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현대차 불법파견에 “직접고용의무 발생 시부터 정규직 호봉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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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견으로 인해 원청에 직접고용의무가 있는 근로자에 대해 직접고용의무 발생일을 기준으로 호봉이 적용돼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불법파견이더라도 근로자가 급여명세서를 제출하지 않은 기간에 대해서는 근로제공 증명이 없어 임금청구권이 인정될 수 없다고 봤다.
8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대법원 제3부(재판장 이흥구)는 현대자동차 사내협력업체 근로자 A 씨 등 28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호봉 정정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 "정규직 호봉 적용 시기는 직접고용의무 발생 시"
소송을 제기한 A 씨 등은 현대차 울산공장과 전주공장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다. 직접생산공정인 도장, 의장, 엔진 변속기 업무와 생산관리 업무를 담당했다.
A 씨 등은 2001년에서 2008년 사이에 사내협력업체에 입사했고, 2012년부터 2014년 사이에 현대차와 정규직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호봉 적용 시점을 언제로 할지를 놓고 갈등이 생겼다. 현대차는 정규직 계약을 체결한 시점부터 호봉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A 씨 등은 현대차와 사내협력회사의 계약이 적법한 도급계약이 아닌 불법파견이었다며 파견법에 따라 파견근로 2년이 경과해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한 시점부터 호봉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쟁점은 현대차와 사내협력업체 간 도급계약이 불법파견에 해당하는지, 그에 따른 정규직 호봉 적용 시기가 언제인지로 떠올랐다.
대법원은 현대차와 사내협력업체가 형식적으로는 도급계약을 체결했지만 실질은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내협력업체가 담당하는 공정에 대해 현대차가 인력운영계획을 결정했다"며 "근태관리도 현대차가 정한 공정별 적정 인원수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이루어져 사내협력업체의 근태관리를 지휘ㆍ명령해 왔다"고 했다.
또한, 사내협력업체의 사업이 실질적으로 현대차에 편입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현대차 정규직 인원 증감 시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을 대체 투입했다"며 "정규직과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이 공동 작업을 해 사업이 실질적으로 현대차에 편입됐다"고 했다.
사내협력업체는 독자적 기업조직과 설비가 없었고 업무에 전문성이 필요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내협력업체가 담당한 업무는 반복 작업이 대부분으로 도급 계약의 목적과 기한도 명확하지 않다"며 "외부에 독립된 사무실도 없고, 생산 핵심 시설도 별도로 소유하고 있지 않아 독립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현대차의 불법파견을 인정하면서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의 호봉 적용 기간이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한 시점부터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현대차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과 이후에 정규직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것만으로 근로자들이 파견법상 직접고용의무를 배제하고 신규 정규직 입사 시부터 정규직 1호봉을 받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한 시점부터 호봉이 적용돼야 한다"고 했다.
'명세서 미제출 임금청구권ㆍ지연손해금 기산점' 부분 파기
대법원은 A 씨 등이 정규직이었다면 받았을 선물비, 주간 연속2교대 포인트, 재래시장 상품권, 유아 교육비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포인트와 상품권에 갈음하는 금전 지급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금전지급은 포인트와 상품권이 동종, 동량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는 종류채무인지 여부를 심리해 이행불능인 경우에만 가능한 것"이라며 "원심이 주간 연속2교대 포인트와 재래시장 상품권이 종류채무인지 여부를 심리하지 않고 금전지급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원심은 A 씨 등이 급여명세서를 제출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임금 청구권을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이 부분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불법파견이 있었더라도 근로자가 사용사업주에게 근로를 제공했음을 증명해야 임금 청구가 가능한 것"이라며 "근로 제공을 증명하지 못한 경우 현대차의 책임으로 근로 제공을 하지 못한 것인지를 추가로 심리해 손배청구권을 인정해야 하지만 원심은 이에 대해 심리를 하지 않아 파기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유아 교육비 지연손해금에 대한 판단도 잘못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유아 교육비는 분기별 지급시기가 있음이 명백한데 원심은 유아 교육비가 기간의 정함이 없는 채권이라고 판단했다"며 "지연손해금 기산점에 대해 원심이 잘못 판단해 파기한다"고 했다.
출처 : 2024년 11월 11일, 월간노동법률, 이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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