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순천공장 직접고용 대상자, 당진 발령은 “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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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견 소송에서 승소한 하청노동자를 기존에 일하던 공장이 아니라 다른 공정을 담당하는 공장에 원거리 배치한 것은 ‘부당하다’는 노동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노동위는 정규직 전환 대상자들을 원래 일하던 공장에 배치하고 기존 업무 혹은 동종·유사업무에 복직시키라는 구제명령을 내렸다.
불법파견 대법원 선고 직후 자회사 설립해 ‘인소싱’
2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현대제철 당진공장 노동자 60여명이 현대제철 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부당인사발령 구제신청 사건에서 최근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전남지노위는 당진제철소로 보낸 인사발령은 ‘부당하다’며 “인사발령을 취소하고 노동자들을 (원래 근무하던) 순천공장의 원직 또는 기존에 수행하던 업무와 동종·유사 업무에 복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해 3월12일 대법원 판결 이후부터 본격화됐다. 대법원은 현대제철 순천공장 사내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현대제철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판결 뒤 현대제철은 곧바로 이들을 업무에 배치하지는 않았다. 사측은 순천공장 직접고용자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3~8월 교육을 진행했다. 이후 순천공장에 정규직이 일할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직접고용자 119명(휴직자 제외) 중 99명을 같은해 8월12일자로 당진제철소 각 생산팀으로 인사발령했고, 나머지 20명을 순천공장에 배치했다.
직접고용 당사자들은 제대로 된 협의절차 없이 순천공장에서 당진제철소로 원거리 인사발령을 낸 것은 부당하다며 전남지노위에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무엇보다 현대제철이 대법원 선고 전후로 자회사 현대IEC를 설립(법인 설립 3월13일)함으로써 원래 협력업체가 수행하던 업무를 자회사가 ‘인소싱’했기 때문에 정규직 자리가 없다는 사측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동위에서 핵심 쟁점은 △제척기간을 도과했는지 여부 △인사발령의 정당성 여부였다. 사측은 인사발령 시점이 3월이므로 구제신청 기간(3개월)이 지났다고 주장했지만 전남지노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남지노위는 “2024년 3월13일 직접고용 이후 ‘직무배치를 위한 최초의 인사발령’은 같은해 8월12일자로 시행됐다”고 판단했다. 제척기간이 도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회사 설립 미뤘다면 순천공장 근무 가능했다”
인사발령의 정당성 여부는 △업무상 필요성 여부 △생활상 불이익과의 비교·교량 △사전 협의절차 준수를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전남지노위는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고, 원거리 사업장으로 근무지가 바뀌고 업무 내용이 달라지면서 발생하는 생활상의 불이익이 노동자들이 통상 감수해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났다고 봤다. 협의 등 신의칙상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노동자측 주장을 대부분 수용한 셈이다.
전남지노위는 통상적인 인사처분이 아니라 불법파견 판결 이행 차원에서 근로관계가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업무상 필요성 여부를 더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전남지노위는 “현대제철이 자회사 설립을 미뤘다면 이 사건 근로자들이 원직인 순천공장에서 근무할 수 있었음에도 대법원 판결이 있는 날 자회사를 설립하고 인원을 충원해 이 사건 근로자들이 수행하던 업무를 자회사에 부여했다”며 “‘순천공장의 인력수요가 없어 근로자들을 순천공장에 배치할 수 없다’는 사용자 주장은 그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정했다.
또한 “대법원 판결에 따라 직접고용관계를 형성하게 된 노동자들의 원직이 순천공장임에도 동의 없이 인사발령을 행한 것은 현대제철 내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동종근로자인 다른 기술직근로자와 차별하는 것으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상 직접고용간주 또는 직접고용의무 규정의 입법 취지 및 목적에 비춰볼 때 부당하다”고 봤다.
“불법파견 직접고용할 때 ‘원직’ 엄격히 해석해야”
노동자들을 대리한 신명근 공인노무사(노무법인 무등)는 “일반적인 전보발령 사건의 경우에는 경영권의 영역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며 “그런데 불법파견으로 인한 직접고용시 ‘원직’에 대해 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한 판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중노위는 2023년 9월5일 불법파견에 따라 사용자와 직접고용관계를 형성한 근로자들에 대해 기존 간접공정 업무가 아닌 직접공정인 조립부로 발령한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판정을 내린 바 있다.
당진공장에 배치된 이들 중심으로 꾸려진 ‘현대제철 부당인사저지 대책위원회’는 전남지노위 판정문을 송달받은 직후 현대제철측에 원직 복직 관련 교섭을 요청했으나 아직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사측이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하더라도 지노위 구제명령은 30일 이내에 이행해야 한다. 미이행시 노동위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출처 : 어고은 기자, 현대제철 순천공장 직접고용 대상자, 당진 발령은 “부당”, 매일노동뉴스, 2025년 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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