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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배달 라이더 근로자 아니다”…타다 드라이버와 다른 결론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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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36회 작성일 24-08-1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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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대행 플랫폼과 위탁 계약을 맺은 라이더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지난달 대법원이 타다 드라이버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인정한 것과는 다른 결론이다. 이번 사건에서는 위탁 라이더의 업무 자율성이 인정됐다는 점이 그 이유로 꼽힌다.
 
다만 타다 판결과 같이 항소심에서는 근로자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어 이번 사건이 향후 플랫폼 종사자의 근로자성 판단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똥콜 처리 가산점'에도 배달 라이더 근로자성 '부정'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42민사부(재판장 정현석)는 배달 플랫폼 위탁 라이더 A 씨가 배달 대행 플랫폼 B 사를 상대로 낸 근로에 관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12일 "B 사는 라이더 A 씨의 업무 내용을 정하거나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하지 않았다"며 "A 씨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소송을 낸 A 씨는 배달 대행 플랫폼 B 사와 업무위탁 계약을 체결한 위탁 라이더다. 음식점이 B 사에 배달을 요청하면 A 씨와 같은 위탁 라이더나 B 사 소속 정직원 라이더가 오토바이를 이용해 음식을 고객에게 배달한다.
 
배달 콜은 B 사 프로그램을 통해 라이더에게 전달됐다. 라이더들은 프로그램에 로그인한 후 자신의 상태를 '근무'나 '휴식', '퇴근'으로 설정할 수 있었다. 라이더들은 B 사가 마련한 휴식 공간이나 음식점 인근에서 대기하다가 프로그램에 배달 요청이 뜨면 자신의 위치, 배달 경로 등을 고려해 배달 요청을 수락했다.
 
배달을 완료하면 고객이 지급한 배달료에서 수수료와 고용보험료, 산재보험료를 제외한 금액이 라이더 몫이 된다.
 
라이더들은 배달 상황에 따라 여러 개의 배달 요청을 한 번에 처리하거나 취소하기도 했다. 라이더가 배달 요청을 수락한 뒤 임의로 취소하는 경우에는 페널티가 발생했다.
 
반대로 모두가 처리하기 싫어하는 이른바 '똥콜'을 처리하는 라이더에게 부여되는 가산점도 있었다. B 사는 '레벨업 제도'를 운영해 배차 건수가 누적되고 똥콜을 처리하는 등 점수가 쌓이면 레벨을 승급시키고 라이더 수수료 할인율을 차등 적용했다.
 
B 사 관리자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배달 요청 접수 현황과 배달 기사를 관리할 수 있었다. 위탁 라이더에게 임의로 특정 배달 주문을 배차하고 라이더에게 부여되는 페널티 금액 설정, 주문 수정ㆍ취소, 라이더 위치 실시간 확인 등 권한이 부여됐다.
 
라이더 업무 수행에서 '자율성' 인정
 
A 씨 등은 자신들이 B 사에 종속돼 일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며 계약 해지가 부당해고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 씨가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위탁 라이더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가맹점과 자신의 위치, 배달 경로 등을 고려해 어떤 배달 요청을 수행할 것인지 자율적으로 결정했다"며 "회사가 기본 배달료와 할증 배달료의 산정 방식을 결정하고, 레벨업 제도, 페널티 제도 등을 통해 특정 배달 주문을 수락하도록 유도하기는 했지만 최종 수락 여부는 라이더가 결정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B 사가 위탁 라이더 의사에 반해 특정 주문 건을 강제로 배차했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똥콜을 처리하기 위해 레벨업에 필요한 점수를 부여하거나 현금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제도를 운용한 것은 강제 배차의 부작용을 감안해 강제 배차가 불가피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A 씨는 회사가 업무 방식과 복무 규정을 정하고 복장 통제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A 사가 상황별 대응 요령을 마련한 것은 구체적인 업무방식을 지시했다기보다 배달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가맹점이나 고객과 불필요한 분쟁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 효율적인 업무 수행을 돕기 위한 것"이라며 "슬리퍼 착용을 금지한 것은 B 사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보호 의무와 업무상 재해 방지 의무를 이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B 사가 라이더들의 근무 장소와 시간을 정했다는 점도 부정했다. 재판부는 "라이더들은 배달 수행 도중 자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었고 그 시점과 기간에 특별한 제한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법원 "근로자성 무리한 확장 시 산업 위축" 우려
 
재판부는 플랫폼 종사자의 보호 필요성이 있더라도 근로자성 인정이 아닌 별도 입법을 통해 보호해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재판부는 "플랫폼 노동 종사자를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포섭해 보호할 필요성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근로기준법상 사용 종속관계가 인정되지 않음에도 보호 필요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는 것은 입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플랫폼 노동 종사자 보호는 근로기준법 개정 등 입법적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법 적용 범위를 무리하게 넓히는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는 타다 드라이버의 근로자성을 부정했던 1심 판결에서도 등장했던 판단이다. 이 판단은 2심에서 뒤집혔고 지난달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번 재판부는 타다 판결에서 한발 더 나아가 근로자성 확대로 인해 플랫폼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내비쳤다. 재판부는 "플랫폼 노동자의 보호 필요성을 들어 근로기준법의 적용 범위를 무리하게 확장했을 때 플랫폼 산업이 위축되고 결과적으로 당초에 보호하려고 했던 노동자의 일자리를 없애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준희 광운대 법학부 교수는 "이번 판결은 근로자성 인정 문제가 법 해석이 아니라 새로운 입법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점을 재확인 시켜준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판결 가른 플랫폼 노동자의 '업무 자율성'…항소심 판단 달라질까
 
이번 판결은 지난달 선고된 타다 드라이버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과 결론이 달라 그 차이점이 무엇인지 주목받고 있다. 타다 판결은 플랫폼 종사자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이 대법원에서 인정된 첫 사례다.
 
두 판결 차이는 업무 자율성에서 두드러진다. 타다는 협력업체에 근태관리 자료를 배포해 운전 업무 수행 절차와 방법을 정했고, 이를 위반한 드라이버를 제제하는 등 드라이버의 업무 자율성이 낮았다. 또한 드라이버들은 앱이 지정한 대기 장소에서 호출을 대기해야 했다. 일감의 배분과 수행 방법도 타다가 지정했다.
 
그러나 B 사 위탁 라이더들은 배달 콜 수락 여부, 배달 경로 선택을 라이더가 자율적으로 결정했다. 패널티 제도, 레벨업 제도, 할증 배달료 등 기피 콜 수행을 유도하는 제도가 있었지만 강제 배차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만 항소심에서 판결이 변화할 가능성도 있다. 타다 사건도 1심과 2심의 사실관계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결론은 달랐다.
 
또한 타다 대법원 판결은 이번 판결이 나온 이후에 선고됐다. 대법원이 플랫폼 종사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상황에서 항소심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대법원은 타다 판결에서 플랫폼 종사자의 근로자성을 판단할 때는 사업구조, 온라인 플랫폼 알고리즘 영향 등을 고려하라고 판단해야 한다고 제시한 바 있다.
 
이 교수는 "이번 판결이 타다 사건과 결론이 다른 주요한 이유는 배달 라이더와 타다 드라이버의 업무 개시 시기, 업무 장소 등 근로관계 종속성에 차이가 있었다는 점"이라며 "다만 이번 사건도 타다 사건처럼 항소심에서 판결의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출처: 2024년 08월 07일, 월간노동법률, 이재헌ㆍ이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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