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하나증권 임금피크제는 무효…연령 차별에 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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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증권의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하나증권의 임금피크제가 정년 연장 대신 임금을 삭감하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라고 보고,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을 금지하는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22일 노동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민사23단독 김유성 판사는 하나증권에서 일하다 퇴직한 A 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2022년 대법원 판결 이후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을 다투는 하급심 소송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례적으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가 유효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법원 "임금 총액 유사ㆍ감액에도 대상 조치 없어"
A 씨는 1990년 하나증권에 입사해 2021년까지 일하다 희망퇴직했다. A 씨는 회사의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줄어든 임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나증권이 임금피크제를 도입ㆍ시행한 건 2017년 3월이다.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의 임금을 ▲만 55세엔 피크임금의 80% ▲만 56세엔 피크임금의 60% ▲만 57~59세엔 피크임금의 40%로 조정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2021년 3월엔 제도를 개편해 ▲만 56세엔 피크임금의 60% ▲만 57세엔 피크임금의 50%로 적용기간과 조정률을 변경했다.
A 씨는 변경 전 임금피크제와 변경 후 임금피크제 둘 다 적용받았다. A 씨가 퇴직 시까지 적용받은 조정률은 △2019년 9월부터 피크임금의 80% △2020년 9월부터 피크임금의 60% △2021년 9월부터 피크임금의 50% 수준이었다.
우선 법원은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라고 판단했다. A 씨가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라고 주장한 것과는 다른 판단이다. 정년연장형은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임금을 삭감하는 것을, 정년유지형은 정년 연장 없이 임금을 삭감하는 것을 의미한다.
A 씨는 하나증권에서 고령자고용법상 정년이 60세로 연장된 2016년이 아닌 2017년 3월에 임금피크제가 도입됐기 때문에 정년 연장과 상관없이 제도가 도입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노사가 정년 연장이 배경이 돼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면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가 동시에 도입되지 않더라도 정년 연장형 임금피크제로 봐야 할 것"이라며 "따라서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 도입 사이의 시간적 간격만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를 정년유지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법원은 하나증권의 임금피크제가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A 씨를 차별했다고 본 것이다.
앞서 2022년 대법원은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 도입 여부와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 사용 목적 등에 따라 합리성이 인정되지 않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고 판단한 바 있다.
김 판사는 "임금피크제가 시행되지 않았다면 근로자들은 만 55세에 도달한 때부터 정년인 만 58세에 이르기 전까지 3년간 고정급여의 300% 상당액을 지급받을 수 있었는데, 임금피크제가 시행되면서 만 55세부터 5년간 지급받을 수 있는 고정급여는 변경 전 임금피크제에 따르면 260%, 변경 후 임금피크제에 따르면 310%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년 연장 및 임금피크제의 시행 전과 비교할 경우 연장된 근무기간을 실질적으로 무임금으로 일하는 것과 다름없거나 오히려 지급받을 수 있는 임금액이 감소한다면 정년 연장이 근로자에게 어떠한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꼬집었다.
임피제 분쟁 계속…정년연장형도 리스크 따져봐야
2022년 대법원 판결 이후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소송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경우 이를 유효하다고 본 법원 판단이 우세한데, 이번 판결은 이례적으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번 하나증권 판결에서 법원은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에 주목했다. 임금피크제 시행과 함께 정년이 2년 연장되긴 했지만,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들이 지급받게 되는 임금 총액은 유사하거나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에 따른 노동시간 단축, 업무경감, 업무 변경 등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도 일절 없었다. 임금피크제로 감액한 재원을 청년 신규 채용 확대 등에 사용한 것도 아니었다.
판례가 쌓이면서 임금피크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법적 리스크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주리 노무법인 더원인사노무컨설팅 공인노무사는 "최근 판례에서는 정년연장형의 경우라도 임금 감액이 과도할 경우 그러한 불이익에 대응하는 적정한 대상 조치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정당성 판단을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임금피크제를 적정하게 시행하기 위해서는 정년연장 여부, 감액의 규모 등 근로자의 불이익의 정도, 업무량 조정 등 대상 조치의 적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출처: 2024년 08월 22일, 월간노동법률, 이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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