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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1시간으로 19만 원 덜 받아”…쪼개기 알바 확산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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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37회 작성일 25-11-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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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A 씨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카페 아르바이트를 한다. 매주 월요일, 수요일, 목요일은 4시간씩 일하고 토요일에는 2시간 일한다. 이처럼 주14시간을 일하는 A 씨는 주휴수당을 받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상 주휴수당은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면 되기 때문이다. A 씨의 사례처럼 주15시간 기준선을 피해 근로계약을 나누는 '쪼개기 알바'가 확산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초단시간 근로자(주15시간 미만 근로자)는 전체 임금근로자의 6.1%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174만 명이 주휴수당, 유급 연차수당 등 기본적인 근로 혜택에서 배제된 채로 일하고 있는 셈이다.

초단시간 근로자의 증가세도 가파르다. 2015년 86만6000명(3.3%)에 불과했던 초단시간 근로자는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20년에는 130만4000명(4.8%)까지 증가했다. 불과 5년 만에 50만 명 이상 늘어났다.

"단 1시간 차이로 월 19만 원 손실"

쪼개기 알바는 형식상 불법이 아니다. 근로자의 계약서상 근로시간이 주14시간이고 실제로도 그만큼만 일한다면 법적인 문제는 없다. 그러나 초단시간 근로자는 주휴수당과 유급연차휴가, 퇴직금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실질임금 또한 월 16만 원가량 차이가 난다.

올해 최저임금은 1만30원으로 주14시간 일할 경우 주급은 14만420원이다. 이를 월로 환산하면 56만1680원이다. 반면 주15시간 일하면 주휴수당이 발생해 한 달 동안 주휴수당 15시간분(15만450원)이 추가 지급된다. 주급이 18만8062원으로 늘고, 월 소득은 75만2250원이 된다.

결국 근로자 입장에선 단 1시간 차이로 매달 19만 원의 손실이 생기고,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228만 원에 달한다. 주에 1시간 더 일했을 뿐이지만 생활 안정성의 격차는 훨씬 크게 느껴진다.

노동계는 이 같은 '쪼개기' 알바가 임금을 덜 주기 위한 '꼼수'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문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일부 업종에서는 근로시간을 14시간으로 쪼개 주휴수당 및 퇴직금 지급 의무를 피하는 꼼수가 여전히 만연하고 이로 인해 초단시간 노동자들 생계도 불안정해지는 상황"이라며 "노동시간을 이유로 근로조건을 차별하는 것은 법의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우 국장은 "초단시간 노동자에게도 일한 시간에 비례해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현행 근로기준법 제18조 3항과 퇴직급여보장법 제4조 1항처럼 초단시간 노동자를 주휴수당, 퇴직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 국장은 "이런 조항이 존치되는 한 사업주들은 계속해서 편법적 쪼개기 고용을 계속하게 되고, 결국 고용 약자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휴수당 포함하면 시급 1만2000원 넘어"

반면, 자영업자 입장에선 주휴수당 문제는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서울 마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B 씨는 "매출이 일정하지 않은데 인건비는 매달 고정으로 나간다"며 "주휴수당을 주면 사실상 시급으로 1만2000원 넘게 주는 셈이다. 아르바이트생들의 근무시간을 14시간씩 끊어 인건비를 아끼지 않고서는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B 씨의 말대로 주휴수당을 지급하면 사실상 근로자에게 지불해야 하는 실질 시급은 약 1만2537원이 된다. 계산상으로는 최저임금 1만30원에 약 20%의 추가 부담이 붙는 셈이다.

편의점과 카페처럼 인건비 비중이 높은 업종에서는 이 추가 비용이 사업 존폐를 가르게 된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이 지난 2월 실시한 '자영업자 2024년 실적 및 2025년 전망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이 "가장 큰 부담 경영비용"으로 응답한 항목 중 인건비가 21.2%로 나타났다. 이는 '원자재ㆍ재료비(22.2%)' 다음으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주휴수당 제도는 구조적으로 불합리하다"며 "5일 일하면 하루치 임금을 더 줘야 하니까 실질적으로 20% 이상 인건비가 가산된다. 그러다 보니 사업주들이 주휴수당을 피하기 위해 근로시간을 쪼개는 패턴이 굳어졌다"고 말했다.

류 전문위원은 "장사는 안 되는데 최저임금은 계속 오르고 있다. 주휴수당까지 포함하면 실질 시급이 1만2000원 수준인데, 일본이나 대만 등 경쟁국보다도 높다"며 "중소벤처기업부 통계로 봐도 2023년 기준 자영업자의 연평균 순이익이 2500만 원, 월 200만 원 언저리에 불과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 이런 현실에서 주휴수당을 주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류 전문위원은 "자영업자가 나빠서 쪼개기 고용을 하는 게 아니라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는 구조가 된 것"이라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기보다 주휴수당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지난 10월에도 국회 앞에서 주휴수당 폐지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주휴수당, 현실에 안 맞아도 없앨 수 없어"

일각에서는 주휴수당이 현재 한국 사회에 맞지 않는 제도지만 그럼에도 이미 정착돼 있어 없앨 수는 없는 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임금의 17%를 차지하는 주휴수당을 한번에 삭감할 경우 그 부작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현실에 맞게 제도들을 조금씩 정비해 나가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성희 L-ESG평가원 원장(전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주휴수당 제도의 기원을 "한국적 타협의 산물"이라고 표현했다. 법정 휴일 보장이 미비하고, 근로시간 관리 제도가 충분히 정비되지 않았던 시절엔 '휴일을 주지 않으면 그만큼의 임금을 더 줘야 한다'는 경제적 제재로 도입된 제도라는 것이다.

김 원장은 이 제도가 국제적으로도 특수한 편이라고 짚었다. 김 원장은 "주휴수당이라는 명칭과 구조를 그대로 운영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며 "주휴수당처럼 '추가임금을 강제'하는 제도는 국제적으로 드물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도가 한국의 노동시장 구조 속에서 특수하게 발전한 만큼 폐지나 대폭 개편은 단순한 정책 결정만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한 나라에서 제도가 오랫동안 시행되면 그 자체가 임금 체계의 일부로 자리 잡는다"며 "주휴수당은 단순한 수당이 아니라 전체 임금의 약 17%, 즉 6분의1을 차지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현행 제도가 만들어내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명확히 지적했다. 최근 편의점, 카페, 프랜차이즈 업종을 중심으로 '쪼개기 계약'이 확산되는 현상은 제도의 허점을 노린 구조적 회피라고 분석했다.

김 원장은 "최저임금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자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주휴수당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며 "그래서 14시간, 14시간 30분식으로 계약을 쪼개는 편법이 나타난 것이다. 제도가 결과적으로 '초단시간 쪼개기'를 유인하는 구조가 된 셈"이라고 봤다.

주휴수당을 없애자는 자영업계의 주장에 대해서는 "단번에 폐지할 수 있는 제도는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김 원장은 "주휴수당을 폐지하면 17%의 임금이 사라진다. 이를 기본급으로 산입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며 "기본급이 오르면 그에 연동된 수당, 퇴직금, 4대보험 등 모든 항목이 함께 인상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더 큰 부담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자영업자들이 어려운 건 맞지만 그렇다고 근로자의 권리를 '공짜노동'으로 되돌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주휴수당을 인건비로 인식하고 비용 구조에 포함시키는 게 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지금 구조에서 제도의 허점을 줄이려면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제도 개선의 방향으로 근로시간 합산 규정의 명문화를 제안했다. 김 원장은 "관리ㆍ감독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예컨대 한 사람이 하루는 A 매장에서, 다음날은 B 매장에서 일하지만, 모두 같은 사업주가 운영하는 곳이라면 합쳐서 15시간을 넘을 수 있다. 이런 '쪼개기 계약'을 방지하기 위해 통산 규정을 명확히 두는 게 필요하다"고 봤다. 법적으로 '여러 계약을 합쳐 근로시간을 산정한다'는 조항이 들어가면, 편법적으로 시간 쪼개기를 하는 사업장에 제약을 걸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근로자 보호와 영세 사업주의 현실은 늘 충돌한다"며 "중요한 건 어느 한쪽을 희생시키는 게 아니라 제도 안에서 현실적 균형을 찾는 것이다. 주휴수당은 한국의 임금 체계 안에 이미 내재된 요소이기 때문에 폐지보다는 조정, 현실화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박정현 기자, “단 1시간으로 19만 원 덜 받아”…쪼개기 알바 확산하는 이유, 월간노동법률, 2025년 1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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