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남양연구소 ‘소방업무’는 불법파견” 대법서 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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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에서 소방업무를 한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가 현대차의 근로자라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또 나왔다. 지난 6월 현대차 전주공장에서 소방업무 불법파견이 인정된 데 이어 이번엔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같은 판단이 나왔다.
29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 23일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소방업무를 한 A 씨 등 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 중 일부를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원심 "소방업무, 특수성 있어 원청 연락 필요해…불법파견 아냐"
소송을 제기한 A 씨 등은 협력업체 소속으로 현대차 남양연구소에서 소방업무를 한 소방대원이다. 이들은 소방대 내 '진압반' 소속으로, 24시간 화재를 감시하고 화재가 발생하면 진압하는 업무를 했다. A 씨 등은 화재보고서를 작성해 현대차에 보냈으며, 현대차 업무용 전산시스템을 이용하기도 했다. A 씨 등은 현대차로부터 지휘ㆍ명령을 받아 일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1심은 "현대차가 A 씨 등으로부터 일일안전순찰일지나 화재진압보고서 등을 송부받긴 했지만, 결재를 한다거나 이를 기초로 업무수행 능력을 평가하진 않았다"며 "현대차가 협력업체 소속 소방대장을 통해 A 씨 등에게 전달한 건 위탁업무의 수행 범위와 내용을 지시하고 이를 확인하는 수준의 지시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협력업체 소속 소방대장은 A 씨 등 소방대원들에게 업무매뉴얼과 근무지침을 제공해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소방대원에 대한 당직, 휴게시간도 소방대장이 결정했다.
1심은 "협력업체는 소방대원의 선발에 독자적 권한이 있고, 현대차의 개입은 보이지 않는다"며 "협력업체는 근로자 선발, 작업 내용, 배치, 근무 태도 등에 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했다"고 판단했다.
2심도 1심과 같은 판단을 했다. A 씨 등은 현대차가 작업 내용과 방법, 순서가 담긴 업무표준서를 제공하고 이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심은 "현대차 안전환경팀 직원들은 신속한 사고 대응 및 사고 예방과 화재시설 안전관리를 위해 관련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며 "현대차는 협력업체가 위탁업무수행 결과로 발견한 점검사항과 특이사항을 일지 등으로 작성해 현대차 직원에게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특히 소방업무의 특수성을 강조했다. 2심은 "소방업무는 업무 특성상 신속한 문제 발견 및 대응이 필요해 현대차 근로자와 A 씨 등이 서로 협조해 긴밀하게 연락할 필요성이 존재한다"며 "따라서 위탁업무를 수행하면서 연락을 주고받거나 소방대장으로부터 회사의 업무요청을 전달받아 업무 수행이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 현대차가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했다.
대법 "10년 새 업무수행 방식 달라졌을 것…다시 살펴야"
그러나 대법원은 일부 판단을 뒤집었다. 원고 3명 중 A 씨에 대한 부분은 파기환송하고 나머지 2명의 상고는 기각했다.
판단을 가른 건 '직접고용 간주 기간'이었다. A 씨는 2000년 5월부터 2002년 5월까지 근무했지만, 나머지 2명은 훨씬 뒤인 2014년 9월 및 2016년 10월에 근무했다. 근무 시기가 10여 년 차이 나는 만큼 A 씨가 근무했던 때와 나머지 2명이 근무했던 때는 업무수행 방식 등이 달랐을 텐데 원심이 이를 살펴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대법원은 "나머지 2명이 근무했을 때 소방업무가 수행된 방식, 현대차와 협력업체의 역할 등이 A 씨의 대상 근무기간 동안에도 동일했을 거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 씨가 근무할 당시엔 현대차 남양연구소의 소방대장이 현대차 직원이었고, 그 밑에서 A 씨를 포함한 협력업체 직원들의 업무를 총괄한 것도 현대차 직원이었다. 또한, A 씨는 소방 관련 학과를 졸업하거나 소방 관련 자격증을 보유하지 않아 당시 협력업체가 충분한 인적 자원을 갖추고 있었는지도 불분명했다.
대법원은 "A 씨는 대상 근무기간 동안 현대차로부터 지휘ㆍ명령을 받으며 회사에 근로를 제공했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다. 그런데도 원심은 대상 근무기간 동안 A 씨가 회사와 어떤 관계에서 어떤 방식으로 소방업무를 수행했는지 구체적으로 심리하지 않은 채 A 씨의 근로자파견관계를 부정했다"고 판시했다.
출처: 2024년 08월 29일, 월간노동법률, 이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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