해지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정했다. 구체적으로 위촉계약이 해지된 후 회원의 환불이 발생하면 직원들은 환불금의 10%를 자신의 급여에서 반환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A씨와 B씨가 반환해야 할 금액은 각각 177만원과 1천489만원에 달했다.

대법원 ‘반환 약정 효력’ 기준 제시했지만…

회사는 2021년 10월 A씨와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A씨 등은 “해지고객 환불금의 10% 반환 약정은 근로자에게 마땅히 지급돼야 할 임금을 회사에 반환하기로 했고, 회사 손해와 상관없이 지급하는 내용”이라며 근로기준법에 위반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1심은 A씨 등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면서도 환불금 반환 약정은 효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반환 약정은 매출이 발생하지 않게 된 환불금의 10%를 회사에 반환하기로 하는 내용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2심도 같은 판단을 하자 B씨는 소송을 포기하고, A씨만 대법원에 상고했다.

쟁점은 근로기준법 20조 위반 여부로 모였다. 대법원은 ‘위약 예정 금지’ 조항에 대한 적용기준을 제시하면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금전 반환 약정에 대해 재판부는 “반환 대상인 금전의 법적 성격과 지급 경위 및 규모·액수, 반환 사유와 적용·기간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할 때 근로자의 퇴직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그 의사에 반하는 근로의 계속을 부당하게 강요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면, 근로기준법 20조가 금지하는 약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번 사건에서도 사업구조·근로내용·유료회원 계약기간 등을 볼 때 환불금 반환 약정이 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반환 규정은 피고의 퇴직 후 환불금이 발생해 보수 산정 기준인 실매출액이 감소할 경우 선지급된 보수 중 초과 지급분 정산을 위해 환불금의 10%를 반환하기로 하는 내용일 뿐”이라며 “마땅히 근로자에게 지급돼야 할 임금을 반환하는 취지의 약정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근로기준법 사각지대’ 비정형 노동자 피해 우려

A씨가 재직하던 중에도 환불이 발생하면 환불금의 10%를 공제한 액수를 임금으로 받았던 점 역시 반환 약정의 적법성을 뒷받침했다. 환불금의 10%는 퇴사하지 않더라도 반환했어야 할 돈이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피고가 지급받은 보수 총액, 반환금의 규모와 액수 등을 감안하면 반환 규정은 실질적으로 피고의 근로계약 불이행을 사유로 한 것이 아니고, 피고의 퇴직 자유를 제한하거나 그 의사에 반하는 근로의 계속을 부당하게 강요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봤다.

이번 사건처럼 위촉계약 노동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사건은 지속되는 추세다. 실제 2021년 휴대전화 대리점 직원이 퇴사하자 고객 불만사항 등에 대해 배상하라며 1천800여만원 상당의 손해액을 요구하기도 했다. 당시 해당 직원은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해 화해권고 결정을 받았다. <본지 2021년 12월10일자 2면 “퇴사해도 민원 책임져라? KT대리점 ‘악랄한 갑질’” 참조>

법조계는 위촉계약 형태의 노동자들이 법적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고 본다. 서울 한 로펌의 노동 전문 변호사 C씨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면서 프로모션 금액 등을 보수로 지급하는 사용자가 여전히 많다”며 “환불금 반환 같은 약정 자체가 근로자들이 마음대로 퇴사할 수 없는 족쇄로 작용할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근본적인 판단이 없었다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출처 : 홍준표 기자, 텔레마케터 퇴사에 ‘고객 환불금 반환’ 정당하다는 대법원, 매일노동뉴스, 2025년 7월 23일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