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묻힌 안전모’로 현장 조작…중대재해 22호 판결 ‘집행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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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이 추락사한 현장에 피 묻은 안전모를 갖다 놔 현장을 은폐한 사건에서 아파트 관리소장은 실형을, 관리소장이 속한 관리업체 대표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관리업체 대표에 대한 선고는 중대재해처벌법 22호 사건으로, 법원은 대표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ㆍ이행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방법원 형사12단독 홍수진 판사가 지난달 20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아파트 관리소장 A 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데 이어, 같은 달 27일 의정부지방법원 형사9단독 유형웅 판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광인산업 대표 B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안전장치 없이 사망…'안전모에 피 묻혀' 현장 조작
아파트 관리업체 광인산업은 상시근로자 2400여 명을 사용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사업장이다.
사건이 발생한 건 지난 2022년 7월 4일이다. 광인산업 소속 C 씨는 회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모 아파트에서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으로 일했다. C 씨는 이날 아파트 지하에서 배관 점검을 하던 중 사다리가 부러져 추락했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음날 사망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두 건의 법원 판결이 나왔다. 먼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아파트 관리소장 A 씨는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사고 현장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A 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아파트 전 입주자대표회장 D 씨는 징역 5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A 씨는 추락 위험 방지를 위해 필요한 안전보건조치를 하지 않았고, 사고 직후엔 C 씨의 혈액을 묻힌 안전모를 사고 장소에 갖다 놨다. 사고 당시 C 씨가 안전모, 안전대를 사용하지 않은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시도였다. D 씨는 A 씨에게 '안전모에 C 씨 혈흔을 묻혀 사고 현장에 갖다 두라'고 지시했다.
법원은 A 씨에 대해 "사망사고가 난 뒤 안전모를 현장에 가져다 놓는 등 현장을 적극적으로 훼손했고, 이후에도 관리사무소 다른 직원들에게 허위 진술을 종용했다"며 "다만 범행을 인정하는 점과 유족들이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을 유리하게 참작했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법원은 D 씨에 대해선 "이 사건 범행을 모두 부인하면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안전모를 갖다 놓으라고 지시하는 방법으로 현장을 훼손하도록 한 것은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했다.
"최소한의 장비도 없었다"…법원, 대표에 집행유예
법원은 광인산업 대표 B 씨에 대한 혐의도 인정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광인산업 법인엔 5000만 원의 벌금이 선고됐다.
법원은 "B 씨는 아파트 관리소장 A 씨로 하여금 산업안전보건법상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게 하거나 그 결과를 보고받는 등 유해ㆍ위험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업무 절차를 마련하지 않았고, 안전ㆍ보건에 관한 사항에 대해 종사자의 의견을 듣고 개선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B 씨의 안전확보의무 위반과 사망사고와의 인과관계도 인정했다. 법원은 "평소 고소작업에서의 유해ㆍ위험요인을 확인해 개선방안의 이행 여부를 점검했다면 관리소장을 통해 위험성이 높은 작업에 관해 필요한 장비를 조기에 확보하는 등 최소한의 개선방안이 시행됐을 것"이라며 "실제 사고 바로 다음 날 안전난간이 있는 사다리를 구입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이와 같은 최소한의 개선방안을 시행하는 게 기술적으로나 재정적으로 아주 어렵거나 단기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성격의 것도 아니었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판결에 불복한 B 씨와 검찰 모두 지난 2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출처: 2024년 09월 25일, 월간노동법률, 이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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