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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개입 좌편향 프로그램” 발언…법원 “부당노동행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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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119회 작성일 25-07-0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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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공사(KBS)가 진보 성향의 시사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뉴스 앵커를 교체한 것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진현섭)는 지난 5월 29일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외비 문건, '작성자ㆍ일자 無'…"부노 증거 안 돼"

언론노조는 지난 2023년 박민 전(前) KBS 사장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박 전 사장과 대립각을 세웠다. 박 전 사장은 청문회에서 "KBS 보도와 경영에 노조가 개입해 공영방송이 노영방송이 되는 경향이 있지 않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 KBS에 좌편향 지적을 받는 프로그램이 있어 국민 신뢰를 지키기 위해 진행자, 출연자 개선 여지가 있으면 개선하겠다"고 답해 언론노조의 공분을 샀다.
 
박 전 사장은 취임 후에도 "불공정 편파보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자와 PD를 즉각 업무에서 배제하고 엄정 징계하겠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었다. 실제 박 전 사장 취임 후 시사 프로그램 '더 라이브'가 폐지됐고 '주진우 라이브', '최강 시사'의 진행자가 교체됐다. 다수의 뉴스 프로그램 앵커도 교체됐다.
 
이어진 KBS 국ㆍ부장급 인사 발령에선 승진자 18명 중 언론노조 조합원은 1명으로 확인돼 부당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승진한 언론노조 조합원도 발령 후엔 언론노조를 탈퇴했다.
 
결국 언론노조는 ▲박 전 사장의 발언들 ▲시사 프로그램 폐지 ▲앵커 교체 ▲인사 발령이 부당노동행위라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다. 서울지노위는 기각 결정을 했고 중앙노동위원회도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에 언론노조는 중노위를 상대로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제재 61회ㆍ광고 감소…법원 "프로그램 폐지에 이유 있다"

하지만 법원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법원은 중노위의 재심 판정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언론노조는 'KBS 대외비 문건'이 박 전 사장의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KBS 대외비 문건에는 △'언론노조 중심의 노영방송 체제 단절 △불공정 편파 왜곡 가짜뉴스 근절 등을 통해 KBS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법원은 대외비 문건에 작성자와 작성 일자가 적혀있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박 전 사장이나 KBS가 문건 작성에 가담했는지 알 수 없어 노조에 관한 인식을 추단할 수 있는 문서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시사 프로그램 폐지와 변경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간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지속적으로 제재 조치를 받고 광고 수익이 부진했던 점을 이유로 꼽았다.
 
재판부는 "박 전 사장 취임 후 편성이 변경된 시사 프로그램들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방통위로부터 61회의 제재조치를 받고 상당수의 시청자들에게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고 지적을 받아왔다"며 "이러한 제재와 지적을 받던 프로그램의 편성을 변경한 것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행위"라고 했다.
 
법원은 뉴스 앵커 교체와 인사 발령도 정당한 인사권 행사라고 봤다. 재판부는 "앵커 교체 중 6건은 조합원인 앵커가 비조합원으로 교체된 것이지만 5건은 교체된 앵커가 조합원이었다"며 "노조 지배ㆍ개입을 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KBS 인사 규정은 평직원이 국ㆍ부장급의 상위직급을 부여받고 다시 평직원으로 전보받는 순환보직제"라며 "조합원의 상위직급 전보가 다소 적더라도 이것만으로 조합원에게 불이익을 의도한 것이나 노조에 대한 지배ㆍ개입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편파 보도 징계 발언은 단순 견해 표명"
 
법원은 박 전 사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단순한 견해 표명에 불과해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박 전 사장의 인사청문회에서의 발언은 사장 취임 전에 일어난 것으로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의 발언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발언 자체도 신임 사장으로서 조직 개혁을 위한 의지, 언론관 등에 대한 견해 표현에 불과하고 노조에 대한 불이익을 예고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자회견에서의 발언도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한 프로그램을 제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이것이 노조 지배ㆍ개입 의사를 나타낸 발언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동일 법률사무소 해방 대표변호사는 이번 사건에서 노조에 대한 발언이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되기 위해선 노조에 대한 비판 견해를 표명하는 것 이상의 발언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노조에 대한 사용자의 발언이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되려면 단순히 비판적 견해를 표명하는 것을 넘어 노조 조직과 운영을 지배하고 개입하려는 의사가 인정돼야 한다"며 "단순히 경영철학, 언론관 등에 따른 소신을 밝히는 것만으로는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되지 않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부당노동행위 입증책임이 노조에 있어 추가적인 증거 제시 없이는 항소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정 변호사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노조와 근로자에게 있다"며 "이번 사건에서 KBS가 순환보직제, 조합원 비율, 폐지 프로그램의 광고 수익 감소 등 관련 자료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 법원 판단에 큰 영향을 줬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사 발령이 조합원에게 불이익을 주고, 노조 가입을 이유로 조합원을 차별했다는 새로운 증거를 노조에서 제시하지 못한다면 항소심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출처 : 이재헌 기자, “노조 개입 좌편향 프로그램” 발언…법원 “부당노동행위 아냐”, 월간노동법률, 2025년 7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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