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 이주노동자인데, 새 직장 못 구해 ‘출국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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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장 변경 허가를 받은 고용허가(E-9) 외국인 노동자가 새 직장을 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지난 8월 기준 40일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022년 같은달 28일에 불과했던 구직 소요일이 10일 넘게 증가한 수치로 경기침체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구직 소요일수는 사업장변경 허가를 받고 구직등록필증을 발급받은 외국인 노동자가 새 직장을 찾기까지 걸리는 기간이다. 사업장 변경 허가를 받은 뒤 3개월 내 새 일터를 찾지 못하면 출국해야 한다.
2021년 25.7일이던 구직 소요일
올해 1~8월 35.9일로 급증
30일 <매일노동뉴스>가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사업장 변경 고용허가 외국인 노동자 1명당 구직 소요일수는 39.2일로 집계됐다. 2021년 이후 월별 구직 소요일 중 가장 길다.
올해 1~8월 평균 구직 소요일수는 35.9일로 전년도 같은 기간 30.7일보다 5일 넘게 증가했다. 외국인 노동자의 연 평균 구직 소요일은 2021년 25.7일, 2022년 27.2일, 지난해 32.2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구직 소요일이 30일을 넘긴 시점은 수출 경기 침체와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경기 불황이 닥쳤던 지난해다.
한국은행이 올해 1월 발표한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4%로 역대 6번째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고용허가 외국인 노동자의 90%가 일하는 제조업 생산 감소 폭이 뚜렷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해 제조업 생산은 전년보다 3.9% 하락했다. 1998년(-6.5%)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었다.
노동부 관계자는 “구직등록필증이 발급된 노동자의 구직 기간이 늘어난 것은 경기적인 요인 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구직 기간 종료 앞두고
노동단체 찾아도 ‘속수무책’
현장에서 이 같은 변화가 포착된 지는 오래다. 정영섭 이주노조 활동가는 “지난해부터 경기가 안 좋아진 뒤 특히 제조업은 사업장을 구하기 힘들다”며 “외국인 노동자는 고용센터가 보내주는 구인문자를 보고 사업장에 지원하는데 연락해 보면 인력을 구하지 않는다거나, 이미 사람을 구했다고 답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구직기간 3개월 안에 일자리를 찾지 못한 외국인 노동자는 노동·시민단체를 찾지만 이들 단체도 뾰족한 수가 없다. 고용허가 외국인 노동자 알선은 정부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옥금 이주민센터 동행 대표는 “구직일을 3일 남겨 둔 외국인 노동자가 찾아와 도와달라고 했지만 알선업자가 아니라 도와주기 어렵다고 했다”며 “고용센터를 부지런히 찾아가고, 상담을 받으라는 말만 해 줬다”고 말했다. 원 대표는 “구직 기간 하루를 남기고 고용해 줄 사업장을 구했는데, 다음날 고용센터를 찾아가니 (이미 3개월을 넘겨) 미등록이 된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류지호 의정부이주노동자센터 대표도 “3개월 구직 기간 내에 취업이 잘 되지 않는 상황을 최근 많이 체감하고 있다”며 “구직기간 만료로 출국 조치가 되는 사례도 꽤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외국인력 도입 규모를 대폭 확대한 점도 이런 상황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경기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채 신규 고용허가 외국인 노동자를 늘렸고, 국내에 이미 입국한 고용허가 외국인 노동자들조차도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지적이다.
한 고용센터 관계자는 “올해는 과거에 비해 외국인 노동자 쿼터를 2~3배 늘렸는데 고용허가 신청 사업장은 적은 상황이 보도됐듯이 경제 사정이 그만큼 좋지 않다”며 “신규 외국인이 많이 들어오다 보니 당연히 구직기간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대로 가면 출국해야 할 노동자가 점차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부연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달 중순 경기도 한 지역에서 사업장 변경을 한 외국인 노동자 중 구직대기자가 500명에 이른다.
정부는 올해 E-9 노동자 16만5천명 도입을 목표로 했다. 2022년 6만5천명에 불과했던 쿼터를 2배 넘게 올린 것이다. 하지만 고용허가 신청 수요는 저조하다. 올해 1~8월 기준 고용허가 비자가 발급은 4만3천385건(26.3%)에 불과했다.
“외국인력 예측 실패, 노동자 피해로 이어져”
고용센터를 통해 구직을 하지 못하면, 외국인 노동자에게 남은 선택은 출국 혹은 미등록 체류자가 되는 길이다. 이는 법·제도적 보호 밖 외국인 노동자를 늘리기 때문에 개선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류지호 대표는 “결국 기간 내에 취업하지 못해 출국 조치가 되면 민간 알선업체나 자국 네트워크 등으로 불법취업을 하게 되는데, 그런 경우 대부분 근로조건이 좋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박해철 의원은 “정부가 정확히 외국인력을 예측하지 못한 결과 외국인 노동자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며 “사업장 변경 외국인 노동자의 구직일 단축 및 원활한 사업장 알선을 위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부는 구직기간 종료로 출국대상이 된 고용허가 외국인 노동자수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업장 변경자들도 많아지고 경기도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구직활동 기간 3개월 중에 1개월만 남은 근로자들은 (고용센터에서) 우선적으로 알선을 해주고 있다”며 “3개월 중 1달이 지난 뒤에도 알선해 줄 만한 업체가 없는 경우는 다른 권역으로 알선해 줄 수 있도록 하는 지침도 마련돼 있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지역의 인력 유출을 방지하겠다며 지난해 9월 이후 입국한 E-9 외국인 노동자에게 최초 사업장이 위치한 지역 내에서만 사업장 이동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변경했다.
출처 : 2024년 10월 31일, 매일노동뉴스, 강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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