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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법원, 노동청 판단 뒤집고 ‘프리랜서 트레일러 기사’ 근로자성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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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47회 작성일 24-09-1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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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트레일러 기사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앞서 고용노동청이 같은 회사에서 같은 조건으로 일하는 프리랜서 트레일러 기사의 근로자성을 부정한 뒤 나온 판결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또 법원은 노동청이 근로자성을 부정했더라도 근로복지공단이 이를 전제로 산재 승인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울산지방법원 제1행정단독 사공민 판사는 A 운송회사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보험 급여 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사 판사는 "A 운송회사에서 일한 프리랜서 트레일러 기사 B 씨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된다"며 "근로복지공단의 요양보험 급여 결정 승인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직영 기사와 동일업무' 프리랜서 기사, 근로자성 '인정'
 
A 운송회사는 운송업무를 위해 13명의 직영 트레일러 기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15명의 프리랜서 트레일러 기사와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프리랜서 트레일러 기사 B 씨는 2023년 1월 A 사 사업장 내에서 다른 기사의 차량 이동을 돕다가 왼쪽 다리가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B 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보험 급여를 신청했다.
 
근로복지공단은 B 씨의 신청을 승인했지만 A 사는 B 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며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프리랜서 기사의 업무가 직영 기사와 다르지 않다고 봤다. 사 판사는 "계약의 형태는 다르지만 프리랜서 기사와 직영 기사의 업무 내용엔 차이가 없다"며 "프리랜서 기사도 A의 거래처에서 배차 지시를 받아 운송업무를 수행한 뒤 차량 운행 상황을 어플리케이션에 기록했다"고 했다.

B 씨의 용역계약서엔 출퇴근 시간이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았지만, 법원은 B 씨가 A 사가 지정한 근무시간과 장소에 구속됐다고 봤다. 사 판사는 "B 씨는 주6일, 정해진 시간에 A 사의 운송업무를 담당해 왔다"며 "휴가, 조퇴도 A 사 허락이 있어야 가능해 사실상 A 사가 지정한 근무시간과 장소에 구속됐다"고 판단했다.
 
A 사가 B 씨의 운행차량 보험료, 유류비, 수리비를 부담한 점도 법원이 근로자성을 인정한 이유로 작용했다.
 
사 판사는 "A 사가 B 씨의 운행차량 보험료, 유류비, 수리비를 부담했고 트레일러도 B 씨가 아닌 A 사 명의였다"며 "B 씨가 독립적인 사업주의 지위에서 운송업무를 수행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법원은 B 씨가 받은 운송료가 근로 제공의 대가라고 판단했다. B 씨는 용역계약서에 따라 운송 매출의 35%를 운송료로 받았다. 사 판사는 "B 씨가 임금이 아닌 운송료 명목으로 금전을 지급받았지만 업무 특성상 B 씨가 매월 지급받은 운송료도 차이가 크지 않다"며 "용역 업무 완수의 대가가 아닌 근로 제공의 대가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이어 법원은 B 씨가 근로계약이 아닌 용역계약을 맺고 사업소득세를 납부한 점만으로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사 판사는 "B 씨의 사업소득세 납부는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A 사가 임의로 정할 수 있는 사항"이라며 "B 씨가 사업소득세를 납부했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성이 부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앞서 노동청 '같은 회사' 프리랜서 기사 근로자성 '부정'
 
이번 판결이 있기 전 앞서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A 사에서 B 씨와 같은 조건의 프리랜서 기사로 일한 C 씨의 근로자성을 부정한 바 있다. 이번 법원 판결은 노동청과는 정반대의 판단을 한 셈이다. C 씨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전제로 퇴직금 청구 진정을 제기했지만 노동청은 C 씨가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A 사는 근로복지공단이 앞선 노동청 판단에 따라 B 씨의 근로자성을 부정하고 이를 전제로 요양보험 급여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 판사는 "사건의 사실관계로 보아 B 씨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된다"며 "B 씨의 근로자성이 인정돼 근로복지공단은 노동청 판단과 다른 내용의 처분을 B 씨에게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의 판단이 근로복지공단을 기속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노동청이 근로자성을 부정했더라도 근로복지공단이 이를 전제로 산재 승인 여부를 판단하지 않아도 된다는 지적이다.
 
법원이 노동청보다 근로자성을 폭넓게 인정하면서 노동청에서 판단하는 근로자성 판단기준을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은성 샛별노무사사무소 공인노무사는 "노동청은 법 위반에 대해 형사처벌을 해야 하는 기관이어서 민사, 행정 법원보다 근로자성을 좁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를 감안하더라도 노동청의 근로자성 인정은 지나치게 좁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동청도 이번 법원 판결처럼 다양한 노동형태를 인정하고 기본급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 노무사는 이번 판결에서 노동청 판단이 근로복지공단을 기속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한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하 노무사는 "형사처벌 여부를 결정하는 노동청 판단의 기속력이 산재 인정 여부를 결정하는 공단 판단을 기속해서는 안 된다"며 "노동청 판단이 공단을 기속하지 않는다고 법원이 판결문에 명시한 점은 의미가 있다"고 했다.
 
출처: 2024년 09월 05일, 월간노동법률, 이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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