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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금속노조 집단탈퇴한 포스코지회에 “절차 위법해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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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31회 작성일 24-10-25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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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포스코지회가 산별노조를 탈퇴해 기업노조로 전환한 사건에서 법원이 포스코지회의 조직형태 변경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조직형태 변경에 절차적 위법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최근 '산별노조(상급단체) 집단탈퇴'를 둘러싼 많은 분쟁이 법원을 향했지만, 법원이 산별노조의 손을 들어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원주시청 공무원노조ㆍ안동시청 공무원노조(전국공무원노동조합 탈퇴), 한국은행노조(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탈퇴)도 같은 분쟁을 겪은 바 있지만, 이 사건들에서 법원은 조직형태를 변경한 개별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14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민사1부(재판장 박현숙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금속노조가 포스코자주노조를 상대로 낸 노동조합 조직형태 변경 결의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산별노조 탈퇴하고 기업노조로…'절차적 하자' 있었나
 
금속노조가 포스코지회 집단탈퇴로 내홍을 겪은 건 지난 2022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포스코지회는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조직형태 변경(금속노조 집단탈퇴) 안건을 조합원총회에 의결하기로 했다. 이후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66.86%의 찬성률을 기록했고, 포스코지회는 대구지방고용노동청 포항지청에 포스코자주노조로 노조설립신고를 했다. 그러나 포항지청은 총회 소집 절차의 보완을 요구했다.
 
이에 포스코지회는 같은 안건에 대한 찬반투표를 재실시했고 다시 노조설립신고를 했다. 그러나 이번엔 총회 소집 권한이 없는 선거관리위원장이 총회를 소집했다는 이유로 설립신고가 반려됐다.
 
이미 전체 대의원 9명 중 5명이 사퇴해 재적 대의원은 4명뿐이었지만, 포스코지회는 임시대의원대회에서 3명의 찬성을 얻어 안건을 통과시켰다. 결국 포스코지회는 세 번째 시도 만에 2023년 6월 9일 포스코자주노조로 노조설립신고를 마쳤다.
 
금속노조는 포스코지회의 조직형태 변경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조직형태 변경은 조합원총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 사안인데, 대의원대회에서 결의했기 때문에 무효라는 주장이다. 또, 대의원 9명 중 5명이 사퇴한 상황임에도 결원을 보충하지 않은 채 대의원대회를 강행한 것은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회서 결의했어야…조합원 의견수렴도 없었다"
 
쟁점은 조합원총회가 아닌 대의원대회에서 조직형태 변경이 가능한 것인지, 즉 절차상 하자가 있는지로 떠올랐다.
 
포스코지회는 조직형태 변경 첫 번째 시도 당시 열린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조직형태 변경 안건을 조합원총회에서 의결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법원은 이 점을 지적하면서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포스코지회는 2022년 10월 31일경 대의원대회를 개최해 조직형태 변경 안건을 조합원총회에서 의결하기로 결정했다"며 "따라서 조직형태 변경 안건은 대의원대회로 갈음할 수 없는 의결사항에 해당하기 때문에 포스코지회가 조합원총회가 아닌 대의원대회를 통해 의결한 조직형태 변경 결의는 노동조합법 및 포스코지회 규칙에 반해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존재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포스코자주노조는 앞서 두 번의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했기 때문에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법원은 "포스코자주노조는 두 번의 찬반투표만으로 총회 결의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 같은 전자투표를 통한 총회 결의는 결의방법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결의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포스코지회 규칙에도 전자적 투표로 총회의 의결을 갈음할 수 있다는 명시적 규정이 없고 두 번의 찬반투표 당시 총회의 개최 절차 없이 전자적 투표로 총회 결의를 갈음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사퇴한 대의원 5명에 대한 결원을 충원하지 않은 것도 절차적 하자라고 봤다.
 
법원은 "대의원 9명 중 5명이 사퇴했음에도 결원을 보충하거나 보궐선거 없이 대의원대회 결의를 진행해 전체 선거구 중 절반에 해당하는 3개의 선거구에서는 대의원이 없는 상황에서 의결이 이루어져 그 선거구에 소속된 조합원들은 자신의 신분에 중대한 변경을 초래하는 대의원회의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며 "이는 형식상 의결정족수를 충족하는 것으로는 보이나, 이 사건 조직형태 변경 결의가 전체 조합원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된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또, 법원은 포스코지회가 조직형태 변경과 관련해 조합원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포스코지회 회의운영세칙에 의하면 '대의원회의에 부의할 안건은 그 안건에 관한 제안 설명서를 명기해 대의원회의 7일 전까지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음에도, 안건에 관한 설명서를 배포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따라서 회의 의견수렴 절차에 있어서 위법성도 인정된다"고 했다.
 
금속노조는 이번 판결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금속노조는 "이번 포스코지회의 집단탈퇴 사건을 두고 정부와 여당, 보수 언론은 금속노조가 조합원 탈퇴도 막는 부도덕한 노조라고 매도하기 바빴다"며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 확인했듯이 이번 사안의 본질은 해당 조직형태 변경 사건이 절차를 위반했고 조합원의 총의도 모으지 못한 비민주적 절차가 있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산별노조는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모든 집단에서 가장 민주적인 조직이라고 볼 수 있다"며 "선출에 따른 집행에서 견제할 수 있는 대의기구, 역할과 권한을 달리한 심의 의결기구, 중대한 사안일수록 조합원의 총의를 강제로 물어야 하는 장치까지, 민주적일 수밖에 없는 금속노조의 산별체계와 산별정신은 흔들래야 흔들릴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같은 분쟁에선 산별노조 줄줄이 패소
 
한편, 최근 금속노조보다 먼저 집단탈퇴 분쟁을 겪은 곳들에선 산별노조(상급단체)가 잇따라 패소한 바 있다.
 
한국은행노조가 사무금융노조를 탈퇴해 기업별 노조로 조직형태를 변경한 사건에서 지난 5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한국은행노조는 독자적인 규약과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한 단체로 활동하고 있고, 독자적인 단체교섭, 단체협약 체결 능력이 있다"며 한국은행노조의 조직형태 변경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사무금융노조 측이 항소하면서 현재 항소심 계류 중이다.
 
또한 전국공무원노조를 상급단체로 두고 있던 원주시청 공무원노조와 안동시청 공무원노조도 최근 조직형태를 변경했다. 두 사건 모두 법적 분쟁으로 번졌고, 법원은 두 노조의 조직형태 변경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원주시청 사건에서 전국공무원노조는 총회 결의에 효력이 없고 위원장이 원주시청 공무원노조를 대표해 업무수행을 할 권한이 없어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원주시청 공무원노조가 독자적인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등 기업별 노동조합에 준하는 실질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기업별 노동조합과 유사한 근로자단체로서 일정한 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지고 활동했던 비법인사단"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당시 위원장은 적법한 총회 소집권자이기 때문에 절차적 하자 역시 없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1심과 2심 모두 원주시청 공무원노조가 승소했다. 이후 전국공무원노조가 상고하지 않아 2023년 9월 판결이 확정됐다.
 
이어 선고된 안동시청 사건에서도 법원은 조직형태 변경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도 1심과 2심 모두 안동시청 공무원노조가 승소했고, 전국공무원노조가 상고하지 않아 안동시청 공무원노조가 최종 승소했다.


출처: 2024년 10월 14일, 노동법률, 이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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