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한전KPS 불파 ‘인정’…“원청이 하청 근로자 직접고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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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태안발전소에서 정비 업무를 한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불법파견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원청인 한전KPS가 하청 근로자들에게 실질적인 지휘ㆍ명령을 했고 원하청의 업무도 구분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9일 노동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1민사부(재판장 정회일)는 전날 한전KPS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A 씨 등 24명이 한전KPS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원청이 '지휘ㆍ명령'…업무 구분도 없었다
한전KPS는 하청업체와 태안발전소 전기, 기계 정비 업무에 대한 도급계약을 맺었다. 하청 근로자들은 계약에 따라 태안발전소에서 전기, 기계 정비 업무를 수행했다. 하청 근로자들은 한전KPS의 작업 장비와 사무실을 이용했다. 한전KPS는 하청 근로자들의 팀 배정, 작업 절차도 통제했다.
하청 근로자들은 한전KPS가 실질적인 업무 지휘ㆍ명령을 해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며 법원에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근로자 측의 손을 들었다. 법원은 한전KPS가 하청 근로자에게 매일 구체적인 업무를 해 온 사실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불법파견인지 여부는 계약의 명칭이 아니라 원청이 실제 하청 근로자를 지휘ㆍ명령했는지 여부로 판단해야 한다"며 "한전KPS 직원들이 매일 하청 근로자의 구체적인 작업 배치를 결정하고 업무 지시를 해와 실질적인 지휘ㆍ명령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원하청의 업무 범위가 사실상 분리되지 않은 점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하청업체의 업무 범위가 추상적이고 원청과 실질적으로 분리되지 않았다"며 "원하청 근로자의 업무가 구분되지 않았고, 실질적인 차이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작업 배정, 팀 운영, 업무 보고, 현황판 운영도 구분되지 않고 혼재되어 있어 사실상 원청이 실질적으로 통제했다"며 "하청의 업무의 독립성이 없어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했다.
작업 장비와 사무실을 한전KPS가 제공한 점도 불법파견의 증거가 됐다. 법원은 "작업 장비와 사무공간, 기본 소모품을 모두 하청업체가 아닌 한전KPS가 제공했다"며 "한전KPS가 사실상 하청 노동자 작업 환경의 실질적인 주관자였다"고 했다.
하청 근로자가 받은 임금과 복리후생비용은 한전KPS 기준에 따라 지급됐다. 법원은 "하청업체의 노무비 산정 기준이 한전KPS의 임금체계 기준을 따랐다"며 "한전KPS가 임금과 복리후생비의 실질적 부담 주체였고 초과 수당 산정에 직접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하청업체가 근로자 파견사업 허가도 받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하청업체가 파견법상 근로자 파견사업 허가도 받지 않았다"며 "하청 근로자에 대한 한전KPS의 실질적인 지휘ㆍ명령이 인정되고 하청업체가 근로자 파견사업 허가도 받지 않아 불법파견 요건을 모두 충족해 직접고용 의무가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노동계, 직고용 이행 촉구…"위험 외주화도 멈춰야"
판결 선고 직후 고(故) 김충현 대책위원회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한전KPS비정규직지회 불법파견 소송 판결에 따른 고(故) 김충현 대책위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전 태안발전소는 지난 6월 한전KPS 하청 노동자 고(故) 김충현 씨가 사망한 곳이기도 하다.
노동계는 이번 판결을 환영하면서 한전KPS가 항소를 포기하고 직접고용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자 측을 대리한 김하나 법무법인 두율 변호사는 "한전KPS 측에서는 하청 근로자에게 직접 지시를 한 것이 작업지시권 행사이고 원하청의 업무가 명백히 달라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제라도 법원 판결에 따라 하청 노동자들이 직접고용을 쟁취하고 안전한 사업장에 복귀했으면 한다"고 했다.
박정훈 고(故) 김충현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한전KPS는 국가가 운영하는 공공기관으로 이번 판결문을 집행해야 할 책임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있다"며 "정부는 한전KPS가 항소하지 못하도록 하고 즉각 직접고용 의무를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도 "이번 판결은 너무나 당연하고 상식적인 판결"이라며 "이번 판결을 기회로 정부는 불법파견을 통한 위험의 외주화에 대해 전면적인 시절 조치를 하고 동일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하청 노동자들을 모두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이재헌 기자, 법원, 한전KPS 불파 ‘인정’…“원청이 하청 근로자 직접고용해야”, 월간노동법률, 2025년 8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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