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조합원에 “노조 숭배자” 비난한 포스코 사내하청…법원 “부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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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사내하청업체가 노조 혐오 게시물을 올리고 조합원들을 승진에서 배제한 것이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다만 법원은 지배ㆍ개입의 부당노동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1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3부(재판장 최수진)는 지난 8월 29일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포스플레이트분회 조합원 A 씨 등 21명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노조 혐오글 올리고 승진 배제…법원, "부당노동행위"
2022년 포스코 사내하청업체인 포스플레이트에 금속노조 포스플레이트분회가 설립됐다. 분회는 2023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에 돌입했다. 회사는 파업을 전후해 조합원 3명에 대해 각각 정직, 감봉, 보직해임의 징계를 내렸다.
회사는 사내 게시판과 SNS에 "노조 숭배자들은 입신양명에만 몰두한다", "노조 놀이에 심취해 있다", "MZ세대들은 민주노총에서 탈퇴할 것"이라는 등의 노조 비판글을 다수 올렸다.
이후 회사는 승진 대상자 선정을 위해 매년 실시하던 근무 평가 항목에서 정성평가인 역량 평가 항목을 추가했다. 분회는 이에 대해 항의 공문을 발송했지만 회사는 철회하지 않았다.
바뀐 근무 평가를 통해 결정된 승진 대상자 목록에서 조합원들이 다수 제외됐다. 조합원의 승진율은 15.4%였지만 비조합원의 승진율은 3배 이상 높은 52.6%였다. 조합원들은 새로 추가된 역량 평가에서 점수를 얻지 못해 승진에 발목이 잡혔다. 조합원들은 역량 평가에서 비조합원에 비해 평균 14.6점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후 분회 조합원은 68명까지 감소했다.
분회는 이에 반발해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다. 전남지노위는 부당노동행위가 맞다고 봤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는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면서도 신청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각하했다. 중노위는 "회사가 승진 결과를 2023년 6월 26일에 공고했으나 분회는 3개월이 지난 2023년 9월 27일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다"며 "신청기간이 지나 각하한다"고 했다.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은 행위가 있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한다.
분회는 재심 결정에 불복해 법원에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분회의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중노위와 달리 신청기간이 지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승진 결과는 임금에 연동되는 계속된 행위"라며 "승진 배제는 다음 승진 발표 전까지 불이익이 계속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분회가 승진 공고일부터 3개월이 지난 뒤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다고 하여 신청기간이 지났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법원은 회사의 승진 배제가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법원은 정성평가에서 평가 점수가 벌어진 것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정량평가가 아닌 정성평가 영역에서 조합원과 비조합원의 점수 차이가 발생했다"며 "조합원의 승진율이 15.4%인 데 반해 비조합원의 승진율이 52.6%인 점을 고려하면 회사의 조합원 불이익 의사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조합원과 비조합원의 점수 차이가 분회 설립 이후에 시작된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조합원과 비조합원의 점수 차이가 분회 설립 이후에 처음 발생했다"며 "회사의 반노조적 의사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사가 조합원에게 낮은 평가 점수를 부여해 승진에서 배제한 행위는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불이익 취급 '인정'했지만 지배ㆍ개입은 '부정'
다만 법원은 지배ㆍ개입 부당노동행위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바뀐 방식에 의해 근무 평가가 이루어질 당시 분회 조합원이 감소했지만 이는 승진 배제가 아닌 회사의 사내 게시판 내 노조 비판 글 작성, 조합원 징계가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승진 배제를 통해 회사가 분회 운영에 지배ㆍ개입하려는 의사까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회사의 항소 포기로 확정됐다.
분회 측을 대리한 권두섭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회사가 조합원들을 평가와 승진에서 차별했다는 것이 드러났는데 이것이 노조 지배ㆍ개입이 아니면 무엇이 지배ㆍ개입인지 모르겠다"며 "지배ㆍ개입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되려면 사용자의 생각까지 노조가 입증해야 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노위가 각하 판단한 신청기간 부분에 대해서는 법원이 상식적인 판단을 했지만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는 인정하고 지배ㆍ개입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이해가 어려운 판단"이라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노동사건 소송 절차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변호사는 "노동 사건의 경우 대부분의 증거가 사용자에게 있는데 입증은 노동자들이 해야 한다"며 "노동위원회의 직권 조사 기능을 강화해 사측으로부터 필요한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입증책임 전환, 문서제출의무 강화 등 노동 사건 소송절차를 바꾸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처 : 이재헌 기자, 노조 조합원에 “노조 숭배자” 비난한 포스코 사내하청…법원 “부노”, 월간노동법률, 2025년 10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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