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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리는 임피제 판결…임피제 적법 도입에 필요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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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25회 작성일 25-04-14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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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 유ㆍ무효를 가르는 주요 쟁점으로 '근로자의 불이익 정도'와 '대상 조치의 적절성'이 중요해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임금피크제 판단이 계속 엇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적법한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선 '대상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대상 조치'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 준수'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2016년 고령자고용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정년이 60세로 연장되자 이를 전후로 기업들이 임금피크제를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이와 함께 기업이 도입한 임금피크제가 적법한가를 두고 소송전이 벌어졌다.

소송이 빗발치자 결국 대법원이 한차례 정리에 나섰다. 2022년 대법원은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 도입 여부와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 사용 목적 등을 기준으로 임금피크제 적법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보조 지표였던 삭감률…이제는 삭감률도 중요?

그러나 대법원이 판단기준을 제시한 이후에도 임금피크제 유ㆍ무효 판단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그간 법원은 임금피크제가 적법한지 판단할 때 임금삭감률이 과도한지를 직접적으로 살피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임금삭감률 그 자체가 과도한지 여부를 본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월 1심 판결을 뒤집고 A&D신용정보 임금피크제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A&D신용정보는 근로자의 연령이 60세가 되기 5년 전부터 임금피크제를 실시했다.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5년간 임금 삭감률은 평균 62%였다. 임금피크제 실시 4년차와 5년차는 삭감률이 70%였다.
 
금융권 임금피크제에서 임금삭감률 70%는 이례적인 삭감률에 해당한다. 지난해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공공ㆍ민간ㆍ금융권 69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임금피크제 평균 임금삭감률은 35%였다.

그럼에도 1심은 회사 손을 들었다. 1심은 "임금삭감률이 다소 높지만 정년 연장으로 근로자들이 임금 총액 측면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됐다"며 "임금피크제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2심은 1심을 뒤집고 임금피크제가 위법하다고 봤다. 2심은 "삭감률 70%는 동종 업계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준"이라며 "임금 감액 정도가 종전 임금의 과반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임금피크제 대상자에 대한 대상 조치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상자에 대한 업무 조정이 없고 일부 기간에 대한 특별성과급을 지급했다는 것만으로는 대상 조치가 불충분하다"며 "임금피크제가 위법하다"고 했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법원은 이전까진 임금피크제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할 때 정년연장 전후의 임금 총액을 비교해왔지만 최근에는 임금삭감률 그 자체가 과한지도 보고 있다"며 "평균임금에서 30%를 삭감하는 휴업급여가 어느 정도 기준점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휴업급여는 일을 하지 않고 휴업을 해도 받는 금액인데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휴업급여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한다면 부당하다고 보고 있다"며 "앞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기업의 경우 임금삭감률이 지나치지 않도록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상 조치는 임피제에 대한 '직접적'조치여야"
 
그렇다면 임금삭감률이 과도하면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공식이 생긴 걸까. 그렇지 않다. 임금삭감률이 과도해도 이에 상응하는 대상 조치가 적절하다면 임금피크제가 적법하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있다.
 
최진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A&D신용정보 사건처럼 법원이 임금삭감률이 과도하다고 판단했더라도 이에 상응하는 대상 조치가 인정됐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며 "임금삭감률이 높더라도 이에 상응하는 대상 조치가 있다면 법원이 임금피크제가 적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상 조치가 적절하다고 인정되기 위해선 대상 조치가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에 대한 직접적 조치여야 한다. 정 변호사는 "법원에서 대상 조치가 적법하다고 인정되기 위해서는 '근로시간 단축', '업무책임 경감' 등 대상자의 임금 삭감에 따른 직접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도 "법원에서 근로시간 단축, 업무의 양적ㆍ질적 경감, 대상자들에 대한 평가기준 완화, 공로연수 등을 적절한 대상 조치로 인정하고 있다"며 "정년 연장으로 인한 임금과 복리후생 증가가 큰 경우에는 그 자체로 대상 조치로 인정되기도 한다"고 했다.

이때 퇴직을 전제로 한 간접적인 조치, 가령 희망퇴직과 재고용 프로그램 등은 법원에서 대상 조치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

일각에선 법원이 적정한 대상 조치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종수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적절한 대상 조치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대법원이 명확하게 정리하는 판결이 나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절차도 중요…'회의 개최 입증ㆍ설명 의무 이행' 필수
 
앞에서 설명한 조치들을 다 이행했더라도 임금피크제 도입 절차에 문제가 있다면 위법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법원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를 준수해야 도입 절차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 적법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의 동의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다.

동의를 구하기 전 단계도 중요하다. 회사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공고 과정을 거치고 근로자에게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할 의무가 있다. 이 단계를 제대로 거치지 않으면 임금피크제가 위법하다고 판단될 수 있다.
 
지난해 서울고등법원은 롯데쇼핑 임금피크제 사건에서 사내 전산망에 임금피크제 내용을 게시한 것만으로는 취업규칙 변경에 대한 적절한 공고와 설명이 아니라고 봤다. 또한 회사와 임금피크제를 합의한 노조가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가 아니고, 교섭 내용과 방식도 근로자들에게 공유되지 않아 절차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최 변호사는 "회사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때 근로자들이 알 수 있도록 내용을 공지하고 이에 대해 설명의무까지 이행해야 한다"며 "근로자에 대한 개별적인 회유, 강요가 있으면 위법하고 '자율적'으로 근로자의 동의를 받는 것이 포인트"라고 말했다.
 
정 변호사도 "대부분의 경우에서 법원은 임금피크제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라고 판단해 이와 관련된 절차를 지키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가 적법하려면 임금피크제 내용에 대한 설명회 개최와 더불어 근로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자유로운 의견 교환의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 대법원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동의가 '회의 방식'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봤다. 특히 회의가 실제로 있었는지에 대해 엄격한 입증을 요구했다.
 
김 변호사는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한 동의가 회의 방식으로 이루어졌는지가 쟁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재판부가 회사에 회의가 실제 이루어졌다는 것에 대해 엄격한 입증을 요구한다"며 "단순히 회의를 열었다는 사실 확인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실제 회의 사진 등이 있어야 법원이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로자가 한 번에 모이지 못하는 경우 법원이 부서별 동의도 인정하고 있다"며 "다만 이 경우 회의 이후에 온라인 등에서 근로자들이 별도의 의견수렴절차를 거쳤는지까지 확인해 기업들은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했다.
 
최 변호사도 "회의 방식을 통해 동의 절차를 거쳤는지가 임금피크제 절차의 적법성 판단에서 중요한 쟁점"이라고 했다.


출처 : 이재헌 기자, 엇갈리는 임피제 판결…임피제 적법 도입에 필요한 것은?, 월간노동법률, 2025년 4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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