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없으면 0원’ 시간강사…대법원 “강의 안 준 학교 책임…휴업수당 지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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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배정받지 못해 계약기간 6개월간 한푼도 받지 못한 대학교 시간강사에게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강의를 배정하지 않은 책임이 학교에 있다고 보고 평균임금 70%에 해당하는 휴업수당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13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제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경상국립대학교에서 시간강사로 일했던 A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A 씨는 경상국립대 대학원에서 시간강사로 일했다. 학교와는 1년 단위로 임용계약을 해 2019년 9월부터 2022년 8월까지 3년간 총 여섯 학기를 일했다. 그런데 학교는 2022년 1학기에 A 씨에게 강의를 배정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A 씨는 2022년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간 급여를 받지 못했다.
A 씨는 학교가 강의를 배정하지 않아 휴업했다며 근로기준법상 휴업수당을 요구했다. 근로기준법 46조 제1항은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하는 경우 사용자는 휴업기간 동안 그 근로자에게 평균임금의 100분의 70 이상의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학교는 전임교원의 강의 비율을 60% 이상 유지해야 하는 학과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따라서 자신들에게 귀책사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학교는 A 씨에게 강의를 배정하지 않은 2022년 1학기에 개설한 강의 모두를 전임교원에게 배정했다.
또, 임용계약서에 '강의가 없는 학기는 별도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에 휴업수당 지급 의무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원심은 A 씨 측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A 씨는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했다"며 "A 씨에게 월 평균임금의 70%에 해당하는 휴업수당 약 35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원심은 "전임교원의 강의 비율이 60%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는 건 기본적으로 학교의 세력범위 내에서 발생한 일이므로 이를 불가항력이라고 주장하기 어렵다"고 봤다. 실제 이 학과의 전임교원 강의 비율을 살펴봤더니 2020년 1학기부터 2021년 1학기까지 차례로 54.7%, 57.1%, 40%를 기록해 60% 미만이었다. 재판부는 "전임교원 강의 비율 60%를 매학기별로 엄격하게 맞출 필요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강의가 없는 학기는 별도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계약도 무효라고 봤다. 원심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한정해 무효"라며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A 씨가 휴업하게 되면 휴업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대법원도 원심과 같은 판단을 해 원심이 확정됐다.
A 씨 측을 대리한 직장갑질119 대표 윤지영 변호사는 "애초 근로기준법의 취지가 근로시간을 측정하고 그 시간만큼 일한 임금을 보장하라는 것이고, 그 내용을 근로계약을 맺을 때 예정ㆍ특정하라는 것"이라며 "이 규정은 불안정 노동을 하는 시간강사에게도 당연히 적용돼야 하는데, 학교가 마음대로 강의시간을 조정하면서 휴업수당 지급 의무를 면탈했다"고 지적했다.
윤 변호사는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이번 판결은 학교가 시간강사의 강의시간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출처: 2024년 08월 13일, 월간노동법률, 이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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