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동이슈

사납금 폐지 외치다 두 차례 해고된 택시기사, 대법원 ‘부당해고’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33회 작성일 24-06-13 17:41

본문

3277ef100a6aa34791c1022afb562d7b_1718268022_55.png
 

사납금제 폐지를 외치며 노조 활동을 벌였던 택시기사가 두 차례 해고됐다가 대법원에서 모두 부당해고로 인정받았다. 단체협약상 정년을 핑계 삼아 근로기준법을 피하려던 사측 꼼수는 대법원에서 저지됐다.

부당해고 대법 판결에도 또 해고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고병주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군산제일분회장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고 분회장은 30년 가까이 군산 제일택시에서 택시기사로 일했다. 2013년 1월 분회가 설립된 이래로 그는 사납금제 폐지와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 시행을 촉구하며 사측과 대립했다.

첫 번째 해고는 2015년 단체협약에서 시작됐다. 교섭대표노조였던 서비스연맹 민택노련 제일택시분회와 사측은 정년을 만 60세에서 61세로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취업규칙에만 명시됐던 정년 관련 내용을 단체협약에도 포함했다. 문제는 단체협약 시행일 전 정년이 경과해 계속 일하는 조합원에 대해 2015년 12월까지 정년을 유예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는 것이다.

고 분회장은 이미 2011년 정년을 지났고, 기존처럼 근로계약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측은 이 단협을 근거로 고 분회장을 비롯해 19명에게 정년퇴직을 통보했다. 이중 고 분회장 등 2명이 부당해고라며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노동위에선 모두 기각됐으나 법원은 노동자측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민택노련 제일택시분회는 차주의 참가를 허용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조로 볼 수 없다”며 “따라서 2015년 단체협약은 민택노련 제일택시분회가 교섭대표로 참여해 체결한 것으로 무효”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을 2018년 6월 확정했다.

두 번째 해고도 같은 방식이었다. 소수노조였던 분회는 2020년 단체협약 체결 과정에 참여하지 못했다. 당시 노사는 정년 1년 연장과 정년 도달 조합원에 대해 촉탁 계약직 재고용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정년이 경과한 노동자는 2021년 생일이 도래하는 월말까지 유예한다고 합의했다. 정년이 경과한 노동자는 당시 고 분회장뿐이었다.

교섭대표노조는 단협 체결 전후에 분회에 이러한 내용을 알리지 않았다. 사측은 분회를 제외한 나머지 노동자들의 동의를 얻어 취업규칙도 변경했다.

사측은 단협을 근거로 촉탁근로계약을 제안했으나 고 분회장은 거부했다. 사측은 2021년 5월 정년을 이유로 근로관계를 종료했다. 이에 고 분회장은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라며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조합원 6명 모두 부당해고 인정
대법까지 간 소송만 4차례 … 10년 흘러

법원은 고 분회장측 손을 들어줬다. 1심을 심리한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이상훈 부장판사)는 2022년 10월 중노위 재심판정 중 부당해고 부분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2020년 단체협약 조항의 효력이 고씨에게 미친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해 무효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씨는 2015년 단협 체결 당시 63세였고, 다른 노동자들도 정년을 넘겨 계속 근무했다”며 “고씨는 2012년경 정년이 지난 뒤에도 사측 동의 아래 기간의 정함이 없이 근로계약을 계속 유지했다고 인정된다”고 짚었다. 이어 “사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순히 정년이 지났다거나 고령이란 이유만으로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며 “고씨를 해고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상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단협의 내용과 절차 모두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형식적으로 정년을 매개로 퇴직 관련 일반적 기준을 정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정년을 넘어 일하는 유일한 노동자인 고씨를 배제하도록 규정해 통상적인 정년연령 단축과 구분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측은 분회가 소수임을 이용해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했다”며 “교섭대표노조가 분회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거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다만 재판부는 고씨의 연령을 언급하며 “사측으로선 조합활동이 없더라도 고씨와의 근로관계를 종료하고자 할 동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부당노동행위 주장을 기각했다.

2심을 심리한 서울고법 행정10부(재판장 성수제 부장판사)도 지난해 12월 중노위 항소를 기각했다. 다만 1심과 달리 단협 내용상 위법성이 없다고 보면서도 절차적 위법성을 이유로 단협을 무효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중노위 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사측이 정년을 지나 계속 근무하는 고씨의 운전능력 및 승객안전 확보능력을 적절한 방법으로 심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의 변경을 통해 고씨에게 근로관계 종료를 통지한 것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결론은 수긍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고 분회장은 “사측 탄압으로 24명으로 출발했던 분회는 6명으로 쪼그라들었다. 6명 모두 해고당한 뒤 부당해고로 인정받았다”며 “6명뿐인 노조에서 대법원을 네 차례(부당해고 사건 3번, 최저임금법 위반 등 사건)나 가서 모두 이길 수 있나. 소송만 하다 10년이 흘렀다”고 소회를 전했다.

고 분회장을 대리한 김덕현 변호사(법무법인 여는)는 “사측은 당사자와 협의하지 않고 교섭대표노조와 단체협약을 통해 근로관계 종료일을 정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으로 우회할 게 아니라 당사자에 대해 구체적으로 심사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의의를 전했다.

출처 : 2024년 06월 13일, 매일노동뉴스, 강석영 기자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