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전 연락 두절 기간도 평균임금 산정 기간 포함될까…대법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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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가 업무상 스트레스로 연락이 두절된 뒤 자살했다면 무단결근 기간을 평균임금 산정 기간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달 16일 자살 산재로 사망한 버스기사 A 씨의 유가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평균 임금 정정 불승인 등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연이은 사고 스트레스로 버스기사 자살…"업무상 재해"
A 씨는 B 버스 회사에 2019년 계약직 버스기사로 입사한 뒤 2021년 6월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뒤 A 씨는 버스 운행 중 연속으로 네 차례 사고를 냈다. A 씨는 사고 사실을 회사 담당자에게 보고했으나 "돈 주고 알아서 처리하라"는 답변을 들었고, 인사상 불이익을 염려한 A 씨는 500만 원을 대출받아 사고 피해자들과 합의했다.
대출 500만 원과 업무 스트레스는 이미 개인 파산 경험이 있어 생활고를 겪고 있던 A 씨를 무너뜨렸다. A 씨는 2021년 6월 12일부터 가족과 연락이 두절된 뒤 회사에 무단결근했고, 결국 같은 달 18일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A 씨의 유가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했고, 공단은 A 씨의 자살이 업무 스트레스에 따른 것으로 판단해 산재를 승인하고 유족급여와 장례비 지급을 결정했다. 문제는 지급 액수였다. 유가족과 공단이 생각한 평균임금 계산 방법이 달랐다.
유가족과 공단은 평균임금 산정 사유 발생일, 평균임금 산정 기간에서 무단결근 기간을 제외해야하는지 여부, 계약직 근로기간도 평균임금 산정 기간에 포함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근로기준법상 평균임금은 산정 사유가 발생한 날 이전 3개월 동안 근로자에게 지급된 임금의 총액을 그 기간의 총일수로 나눠 계산한다. 다만 근로기준법 시행령은 업무상 질병ㆍ요양으로 휴업한 기간은 산정 기간에서 제외하고 있다.
유가족 측은 평균임금 산정 사유 발생일이 A 씨가 연락이 두절된 2021년 6월 12일로 무단결근 기간을 산정 기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계약직과 정규직 계약은 하나의 근로계약으로 계약의 형태를 불문하고 6월 12일 이전 3개월이 평균임금 산정 기간이라고 봤다.
그러나 공단은 평균임금 산정 사유 발생일은 A 씨가 사망한 2021년 6월 18일이고, 무단결근 기간은 근로기준법 시행령이 규정한 업무상 요양 기간이 아니어서 산정 기간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계약직과 정규직 계약은 별개의 근로계약이어서 정규직 근로기간인 6월 1일부터 6월 17일이 산정 기간이라고 해석했다.
유가족은 공단의 해석에 반발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하급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공단의 해석이 맞다고 판단했다.
1심은 "자살 산재로 인한 평균임금 산정은 실제 사망일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적법하다"며 "A 씨가 실제로 사망한 6월 18일이 산정 사유 발생일"이라고 했다.
1심은 A 씨의 무단결근 기간이 평균임금 산정 기간에 포함돼야 한다고 봤다. 1심은 "A 씨가 무단결근 기간 동안 치료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자발적 결근 기간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시행령이 규정한 요양 기간으로 볼 수 없어 평균임금 산정 기간에서 제외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1심은 정규직 근무 기간만으로 평균임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1심은 "계약직 근로계약과 정규직 근로계약은 서로 단절된 것으로 하나의 근로계약이 아니다"라며 "계약직 근로계약 기간을 포함해 평균임금을 산정할 수 없다"고 했다.
무단결근, 요양 기간으로 봐야…평임 산정 기간 '제외'
그러나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은 유가족의 해석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2심은 평균임금 산정 사유 발생일이 연락 두절일이라고 했다. 2심은 "A 씨가 과도한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식 능력이 저하돼 연락이 두절된 것"이라며 "연락이 두절된 시점에 평균임금 산정 사유가 발생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A 씨가 정신적 근무 불능 상태에 있었고, 이로 인해 결근이 발생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한 평균임금 산정에 있어 무단결근 기간을 제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2심은 계약직 근무 기간도 평균임금 산정 기간에 포함된다고 봤다. 2심은 "계약직과 정규직은 실질적으로 하나의 근로관계"라며 "평균임금 산정 기간에 모두 포함될 수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과 동일하게 유가족 측이 주장한 평균임금 액수가 맞다고 판단했지만 이유는 달랐다. 대법원은 무단결근 기간을 제외하고 계약직 근무 기간을 포함해 평균임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보면서도 무단결근 기간을 제외하는 이유가 평균임금 산정 사유 발생일이 연락 두절이 시작된 6월 12일이기 때문은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은 "진단서가 없다면 정신적 이상 상태에 빠졌다고 추정되는 시점이 평균임금 산정 사유가 발생한 시점이라고 볼 수 없다"며 "실제 자해행위가 일어난 시점에 평균임금 산정 사유가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정신과 진료기록이 없더라도 A 씨의 무단결근 기간은 근로기준법 시행령이 규정한 업무상 요양 기간에 해당해 평균임금 산정 기간에서 제외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미 A 씨는 6월 12일에 스트레스로 정상적으로 버스를 운행할 수 없어 요양을 위해 휴업할 객관적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A 씨가 가족과도 연락을 두절하고 출근하지 않은 기간은 무단결근 기간이 아닌 정상적 근무가 어려워 요양이 필요한 기간에 해당해 평균임금 산정 기간에서 제외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과 동일하게 계약직 근무 기간도 평균임금 산정 기간에 포함된다고 봤다. 대법원은 "계약직과 정규직 근로계약은 하나의 근로계약"이라며 "평균임금 산정 기간에 계약직 근무 기간을 포함한 원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했다.
출처 : 이재헌 기자,자살 전 연락 두절 기간도 평균임금 산정 기간 포함될까…대법 “제외",월간노동법률, 2025년 11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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