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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신설 택시회사 첫 소정근로시간 합의에 ‘무효 취지’ 파기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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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27회 작성일 24-12-1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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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 택시회사가 최저임금법 특례조항 시행 이후 처음으로 체결한 소정근로시간 합의가 '새로운 합의'인지,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합의'인지 여부를 다툰 사건에서 대법원이 "소정근로시간 합의를 무효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신설 택시회사라고 하더라도 회사 입장에선 특례조항의 효과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며 최저임금법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최근 대법원이 택시 소정근로시간 합의 분쟁 해결에 필요한 판단기준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관련 분쟁이 점차 정리되는 모양새다.

11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제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퇴직한 택시기사 A 씨 등 6명이 정선콜택시 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파기환송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신설회사의 첫 소정근로시간 합의, '최임법 잠탈 목적'인가

강원 정선군에 위치한 정선콜택시는 택시운송사업을 하던 H 회사의 영업을 양수하는 방식으로 2012년 4월 설립됐다. 소송을 제기한 이들은 H 회사에서 일하다 정선콜택시에 입사하거나(2명) 정선콜택시 설립 후 입사한 사람들로, 현재는 퇴직한 택시기사들이다.

이들은 '3일 일하고 1일 쉬는' 방식으로 일하고 '정액사납금제' 방식으로 임금을 받았다. 정액사납금제는 택시회사에 매일 정해진 금액의 사납금을 내고 나머지 초과운송수입금을 가져가는 것을 말한다.

2007년 최저임금법에 택시근로자의 최저임금을 산정할 때 '생산고에 따른 임금'은 제외하도록 하는 특례조항이 신설됐다. 이는 택시회사가 초과운송수입금을 제외하고 최저임금 이상의 기본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으로, 사납금제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택시업계에서는 특례조항 시행을 전후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이루어졌다. 산술적으로 택시기사의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면 시간당 임금이 늘어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특례조항은 2012년 7월 1일부터 정선군에도 시행됐다. 정선콜택시와 노조는 2012년 7월 7일 ▲3일 근무 1일 휴무 ▲소정근로시간 1일 3시간, 월 60시간 ▲근무일수 월 20일 만근 등이 담긴 임금협정을 체결했다.

A 씨 등은 이 임금협정이 최저임금법을 잠탈하려는 꼼수라며 무효라고 주장했다. 실제 근로시간이 1일 3시간으로 줄어들지 않았는데 회사가 최저임금 미지급을 피하기 위해 소정근로시간만 단축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특히, A 씨 등은 정선콜택시가 이전 H 회사의 소정근로시간 합의와 택시기사들과의 근로관계를 승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A 씨 등은 자신들의 근로시간을 기존 근로시간인 1일 8시간으로 계산해 임금과 퇴직금, 연차수당을 지급하라고 청구했다.

반면, 정선콜택시는 자신이 이전 택시운송사업을 한 H 회사와는 별개인 '신설회사'이기 때문에 2012년 임금협정은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2심 "단축 아닌 '새로운 합의'…탈법행위 아냐"

이번 사건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정선콜택시가 신설회사라는 점, 문제가 된 임금협정이 회사 신설 후 처음으로 체결한 소정근로시간 합의라는 점이다. 즉, 신설회사가 최저임금법 특례조항 시행 이후 처음 맺은 소정근로시간 합의를 탈법행위로서 무효로 봐야 하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1심은 근로자 측 손을 들었다. 1심은 정선콜택시의 소정근로시간 합의가 최저임금법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1심은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 전후로 임금의 지급형태, 근무형태 및 운행 시간 등에 별다른 변경이 있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며 "회사는 A 씨 등에게 최저임금에서 미달한 금액, 지급되지 않은 금액이 포함된 평균임금을 기초로 산정한 퇴직급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회사는 소정근로 합의를 무효로 보는 건 신의칙 위반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를 무효라고 봤을 때 회사의 경영악화 등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최저임금법 특례조항의 입법 취지를 회피한 탈법행위로 인해 초래된 불가피한 결과"라며 신의칙 위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2심에선 정반대의 판결이 나왔다. 최저임금법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2심은 H 회사와 택시기사들 사이의 근로관계가 정선콜택시에 승계되지 않았다고 봤다. 즉, 정선콜택시가 체결한 임금협정은 '새로운 합의'일 뿐,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게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H 회사와 그 소속 택시기사들의 근로관계가 정선콜택시에 포괄적으로 승계됐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정선콜택시와 노조 사이의 2012년 임금협정상 합의된 소정근로시간은 새로운 합의에 해당하므로 H 회사와 그 소속 근로자들 사이에 합의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택시기사들의 택시 운행시간 중엔 사용자인 정선콜택시가 근로 여부나 행태를 실질적으로 지휘ㆍ감독하거나 실제 근로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택시운송사업의 특성에 비춰 보면 노사합의를 통해 소정근로시간을 정해 놓을 필요성이 있고, 노사 합의로 정한 소정근로시간은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무효 여지 있다" 원심 뒤집은 대법

그러나 대법원에선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정선콜택시의 임금협정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게 아니라는 원심 판단에 수긍하면서도 "소정근로시간 합의를 무효로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설명은 이렇다. 최저임금법 특례조항이 정선군에 시행된 건 2012년 7월 1일로, 이미 이보다 2~3년 앞서 서울, 춘천 등에선 특례조항이 시행 중이었다. 정선콜택시가 신설회사라고 하더라도 회사 입장에선 특례조항의 효과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또, 대법원은 그 무렵 택시기사들의 통상적인 근로시간을 고려했을 때 1일 3시간의 소정근로시간을 실제 근로시간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소정근로시간을 1일 3시간으로 정한 진정한 의도는 근로조건을 반영한 것이라기보다 최저임금법 위반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추단할 수 있다"며 "정선콜택시가 소재한 정선군 내지 인근 지역 택시회회사에 소속된 택시기사의 운행 실태,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A 씨 등의 실제 근로시간과 2012년 임금협정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 사이에는 상당한 불이치가 있었을 거라고 추단된다"고 봤다.
 
합의 효력 판단기준 잇따라…분쟁 정리 수순

택시 소정근로시간 합의 효력을 다투는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대법원은 분쟁 해결에 필요한 판단기준을 잇따라 내놨다. 이번 정선콜택시 사건 판결도 최근 대법원이 내놓은 판단기준에 따른 것으로, 관련 분쟁이 점차 정리되는 모양새다.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최저임금법을 회피할 의도라면 무효라고 판단한 201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법리를 제외하고 대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설시한 법리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지난 5월 30일 대법원 판결에서 나온 법리다.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실제 근로시간과 단축된 근로시간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있다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최저임금법 잠탈 목적으로 무효가 된다고 판단했다. 이때 상당한 불일치는 소정근로시간 단축 비율, 빈도, 소정근로시간이 얼마나 급격하게 단축됐는지(급격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이와 함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최저임금 잠탈 목적인지 판단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했는데,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구체적인 경위와 시기 ▲단축 전후의 소정근로시간을 적용할 경우 산정되는 시간급 비교 대상 임금과 법정 최저임금의 객관적 차이 및 변동 추이 등이다.


두 번째 법리는 지난 10월 25일 선고된 판결에서 가져왔다. 지난 10월 25일 대법원은 최저임금법 특례조항이 시행된 이후 신설된 택시회사의 소정근로시간 합의가 무효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 사건 역시 신설회사가 쟁점이 됐다는 점에서 정선콜택시 사건과 유사하다.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정액사납금제로 운영되는 택시회사가 기존의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경우뿐 아니라 신설회사가 특례조항이 시행된 이후 소정근로시간을 처음 정한 경우에도, 주된 목적이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회피하는 것이었고 소정근로시간과 택시기사의 실제 근로시간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있다면 소정근로시간 합의는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때 법원은 최저임금 미달 여부 및 미달액 판단 등을 위해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의사를 보충해 근로계약을 해석하는 방법으로 유효한 소정근로시간을 확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두 법리를 인용한 대법원은 정선콜택시 사건 판결에서 "원심으로서는 A 씨 등과 정선콜택시의 의사를 보충해 근로계약을 해석하는 등의 방법으로 소정근로시간을 확정했어야 함에도 보충적 해석을 하지 아니한 채 A 씨 등의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며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환송한다"고 판단했다.


출처 : 이재헌기자, 대법, 신설 택시회사 첫 소정근로시간 합의에 ‘무효 취지’ 파기환송, 월간노동법률, 2024년 1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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