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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현대차 불법파견서 ‘실효의 원칙’ 인정…원심 파기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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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46회 작성일 24-11-28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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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불법파견 사건에서 '실효의 원칙'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근로자는 현대차 사내협력업체를 떠난 뒤 11년이 지나 소송을 제기했고, 현대차 울산ㆍ아산공장에서 불법파견 판단이 나오고 있는 중에도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러한 경우까지 실효의 원칙을 부정한다면 10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는 직접고용 의사표시 청구권과의 형평에도 어긋난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27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제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 20일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엔진제작공정 업무를 한 A 씨가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1심 "아산공장 엔진제작공정서 불법파견"

 
A 씨는 2000년 4월 현대차 사내협력업체 거광기업에 입사해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일했다. A 씨는 2009년 9월 퇴직할 때까지 거광기업을 포함해 총 4개의 사내협력업체를 거쳤다.
 
A 씨가 수행한 업무는 직접생산공정 중 하나인 엔진제작공정이었다. 엔진제작공정은 엔진, 변속기의 구성품인 헤드, 실린더 블록, 크랭크, 캠, 변속기 케이스 등을 제작하는 공정이다.
 
A 씨는 자신이 현대차의 지휘ㆍ명령을 받아 일했다며 2년을 초과해 일한 시점에 현대차와 직접고용관계가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A 씨와 같은 업무를 한 거광기업 소속 근로자들 중엔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인정을 받은 사례도 있어 소송에 불을 지폈다.
 
1심 재판부는 A 씨가 현대차로부터 지휘ㆍ명령을 받았다며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A 씨는 현대차의 생산계획과 컨베이어벨트 속도에 따라 단순ㆍ반복 작업을 했다. 작업인원, 작업시간, 작업방법도 현대차가 결정했고 사내협력업체는 독자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없었다.
 
1심은 "A 씨가 수행한 단순한 작업을 반복하는 것으로 전문적인 기술 등이 요구되지 않았고, 사내협력업체는 별도의 사업장 등 독립적인 기업조직이나 설비를 갖추지 못했다"며 "A 씨는 현대차로부터 지휘ㆍ명령을 받는 근로자파견관계에 있었다"고 판단했다.
 
"실효의 원칙, 적용 안 돼" 항소심도 근로자 측 손
 
그런데 2심부터 새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현대차는 "A 씨와의 근로자파견관계가 인정되더라도 A 씨가 2009년 9월 사내협력업체 유진기업을 퇴사하면서 현대차와 A 씨 사이에 고용관계도 소멸됐다"고 주장했다.
 
파견근로자가 사용사업주에게 직접고용되는 것을 명시적으로 반대한 경우엔 직접고용간주 규정(구 파견법)이나 직접고용의무 규정(개정 파견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A 씨의 퇴사로 유진기업과의 고용관계가 종료된 것을 '현대차에게 직접고용되는 것을 명시적으로 반대한 경우'라고 볼 수 있을까.
 
법원은 아니라고 봤다. 2심은 "A 씨가 현대차와의 관계에서 고용간주효과가 발생했음을 인식한 상태에서 현대차와의 근로관계를 종료하겠다는 명시적인 의사를 표시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오히려 경영상 어려움을 겪게 된 유진기업이 폐업하면서 A 씨 역시 유진기업에서 퇴직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실효의 원칙을 적용할 것인지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A 씨는 2009년 9월 퇴사 후에도 오랫동안 소송을 제기하지 않다가 2021년 1월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냈다. 파견근로관계가 종료되고 소송을 제기하기까지 약 11년 4개월이 걸린 셈이다.
 
이를 두고 현대차는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긴 시간 동안 A 씨가 권리행사를 하지 않을 거라는 정당한 기대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즉, 현대차의 정당한 기대에 따라 A 씨의 권리가 실효됐는지가 쟁점이 됐다.
 
법원은 A 씨의 권리가 실효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2심은 "근로자들이 많은 비용,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는 법적 권리의 행사를 상당 기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실효의 원칙을 섣불리 적용하는 것은 자제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소송 공백 11년, 대법 "직접고용 청구권과 형평 어긋나" 파기환송
 
그러나 대법원에선 다른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실효의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A 씨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약 11년 4개월 동안의 사실관계를 다시 살폈다. A 씨는 이 기간 동안 자동차 제조와 관련 없는 직종에서 일했다. 2010~2013년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이 불법파견 대규모 소송을 냈고 2015년 대법원에서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A 씨는 이 대법원 판결이 나오고 6년이 지나서야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A 씨는 현대차와의 근로관계가 완전히 단절된 이후로부터는 약 11년 4개월,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협력업체 직원들에 대한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날(2010년 7월)로부터도 약 10년 6개월이 경과한 상태에서 이 소송을 제기했다"며 "이러한 경우까지 실효의 원칙을 부정한다면 10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는 직접고용 의사표시 청구권과의 형평에도 어긋난다"고 봤다.
 
이어 "A 씨의 권리가 실효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실효의 원칙 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ㆍ판단하라"고 판단했다.


출처: 이재헌 기자, 대법, 현대차 불법파견서 ‘실효의 원칙’ 인정…원심 파기환송, 월간노동법률, 2024년 11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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