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전년도 성과급 달라” LH 퇴직자들 소송…대법서 ‘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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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에 재직자 조건이 붙었다면 지급일 이전 퇴직자에게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성과급은 전년도 근로의 대가로 볼 수 없고 재직 조건도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21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제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 16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퇴직자 A 씨 등 98명이 공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1심, "성과급은 전년 근로 대가…퇴직자도 받아야"
LH는 근로자들에게 매년 정부의 경영 실적 평가에 따라 1월에는 내부평가급, 7월에는 경영성과평가급을 지급했다. 다만 LH는 공기업 예산 지침에 따라 성과급을 재직자에게만 지급하고 급여일 이전 퇴직자에게는 지급하지 않았다.
A 씨 등 퇴직자들은 성과급이 전년도 근로의 대가여서 급여일 이전 퇴직자들에게도 지급돼야 한다며 공사를 상대로 임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쟁점은 성과급의 법적 성격이 전년도 근로의 대가인지 여부와 재직자 조건이 유효한지였다.
1심에서는 퇴직자들이 승소했다. 1심은 성과급이 전년도 근로의 대가라고 봤다. 1심은 "성과급 지급 기준인 경영 평가 결과가 전년도 근무 실적을 기준으로 확정된다"며 "성과급은 전년도 근로의 대가이고 이것이 다음 해에 지급되는 것은 지급 시기를 늦춘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1심은 성과급이 전년도 근로의 대가이기 때문에 지급에 재직자 조건을 붙일 수 없다고 봤다. 1심은 "성과급이 다음 해에 지급되는 것은 지급 시기를 늦춘 것에 불과한데 여기에 재직자 조건을 붙이는 것은 근로기준법상 정기ㆍ전액 지급의 원칙 위반"이라며 "재직자 조건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어 "재직자 조건이 무효여서 공사는 성과급 지급일 전 퇴직자에게도 지급 의무가 있다"고 했다.
뒤집힌 2심, "지급일만 미룬 것…지급 의무 없다"
그러나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은 성과급이 전년도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2심은 "성과급의 지급 여부와 지급액이 전년도 근무 실적에 따라 정해지더라도 임금은 당해연도에 대한 것으로 지급 시기만 늦춘 것이라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만 전년도 근로의 대가"라며 "이번 사건에서는 성과급을 전년도 근로의 대가라고 볼 사정이 없다"고 했다.
2심은 성과급이 신입사원들에게도 지급된 점에 주목했다. 2심은 "성과급이 전년도 근로의 대가라면 신규 입사자들에게는 지급되지 않아야 하나 공사는 신규 입사자들에게도 성과급을 지급했다"며 "성과급이 전년도 근로의 대가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은 재직자 조건도 유효하다고 봤다. 2심은 "재직자 조건의 존재와 관행이 명확하게 존재하고 그간 근로자들이 이의를 제기하지도 않았다"며 "공사와 근로자들 간에 재직자 조건에 대한 묵시적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 유효하다"고 했다.
2심은 1심에서 재직자 조건을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것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2심은 "성과급이 전년도 근로의 대가가 아닌 상황에서 재직자 조건이 근로기준법상 정기ㆍ전액 지급의 원칙과 강제 근로, 금품 청산의 원칙을 위반임을 인정할 근거가 없다"며 "공사의 성과급은 정부의 경영 평가 결과, 내부 평가 결과에 따라 지급률이 결정되는 것으로 지급 예정일에 비로소 구체적인 청구권과 지급 의무가 발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평가에서 최저 등급을 받더라도 일정액이 지급되는 등 최소지급분을 규정하고 있지도 않아 재직자 조건은 유효하다"며 "공사는 지급일 전 퇴사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 "전년 근로 대가 아냐…재직 조건 유효" 확정
퇴직자들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성과급 지급 관련 임금 소송에서 성과급이 원칙적으로 전년도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는 판단을 이어 나가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공사 측을 대리한 최진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성과급이 원칙적으로는 전년도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판결 경향"이라며 "성과급이 전년도 근로의 대가로 판단되기 위해서는 지급 시기만 당해연도로 정한 것이라는 특별한 사정을 당사자가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선 공사가 신규 입사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한 것이 공사 승소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최 변호사는 "항소심에서 신규 입사자들에게도 성과급을 지급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성과급이 전년도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는 점을 주장했다"며 "이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 1심을 뒤집은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고 말했다.
성과급의 성격에 따라 재직자 조건의 유효성이 달라지는 것도 대법원의 일관된 판결 경향 중 하나다.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성과급이 전년도 근로의 대가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어 재직자 조건을 유효하다고 보지만 예외적으로 전년도 근로의 대가임이 인정될 경우 재직자 조건도 무효라고 판단하고 있다.
최 변호사는 "대법원은 성과급에 붙은 재직자 조건의 유효성을 성과급의 성격과 연동해 판단한다"며 "성과급은 원칙적으로 전년도 근로의 대가가 아니어서 재직자 조건이 유효하지만 성과급이 전년도 근로의 대가로 판단되면 재직자 조건도 무효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공공기관에서 이번 사건과 같은 성과급 분쟁은 정리된 모양새다.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성과급 지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20년부터 성과급 지급 지침을 개정했다. 최 변호사는 "성과급 지급과 관련한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2020년 기재부가 지침을 변경했다"며 "이후에는 이번 사건과 같이 공공기관에서 퇴직자에 대한 성과급 지급 여부를 두고 다투는 사건은 거의 없어진 상황"이라고 했다.
출처 : 이재헌 기자, “퇴직 전년도 성과급 달라” LH 퇴직자들 소송…대법서 ‘패소’, 월간노동법률, 2025년 10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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