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남양연구소 시험차량 운전업무는 불법파견”…첫 대법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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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상용시험차량의 내구주행시험 운전업무를 한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대법원에서 불법파견을 인정받았다. 대법원이 시험차량 운전기사들의 불법파견을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5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제2부(주심 엄상필)는 지난달 25일 현대차 남양연구소 협력업체 근로자 A 씨 등 16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피고 측 상고를 기각했다.
현대차 남양연구소는 자동차 연구ㆍ개발에 필요한 시험 장비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는 차량 개발 시 시험차량을 제작해 내구성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시험차량의 내구성을 확인하기 위해 정해진 주행로를 일정한 조건에 따라 운행하는 시험을 내구주행시험이라고 하는데, 소송을 제기한 A 씨 등은 버스, 트럭과 같은 상용시험차량의 내구주행시험을 담당해 온 운전기사들이다.
구체적인 업무 방식은 이렇다. 현대차는 협력업체에 내구주행시험을 시행해야 할 상용시험차량의 차번, 차종, 목표 주행거리, 시험일정 등이 기재된 '내구시험 발주서'를 협력업체에 전달한다. 내구시험 발주서를 전달받은 협력업체 팀장은 내구주행시험 대상 차량을 주행할 근로자, 일일주행거리 등을 결정했다.
A 씨 등은 차량 주행 시 발생한 특이사항을 일일주행시험일지에 기록해 협력업체 팀장에게 제출했다. 협력업체 팀장은 일일주행시험일지를 토대로 정리한 시험차 현황 문서를 날마다 작성해 현대차에 제출했다.
A 씨 등은 현대차가 불법으로 근로자들을 파견 사용하고 있다며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 주행시험 운전업무 불법파견 인정
법원은 근로자 파견관계를 인정했다. 1심은 "현대차는 내구시험 발주서에 협력업체의 어떠한 근로자가 하루에 얼마만큼을 주행해 총 목표 주행거리를 몇 회에 걸쳐 주행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적지하지는 않았으나, 협력업체가 현대차로부터 발주받은 전체 차량의 목표 주행거리를 정해진 시험일정에 맞춰 달성하기 위해서는 소속 근로자들의 작업시간 및 작업량을 조정할 수 있는 재량이 거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어떤 근로자가 업무를 수행할지는 협력업체 팀장이 결정했지만, 언제 어떤 차량을 시험할지와 어떤 차량을 먼저 시험할지는 현대차 연구원이 결정했다. 현대차는 시험일정이 지연되면 A 씨 등에게 특근을 요구하기도 했다.
1심은 "결국 A 씨 등은 현대차가 요청한 내구주행시험을 현대차가 정한 시험일정, 순서에 맞춰 현대차가 설정해 준 운영 모드에 따라 반복적으로 주행하는 작업을 했으므로, A 씨 등으로서는 현대차로부터 작업량, 작업방법, 작업순서, 작업장소, 작업시간 등을 직접 개별적으로 지시받은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1심은 A 씨 등이 현대차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판단했다. A 씨 등이 내구주행시험을 통해 문제점을 발견하면 현대차는 그에 따른 개선 조치를 했다. 개선 후엔 다시 A 씨 등이 내구주행시험 업무를 수행해 적용 기술ㆍ부품의 적합성을 검증하는 수순을 밟았다.
1심은 "내구주행시험의 결과가 다시 부품 연구ㆍ개발 등 업무에 반영됨으로써 내구주행시험 업무를 현대차의 상용시험차량에 관한 전체 연구ㆍ개발 업무와 밀접한 연관을 맺게 되는데, 여기서 내구주행시험 업무가 A 씨 등의 내구주행시험 수행 자체만으로 독자적인 의미를 갖기는 어렵고 현대차 연구원들에 의해 그 결과가 평가ㆍ분석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위 연구ㆍ개발 등 업무의 목적에 기여하게 된다는 점에서 그 종속적 성격이 두드러진다"고 판단했다.
이어진 2심, 대법원도 근로자 파견관계를 인정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파견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판결을 확정했다.
첫 대법 판결…노조, 소송 9년 만에 최종 승소
대법원이 시험차량 운전기사들의 불법파견을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험차량 운전기사의 불법파견 여부를 다툰 첫 사건이자 자동차업계를 통틀어 최초로 확정된 판결이기도 하다.
이번 소송을 주도한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차 남양비정규직지회는 대법원 판결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지회는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신차 시험주행이라는 핵심 업무를 수행해 온 시험 주행원들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이 9년의 길고 험난한 싸움 끝에 마침내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며 "이번 판결은 생산 공정 관련 불법파견이 아닌 신차 연구개발이라는 특수한 업무 환경에서 원청인 현대차의 지휘ㆍ감독 아래 종속적으로 일해 온 시험 주행원들의 노고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특히 이번 판결은 남양연구소에서 이미 승소했던 도장, 물류, 예방보전 공정에 이은 상용차 시험차 시험 주행원의 최종 승소 판결로, 법원에 판례가 없던 새로운 쟁점에 대한 최초의 판결"이라고 덧붙였다.
지회가 주도한 현대차 남양연구소 내 불법파견 소송 중 이제 남은 소송은 '승용'시험차량의 내구주행시험 운전업무에 대한 불법파견 소송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승용시험차량 운전기사에 대해서도 불법파견을 인정한 바 있다. 사건은 현재 서울고등법원에 2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1건으로 총 3건 계류돼 있다.
이인배 금속노조 현대차 남양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은 "승용시험차량의 경우 상용시험차량보다 시험로가 더 다양하다는 차이가 있을 뿐, 같은 협력업체에서 내구주행시험 운전업무를 수행하고 업무 방식도 같아 상용시험차량 소송에 쓰인 증거자료를 승용시험차량 소송에서도 대부분 동일하게 제출했다"며 "승용시험차량도 상용시험차량처럼 최종적으로 불법파견을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출처 : 이동희 기자, “현대차 남양연구소 시험차량 운전업무는 불법파견”…첫 대법 판결, 월간노동법률, 2025년 10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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