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협력업체 사용, 불법파견 맞다…MES도 지휘명령 증거” 광주고법, 1심 뒤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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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와 계약을 맺은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포스코 근로자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심을 뒤집은 결론으로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광주고등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유헌종)는 지난 2월 3일, 포스코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주식회사 포스코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1심을 취소하고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소송은 포스코사내하청지회 근로자들에 제기한 소송 중 2차 소송이다.
포스코는 압연공정 작업 과정에서 협력업체인 성광기업과 포에이츠 등 사내협력업체와 도급 계약을 체결했다. 원고인 근로자 강 씨 등은 협력업체 소속으로, 포스코의 공장 안에서 각 작업라인의 생산기계를 조작하고, 크레인과 지게차를 이용해 압연 코일 등을 운반하는 업무 등을 맡고 있었다.
이들은 2004년 8월, 자신들의 근로형태가 불법파견 취지로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냈지만 여수지방노동사무소는 "포스코가 근로자들을 실질적으로 지휘감독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파견이 아니라는 취지로 사건을 종결처리한 바 있다. 이에 강씨 등은 약 12년이 지난 2016년, 포스코를 상대로 근로자임을 확인해 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한 것.
강 씨 등은 "포스코와 협력업체가 맺은 계약은 사실상 파견계약"이라며 "2년을 초과해 근로자들을 사용했으므로, 파견법에 따라 포스코는 협력업체 근로자들을 포스코의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포스코 측은 "업무상 지휘명령을 한 것은 협력업체일 뿐이며, 근로자들은 협력업체의 이행보조자"라며 "전산시스템인 MES를 통해 운반대상과 상하차 위치를 알려준 것에 불과할 뿐, 구속력 있는 지휘명령을 하지 않았다"라고 맞섰다.
또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주된 업무는 크레인을 이용한 운반하역 업무에 불과하다"며 "반면 포스코 소속 근로자들의 업무는 철강 제품을 제조생산 하는 것이므로, 기능적으로 구별된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광주고법은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협력업체와의 계약은 명목상으로는 '도급'이었지만, 내용을 살펴 보면 실제로는 노무수행 결과나 품질을 담보하는 도급계약이 아니라 노무제공의 세부적 방식에 초점을 맞췄다는 지적이다.
재판부는 "포스코가 작성한 작업표준서에는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의 작업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고, 협력업체가 작성한 작업표준서에는 포스코 소속 근로자들의 작업이 포함돼 있었다"며 "이는 유기적인 협업적 분업관계라는 의미로, 포스코는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작업을 포함해서 작업표준서를 작성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즉 협력업체 근로자가 실질적으로 포스코의 사업에 실제로 편입됐다는 징표라는 판단이다.
한편 재판부는 MES 시스템을 통한 작업 상황이나 정보 전달도 작업표준서와 크게 다르지 않아, 지휘명령으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려 눈길을 끈다.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란 주요 철강제조업체나 대규모 제조업체에서 활용하고 있는 시스템으로, 원청이 하청업체에게 공정계획이나 작업 유형별로 업무 순서 등 작업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는 프로그램이다.
재판부는 "MES 도입 이후에는 포스코가 주문 받은 정보를 입력하면 MES가 작업내용이나 작업장소 등 구체적인 공정계획을 자동으로 생성해서 협력업체 근로자들에게 전달했고, 이를 받아 협력작업을 수행했다"며 "MES가 자동화된 시스템에 따라 작업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MES 도입 이전의 방식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근로자를 대리한 김태욱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결론적으로 MES는 포스코로부터 상당한 지휘명령이 있었다는 점, 실질적 편입이 있었음을 인정하는 근거로 쓰였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포스코가 협력업체를 KPI 평가지표에 따라 평가한 것도 불법파견의 징표로 봤다. 법원은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전달 받은 작업 실시를 지연하는 경우, 업체의 KPI 점수가 차감된다"며 "포스코가 작업 결과물의 하자를 평가하는 대신, 작업 실시의 지연 등 노무 제공의 방식을 평가했다는 의미이며 이는 구속력 있는 지시를 내린 것과 다름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 밖에 협력업체가 ▲직접 소속 근로자를 선발하기도 했지만 포스코가 협력업체 근로자들을 교육했거나 교체를 요구할 수 있는 조항이 있던 점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업무가 전문적 기술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 작업을 반복하는 성격을 띄는 점 ▲협력업체가 별도 사업체로 활동하기는 했지만 매출의 대부분을 포스코에 의존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협력업체의 독립적 실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근로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포스코는 그 밖에 "2004년 행정종결 처분 이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고 12년이 지나서 비로소 소송을 제기했다"며 신의성실 원칙과 실효의 원칙 위반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근로자의 고용불안 문제를 개선해서 파견근로자를 두텁게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에 비춰보면 파견 근로자의 권리가 실효됐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주장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받아들이며, 1심 판결은 부당하다"며 "1심판결을 취소하고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포스코의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한다"라고 판단했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포스코 근로자지위확인 1차 소송(2016다40439)은 사측에서 위헌법률 심판 제청신청(2016카기309)해 선고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의 경우, 지난 2016년 2심 광주고법이 1심을 뒤집고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준 상태에서 대법원으로 올라간 상황이다.
1심에서는 이번 2차 소송 외에 3차부터 6차까지 소송이 현재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원고가 283명에 달하는 4차 소송과 330명에 달하는 5차 소송이 결론을 기다리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출처 : 월간노동법률, 2021년 02월 03일 수요일, 저자 : 곽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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