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동이슈

대법 “소수노조 징계, 교섭대표노조로만 징계위 구성하면 공정대표의무 위반”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15회 작성일 25-07-29 08:56

본문

소수노조 조합원을 징계할 때 교섭대표노조 조합원으로만 근로자측 징계위원을 구성한 것이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이 징계절차에서 공정대표의무 위반 여부 쟁점을 판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은 "회사가 소수노조 조합원을 근로자측 징계위원으로 선임하지 않아 소수노조는 징계에 대한 참여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없었다"며 이를 절차상 중대한 하자로 보고 징계를 무효로 판단했다.
 
24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제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 18일 버스기사 A 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징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깨고 일부 파기환송했다.
 
무단 조퇴로 징계했는데…공정대표의무 위반?

 
A 씨는 제주에 위치한 한 운수회사에서 버스기사로 일했다. A 씨는 지난 2020년 4월 8월 아침 회사에 출근해 관리자와 말다툼을 벌이다 "일을 못하겠다"며 조퇴했다. 회사는 무단 조퇴를 이유로 A 씨에게 승무정지 5일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A 씨는 부당징계를 주장하며 제주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했지만 이 역시 기각됐다. A 씨는 중노위 재심판정에 대한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A 씨는 단체협약상 정당한 이유 없이 조퇴한 경우 2회부터 대기조치가 가능한데, 조퇴 1회 만에 사실상 대기조치와 똑같은 승무정지를 내렸다며 단체협약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또, A 씨는 징계절차에도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징계 당시 회사는 교섭대표노조에 근로자측 징계위원 3명을 선임해달라고 요청했고, 교섭대표노조 조합원 3명이 근로자측 징계위원으로 선정됐다. A 씨가 소수노조 소속 조합원이었음에도 회사는 소수노조에 징계위원회 개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A 씨는 "소수노조에 징계위원회 개최 사실을 알리지 않고 근로자측 징계위원을 교섭대표노조 조합원으로만 구성한 것은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해 징계절차상 중대한 하자"라고 주장했다.
 
1ㆍ2심 "징계 정당"…공정대표의무 위반 부정

 
1심과 2심 모두 부당징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A 씨의 조퇴가 '무단 조퇴'에 해당해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봤다. 규정상 부득이한 이유로 조퇴할 땐 회사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했지만, A 씨는 승인을 받지 않았다. A 씨의 갑작스러운 조퇴로 회사는 대체인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법원은 무단 조퇴 1회만으로 승무정지 징계를 내린 것이 단체협약 위반이라는 A 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 씨는 승무정지와 대기조치가 형식상 구분돼 있을 뿐 같다고 주장했고, 실제로 승무정지와 대기조치는 해당 기간 동안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러나 법원은 "징계처분의 일종인 승무정지와 인사조치의 일종인 대기발령은 단체협약 문언에서 서로 구별돼 있다"며 "A 씨에 대해 승무정지의 징계처분을 한 것이 대기발령에 관한 단체협약을 위반한 것임을 전제로 한 A 씨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징계절차상 하자도 없다고 봤다. 법원은 소수노조에 징계위원회 개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해서 이것을 곧바로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징계위원회 개최 당시 소수노조 위원장은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구속된 상태였다"며 "회사도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해 소수노조엔 별도의 통지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에 징계위원회 개최 과정에서 소수노조의 관여를 배제할 불순한 의도가 있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며 "회사가 징계위원회 개최 사실에 관한 통지 절차를 거치진 않았으나, 소수노조 측에서 이미 그에 관한 내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고 A 씨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기회도 있었다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징계절차서 소수노조도 참여 보장해야" 원심 뒤집혀
 
그런데 대법원에서 판단이 뒤집혔다. 대법원은 무단 조퇴 1회만으로 승무정지 징계를 내린 것이 단체협약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회사에서 규정한 징계 종류는 견책, 승무정지, 징계해고 세 가지뿐이었지만, 대법원은 대기조치 역시 징계의 일종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기조치가 인사명령에 불과하다고 판단한 원심을 뒤집은 판단이다.
 
대법원은 "정당한 이유 없이 지각ㆍ조퇴해 차량 운행에 지장을 줬을 때 2회부터 징계위원회 의결을 거쳐 20일 이내의 대기조치를 할 수 있다고 한 단체협약 제35조의 명문규정을 회사가 징계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인사명령 형식으로 대기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취지로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형ㆍ축소해 해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회사의 단체협약이 징계의 종류로 견책, 승무정지 징계해고만을 들고 있다고 하더라도, 단체협약상 대기와 승무정지는 동일한 의미로서 승무정지 역시 무단지각 또는 무단조퇴 2회부터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따라서 회사가 그 횟수가 1회인 이 사건 조퇴를 사유로 이 사건 징계를 한 것은 이 사건 단체협약 제35조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공정대표의무 위반도 인정했다. 대법원은 "사용자와 교섭대표노조가 소수노조 소속 조합원에 대한 징계절차에서 소수노조의 조합원들을 배제하고 교섭대표노조의 조합원들만을 근로자측 징계위원으로 선임했다면 이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징계절차에서 소수노조 등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한 것으로 공정대표의무에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징계위원회를 노사 각 3명으로 구성하고 근로자측 징계위원을 노조 대표가 위촉하도록 한 징계 규정은 회사와 교섭대표노조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결과물이었다.
 
대법원은 "교섭대표노조가 독자적으로 단체교섭을 한 결과물인 단체협약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의 효력이 소수노조에 미치는 것을 정당 징계 규정에 따른 참여권을 소수노조 등에 대해 실질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소수노조 소속 근로자에 대한 징계절차에서 교섭대표노조 조합원들만 근로자측 징계위원으로 선임할 경우, 징계의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함과 아울러 사용자의 징계권 남용을 견제하고자 한 징계 규정 취지가 제대로 달성되지 못할 우려도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회사와 교섭대표노조는 소수노조 소속의 조합원을 1명이라도 근로자측 징계위원으로 참여시켰어야 하고, 교섭대표노조의 조합원 수가 소수노조보다 13배 이상 많았다는 사정만으로 달리 볼 수 없다"고 했다.
 
최종적으로 대법원은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발생했다며 징계를 무효라고 판단했다.
 
공정대표의무 위반, '징계절차'에선 최초
 
그간 공정대표의무 위반을 다툰 사건은 근로시간 면제 한도 배분, 노조 사무실ㆍ차량 편의 제공, 조합원 교육시간 부여 등 노조 활동이나 노조 편의 제공과 관련된 사례가 다수였다. 대법원이 징계절차에서 공정대표의무 위반 여부 쟁점을 판단한 건 이번이 최초다.
 
이번 사건에서 A 씨를 대리한 이학준 법률사무소 율장 변호사는 "그동안 노조 활동이나 노조 편의 제공에 주로 적용되던 공정대표의무가 근로자의 근로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징계절차'의 공정성, 특히 징계위원회 구성의 적법성까지 심사 대상이 된다는 점을 대법원이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이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징계절차를 비롯한 다양한 근로관계 영역에서 공정대표의무 준수에 대한 기업과 노조의 경각심을 높이고 투명하고 공정한 노사관계 정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이번 판결로 복수노조 사업장은 근로자를 징계할 때 공정대표의무 분쟁으로 번지지 않도록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변호사는 ▲징계위원회 구성의 공정성 확보 ▲투명한 정보 공유와 절차 준수 ▲단체협약 조항 명확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변호사는 "단체협약에 근로자측 위원의 징계위원회 참여를 명시하고 있다면 해당 문언을 교섭대표노조만이 아닌 '전체 근로자'의 이익을 대표하는 취지로 해석하고 구성해야 한다"며 "징계 대상자가 소수노조 소속이거나 비조합원일 경우, 징계 대상자의 이익과 의견을 대변하거나 적절한 위원을 추천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징계위원회 개최 통보 등 징계 절차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징계 대상자뿐만 아니라 관련된 모든 노동조합, 특히 소수노조에 명확하고 시기적절하게 공유해야 한다"며 "징계 종류, 절차, 징계위원회 구성 및 운영 방식 등 징계와 관련된 단체협약 조항을 복수노조 상황을 고려해 명확하게 규정해야 향후 분쟁의 불씨를 남기지 않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출처 : 이동희 기자, 대법 “소수노조 징계, 교섭대표노조로만 징계위 구성하면 공정대표의무 위반”, 월간노동법률, 2025년 7월 24일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