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건설업체 대상 사망만인율 통보처분, 법원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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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체 최초의 ‘사고사망만인율 통보처분 집행정지’로 관심을 모았던 가처분 결정이 본안소송에서 뒤집혔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는 전문건설업체 A사가 안전보건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사고사망만인율 통보처분’ 취소 청구를 기각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판결은 건설업체 사망만인율 통보의 행정처분 성격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하도급자끼리 얽힌 사고에 대해서도 전문건설업체들이 광범위한 안전조치 의무를 진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공공공사 입찰 좌우하는 사망만인율 ‘행정처분성’ 인정
건설업체 사망만인율은 국내 건설 현장에서 상시 근로자 1만명당 사고사망재해를 입은 노동자 수의 비율이다. 공단이 산정한 결과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건설업체에 통보하며, 공공공사 입·낙찰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지표로 쓰인다. 통보 대상은 종합건설업체에 한정됐으나 2021년부터 전문건설업체 등 14개 업종, 2023년부터는 기타건설업체 4개 업종까지 확대됐다.
이번 판결은 종합건설업체가 아닌 전문건설업체의 첫 소송이자, 제도 시행 뒤 지난해 처음으로 사망만인율 통보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사건이기에 관심을 모았다. 지반조성·포장공사업 등을 영위하는 A사는 서울 강남구 주거복합시설 신축현장의 부대토목공사를 B사에서 하도급받아 수행했다. 이 현장은 다양한 하도급 및 재하도급 관계가 얽혀 있었고, 인테리어공사를 하도급받은 D사는 F사에게 슬라이딩도어(유리문) 설치공사를 재하도급한 상태였다.
사고는 2023년 9월21일 발생했다. A사는 지상에서 원형수로관 설치 작업을 진행 중이었고, F사는 차량탑재형 고소작업대를 이용해 20층 높이까지 슬라이딩도어를 양중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적재된 도어 4장 중 2장이 추락해 A사 소속 노동자 ㄱ씨를 타격했고, ㄱ씨는 같은해 10월 18일 사망했다.
공단은 ㄱ씨의 사망을 A사의 사고로 포함해 2023년도 사고사망만인율을 76.92로 산정해 지난해 6월27일 통보했다. 그해 건설업체 평균 사망사고만인율의 28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A사는 △F사 과실로 사고 발생 △강풍에 의한 불가항력적 재해 △휴게시간인 점심시간 중 사고 발생은 사망자수 산정 제외 사유에 해당한다며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9월 서울행정법원은 해당 처분으로 A사가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여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공단은 “사망만인율 통보가 행정처분이 아니어서 소송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고사망만인율 통보는 시공능력평가 감점, 입찰참가자격 제한 등 구체적인 법적 불이익을 초래한다”며 “사업주의 법적 지위에 변동을 일으키는 행정처분”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 “낙하물 방지 미흡해 사업주의 ‘과실’”
본안소송 결과는 달랐다. 재판부는 A사가 F사의 양중작업을 알면서도, 노동자가 물체가 떨어질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할 때 필요한 낙하물 방지망 설치나 출입금지구역 설정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사업주의 ‘과실’을 인정했다. 또 사고 당시 현장 인근의 순간 풍속은 초당 1.3미터에 불과해 태풍 등 불가항력적 재해를 뜻하는 천재지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핵심 쟁점인 제3자 과실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사고사망만인율 산정 기준과 방법을 제시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은 ‘해당 목적물 완성을 위한 작업자 간의 과실’은 제외하지 않도록 명시하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법원은 추락 사고를 일으킨 F사와 A사 모두가 이 사건 건물의 완성을 목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하도급받은 자들이었으므로, F사를 ‘작업과 관련이 없는 제삼자’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전문건설업체들에게 자신의 작업 구역이 아니더라도 현장 전체의 안전 환경에 대해 적극적인 책임과 예방 조치 의무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출처 : 김미영 기자, 전문건설업체 대상 사망만인율 통보처분, 법원 “정당”, 매일노동뉴스, 2025년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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