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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프리랜서’ 근로자성, 대법 판례 변경에도 노동부 옛 판례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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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40회 작성일 24-10-2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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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업자 형태로 계약을 체결한, 이른바 ‘무늬만 프리랜서’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이어지는데도 고용노동부가 이를 부인하는 처분을 지속하고 있어 논란이다. 헬스트레이너와 필라테스 강사 등의 업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과거 대법원 판결만 인용해 자의적으로 판단한다는 비판이 인다. 노동부는 이와 관련한 행정해석을 내놓지 않고 있다.

헬스트레이너·필라테스 강사 노동자성 연속 부정

22일 <매일노동뉴스>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노동부 노동자성 사건 내사보고서’를 보면 올해 1월 헬스트레이너를 고용한 사업주의 근로기준법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직급여법) 위반 진정 사건에서 노동부 서울서부지청은 “근로자가 아니다”는 이유로 내사종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8월과 11월, 올해 7월에도 필라테스 강사와 헬스트레이너 진정 사건에서 노동자성이 부인됐다.

노동청은 이들 사건에서 공통으로 노동자성 판단기준인 노무제공의 ‘대가성·계속성·전속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사용자의 상당한 지휘·감독 △업무 내용의 사용자 지정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 적용 여부 △근무시간·근무장소 구속 여부 △이윤 창출과 손실 초래 부담 여부 △비품 소유 및 제삼자 고용 여부 등 구체적인 판단 지표를 대부분 부정했다. 사용자의 업무 지휘·감독이 특정 업무에 국한돼 있어 자율성이 어느 정도 보장돼 있고, 별도의 근태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사용자가 ‘계약 형태’를 필라테스 강사에게 고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기도 했다. 노동부 서울동부지청은 지난해 11월 진정 사건에서 “당사자 간 작성한 계약서에는 근로계약과 프리랜서 계약 내용이 구분돼 있다”며 “진정인이 근로계약 내용을 확인하고 서명한 후 프리랜서 계약을 선택해 스스로 프리랜서임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법원 근로자성 판단 변화 “구체적 지시 없어도 근로자”

노동청이 판단한 근거는 ‘계약 형식의 실질’에 따라 노동자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 태도에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청은 헬스트레이너 임금 청구 소송에서 노동자성을 부정한 2021년 11월 대법원 판결을 처분 근거로 삼았다. 당시 대법원은 노동자성 판단 지표를 대부분 부인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사용자의 지휘·감독 여부가 명확하지 않고, 헬스트레이너의 근로시간과 근무장소 등에 자율성이 있다는 취지다. 하급심 법원은 “헬스트레이너의 출퇴근은 트레이너들과 사이에 PT 강습계약을 체결한 고객들의 안전 관리를 위한 것”이라며 사용자의 지휘·감독 여부를 부정했다.

그러나 헬스트레이너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지난해 2월 나오며 노동자성 판단 ‘기류’가 바뀌었다.<본지 2023년 3월8일자 “헬스트레이너 ‘설움’ 풀었다, 대법원 “근기법상 근로자”” 기사 참조> 당시 대법원은 △헬스트레이너가 지정된 장소에서 강습한 점 △개별 레슨이 금지된 점 △근태가 엄격히 관리된 점 등을 지휘·감독의 지표로 삼았다.

나아가 ‘구체적인 지휘·감독 여부’만을 노동자성 판단의 결정적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는 판결까지 나왔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페이닥터(봉직의)’에 대한 퇴직금 미지급 형사사건에서 “페이닥터가 진료업무수행 과정에서 구체적·개별적인 지휘·감독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이나 이는 의사의 진료업무 ‘특성’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위탁계약서나 개인사업자 지위 확인서 등도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에 반한다고 지적했다.<본지 2023년 10월3일자 “월급 받는 ‘페이닥터’ 대법원 “근기법상 근로자”” 기사 참조>

대법원 따르겠다던 노동부 장관 발언과 ‘배치’

노동부 판단은 대법원 판결을 따르겠다는 기존 입장에 배치된다. 이정식 전 노동부 장관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노무제공의 실질로 판단하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적 태도이고 노동청도 따라가야 한다”고 답변한 바 있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 기준과 달리 계약 형식을 근거로 노동자성을 부정한 처분이 이어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계약 형식과 관계없이 업무 ‘실질’을 따져 근로자 지위를 판단해야 한다는 확립된 법리를 노동청이 ‘고무줄 잣대’로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하은성 공인노무사(샛별노무사사무소)는 “업무적 특성에 따라 세부적인 업무 내용에 대한 지휘·감독이 불필요한 경우가 헬스트레이너와 페이닥터 사건에서 이미 확인됐다”며 “근로계약을 체결한 헬스트레이너에게 사업주가 PT 동작 하나하나 지시할 것인가. 계약형태가 지휘·감독과 연계되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짚었다.

‘업무 계속성’과 관련해서도 노동부가 단기계약 노동자들과 달리 프리랜서에게만 노동자성을 부인하는 기준으로 삼는다고 비판했다. 하 노무사는 “계약직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는 것은 부인하지 않는데, 노동청은 ‘무늬만 프리랜서’에게만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용우 의원은 “업무의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 경우 헬스트레이너들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이는 법원의 판례로도 확립돼 있다”며 “윤석열 정부는 노동 약자를 위한 정부라면서 이번 사안은 노동법 밖 노동자들에 대해서 소극 행정을 넘어 이미 세워진 법적 기준도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큰 문제”라고 말했다.

출처 : 2024년 10월 23일, 매일노동뉴스, 홍준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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