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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인사 차별로 인한 임금 불이익도 하나의 계속된 부당노동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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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36회 작성일 25-04-18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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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파괴를 목적으로 노조 조합원에게 하위 인사고과를 부여해 임금 감소를 낳은 일련의 과정이 여러 단위 기간에 걸쳐 일어난 일이어도 하나의 부당노동행위가 계속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회사의 인사ㆍ승진 차별 등으로 발생한 임금상 불이익까지를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 대상으로 인정하는 새로운 법리를 제시했다.
 
15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지난 3일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테크윈지회(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지회)와 조합원 242명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노동위 '구제신청 각하'에 소송전으로
 
2014년 12월 삼성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금속노조 삼성테크윈지회(지회)와 삼성테크윈노조(기업노조)가 연달아 설립됐다. 회사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지회 조합원들에게 하위 인사고과를 부여하고 승격을 누락했다. 이에 지회는 회사가 지회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위 인사고과를 부여하고 승격을 누락한 것은 불이익 취급 및 지배ㆍ개입의 부당노동행위라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그러나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구제신청을 각하했다. 문제가 된 건 지회가 구제신청을 한 날짜였다. 지회가 구제신청을 한 날짜는 2019년 8월 30일로, 인사고과 통보일(2019년 1월 말)과 승격일(2019년 3월 1일)로부터 3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노동조합법 제82조 2항에 따르면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은 부당노동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 이때 부당노동행위가 '계속하는 행위'일 경우 그 종료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구제신청을 해야 한다.
 
경남지노위는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제척기간이 지났다며 구제신청을 각하했다. 이어 중앙노동위원회도 초심 판정을 유지했다. 중노위 판정에 불복한 지회는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엇갈린 하급심…2심 "구제신청 제척기간 지났다"
 
쟁점은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제척기간을 도과했는지' 여부로 떠올랐고, 그중에서도 회사의 부당노동행위가 '계속하는 행위'로 인정될 것인가로 좁혀졌다.
 
부당노동행위가 계속하는 행위로 인정되려면 ▲1개의 부당노동행위가 일정 기간 계속되는 경우 또는 ▲여러 개의 부당노동행위 사이에 부당노동행위 의사의 단일성, 동일성ㆍ동종성, 시간적 연속성이 존재하는 경우여야 한다.
 
지회는 조합원에게 하위 인사고과를 부여하고 승격을 누락해 '임금상 불이익'을 준 것까지를 하나의 부당노동행위가 계속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지회 손을 들어줬다. 1심은 "회사는 지회가 구제신청을 한 2019년 8월 30일까지 지회를 소수노조로 만들어 단체교섭권을 배제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위해 지회 조합원들에게 하위 인사고과를 부여하고 승격에 불이익을 주고 차별적인 임금을 지급하는 행위를 지속하는 등 반노동조합이라는 단일한 의사를 가지고 있는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1심 판단을 뒤집었다. 2심은 지회가 구제신청을 할 당시 '하위 인사고과 부여'와 '승격 누락'만 부당노동행위로 특정했을 뿐, 그 결과인 임금상 불이익은 부당노동행위로 특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즉, 임금상 불이익은 구제신청기간이 지났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봤다.
 
2심은 마지막 승격 통보일인 2019년 3월 1일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구제신청 제척기간이 지났다고 판단했다.
 
또한 2심은 "구제신청기간을 단기간으로 제한한 것은 사실관계의 증명과 구제명령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회의 주장대로 구제신청기간 진행 및 도과 여부를 판단한다면 구제신청기간을 단기간으로 제한한 취지가 완전히 없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 "임금 불이익도 부노 '계속 행위' 인정"
 
대법원에서 2심은 또 뒤집혔다. 회사가 2018년에 준 인사고과와 2019년에 한 승격 통보는 조합원들 임금에 2019년 3월부터 2020년 2월까지 영향을 미쳤다. 대법원은 이를 두고 "같은 단위 기간에 관해 이루어진 것이므로 하나의 '계속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단위 기간을 달리하는 인사고과 부여 등과 이에 기한 임금 지급은 원칙적으로 하나의 '계속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다만 사용자가 여러 단위 기간 동안 단일한 의사와 유사한 방식으로 미리 수립한 계획에 따라 일련의 부당노동행위를 실행했다는 등의 사정이 드러난 경우에는 단위 기간을 달리하는 인사고과 부여 등과 임금 지급 사이에서도 '계속하는 행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지회의 구제신청은 2019년 8월 30일 제기됐다"며 "지회가 구제신청 중 2018년의 인사고과 부여 등과 2019년의 임금상 불이익에 관한 부분을 노동위원회 구제절차에서 부당노동행위로 주장했다면 그 전부가 구제신청기간을 준수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구제신청 당시 지회가 임금상 불이익을 부당노동행위로 특정했다고 봤다. 특정하지 않았다고 본 원심과는 다른 판단이다.
 
대법원은 "근로자나 노동조합이 구제받고자 하는 사항은 민사소송의 청구취지처럼 엄격하게 해석할 것은 아니고 신청 취지로 봤을 때 어떠한 구제를 구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을 정도면 된다"고 판시했다.
 
지회가 제출한 구제신청서엔 2018년 하위 인사고과 부여, 승격 탈락과 이에 따른 임금상 불이익을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해달라고 명시돼 있었다. 또, 지회는 노동위원회에서 하위 인사고과로 인해 임금상 불이익이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대법원은 "그렇다면 구제신청 절차에서 지회가 2018년 인사고과 부여 등과 2019년 임금 지급을 모두 부당노동행위를 구성하는 구체적인 사실로 주장했다고 봐야 한다"며 "2018년의 인사고과 부여 등과 2019년의 임금 지급은 하나의 '계속하는 행위'에 해당하므로 이에 관한 지회의 구제신청 부분은 구제신청기간을 도과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인사 차별' 부당노동행위 구제길 확장
 
이번 판결로 법원이 부당노동행위를 '계속하는 행위'로 인정하는 기준을 확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은 "단위 기간을 달리하는 인사고과 부여 등과 이에 기한 임금 지급은 원칙적으로 하나의 '계속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기존 법리를 인용하면서도, 이번 사건처럼 지회 조합원을 대상으로 매년 인사고과를 낮게 준 계획과 사정이 드러난 경우엔 단위 기간이 달라도 계속하는 행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지회 측 대리를 맡은 김두현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특정 노조 조합원을 대상으로 낮은 고과를 주거나 승진을 차별하는 부당노동행위가 발생했을 때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더 열리게 됐다"며 "노조 파괴가 일어나고 있는 현장에선 큰 의미를 가지는 중요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대법원이 새로운 법리를 제시한 부분이다. 대법원은 하위 인사고과와 승격 누락의 결과로 '임금상 불이익을 받은 것'까지를 하나의 부당노동행위가 계속된 것이라고 판단하고 임금상 불이익도 구제명령 대상으로 인정했다.
 
김 변호사는 "부당노동행위의 일환으로 하위 인사고과를 줬다면 이로 인한 임금상 불이익도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 대상이 돼야 하는데, 그간 노동위원회에선 하위 인사고과만 부당노동행위로 인정하고 임금상 불이익은 구제명령 대상으로 보지 않았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은 새 법리를 제시해 임금상 불이익도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출처 : 이동희 기자, 대법 “인사 차별로 인한 임금 불이익도 하나의 계속된 부당노동행위”, 월간노동법률, 2025년 4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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