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반발’ 사직 전공의들 퇴직금 요구…법원 “지급 의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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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 증원에 반대해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정부의 사직서 수리 금지, 업무 복귀 명령이 적법해 의료원이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8단독 지은희 판사는 지난 14일 전공의 A 씨와 B 씨가 국립중앙의료원을 상대로 낸 퇴직금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법원 "업무 복귀 명령은 강제 근로 아냐"
두 사람은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전공의로 일하다 2024년 2월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정부는 전국 전공의 수련병원에 전공의의 집단 사직서 수리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고, 의료원은 두 사람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았다. 이후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업무 개시 행정명령을 추가로 내렸다.
두 사람은 정부의 행정명령이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근로기준법상 강제 근로 금지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의료원과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두 사람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정부의 행정명령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지 판사는 "전공의들이 종합병원, 대학병원 의료 인력의 30%~50%를 차지해 업무를 집단적으로 거부하면 진료에 상당한 제한이 발생한다"며 "의정갈등으로 국가 의료 체계에 큰 혼란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행정명령 외에 문제를 해결할 다른 적절한 수단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행정명령 재량권은 반드시 사망률 상승 등의 결과가 발생했을 때만 적법한 것이 아니"라면서 "사망률 상승이라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인정돼 행정명령 재량권을 일탈,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정부의 행정명령으로 인해 전공의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가 일부 침해됐지만 이것을 강제 근로라고 보지 않았다. 지 판사는 "정부의 행정명령에 의해 전공의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가 일부 침해된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행정명령이 응급의료 체계 유지를 위한 목적이었고, 내용이 근무하지 않고 있던 전공의들에게 근무 개시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 병원과 근로계약이 있는 전공의들에게 계약 내용을 이행하라고 명령한 것에 불과해 정신적, 신체적 자유 제한이 과도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법원은 집단 사직서가 아닌 건강상 이유 등으로 인한 개인적 사직서는 수리된 점에 주목했다. 지 판사는 "모든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건강상 업무를 계속할 수 없는 등 개인적 사유에 의한 사직서는 수리됐다"며 "행정명령이 의정갈등이 마무리되면 철회될 것이 예정되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사회 통념상 수긍할 수 없을 정도의 자유 침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부득이한 고용 해지 '부정'…"퇴직금 지급 의무 없다"
법원은 의료원이 퇴직금 지급 의무와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봤다. 두 사람은 사직이 민법상 부득이한 사유에 의한 것으로 의료원의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효력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법 661조에 따라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사용자가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아도 사직 의사표시 후 한 달이 지나면 사직의 효력이 발생한다.
지 판사는 "민법 661조의 부득이한 사유에 의한 고용계약 해지가 인정되려면 고용계약 이행을 강제하는 것이 사회 통념상 불가능한 상황이어야 한다"며 "두 사람의 사직 이유는 의대 정원 증원 반대로 이것을 부득이한 사유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법상 부득이한 사유에 의한 고용계약 해지가 인정되지 않아 사직서 제출만으로 근로계약 해지가 된 것이 아니"라며 "의료원에게 퇴직금 지급 의무가 없고 손해배상책임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정부의 전공의 사직서 수리 금지, 업무 복귀 명령이 적법하다는 판결을 이어가고 있다. 법원은 지난 6월 연세의료원 사직 전공의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정부의 행정명령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향후 다른 전문직 단체와 정부의 갈등이 발생할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정동일 법률사무소 해방 대표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다른 전문직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며 "정부가 특정 전문직들에게 새로운 행동을 강요하는 것인지 여부와 직역의 특수성이 고려돼 판단될 것"이라고 했다.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가 인정되려면 침해 최소성과 법익 균형성 위반이 있어야 한다. 정 변호사는 "법원이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를 인정하는 사례의 대부분은 침해 최소성의 원칙과 법익 균형성을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헌법재판소는 성범죄자에게 10년 간 아동ㆍ청소년 기관 취업을 금지한 법 규정이 침해 최소성과 법익 균형성을 위반해 위헌이라고 판단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민법상 부득이한 이유에 따른 고용계약 해지가 인정되려면 근로자와 사용자 간 신뢰관계가 회복 불가능해야 한다. 이번 사건처럼 정부 정책 반대 등 외부 요인만으로는 인정되기 어렵다. 정 변호사는 "이번 사건처럼 정부 정책에 대한 반대만으로는 민법상 부득이한 사유에 따른 고용계약약 해지가 인정되기 어렵다"며 "법원이 이번 판결로 부득이한 사유에 의한 고용계약약 해지가 근로자와 사용자 간 사유로 발생한 것이어야 함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했다.
출처 : 이재헌 기자, ‘의대 증원 반발’ 사직 전공의들 퇴직금 요구…법원 “지급 의무 없다”, 월간노동법률, 2025년 10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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