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 위반 사업주에 '징역 2년'...“안전문제 알고도 방치, 선처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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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해 재판에 넘겨진 사업주에게 징역 2년이 선고됐다. 법원은 대한산업안전협회가 사고 위험을 수차례 지적했음에도 사업주가 아무런 개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에서 집행유예가 이어지던 상황에서 무거운 실형이 선고될 수 있다는 경종이 울리게 됐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울산지법 단독 이재욱 판사는 지난 4일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엠택 대표이사 A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회사의 총괄 이사인 B 씨에게는 금고 1년 6개월, 회사에는 벌금 1억 5000만 원이 선고됐다.
사고 위험 수차례 지적됐지만 방치...'징역 2년'
엠택은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로 상시 근로자 60명 규모 업체다. A 씨는 회사의 대표이사, B 씨는 그를 보좌하는 총괄이사다.
2022년 네팔 국적 근로자 C 씨는 다이캐스팅(주조) 기계 내부 청소 작업 중 머리가 협착돼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사고 당시 기계 상단과 하단에 있는 두 개의 안전문 방호장치는 모두 파손됐고 인터록 장치가 설치되있지 않았다. 기계 문이 열린 상태에서 기계가 작동됐고 결국 작업 중이던 근로자가 사망한 것이다.
사고 이후 실시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재해조사 의견서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설비를 포함한 다른 기계들은 전반적으로 방호장치 기능을 상실한 상태였다. 방호장치가 작동해도 설비가 정지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해당 기계는 대한산업안전협회 안전점검 결과 안전문 방호장치 결함이 발견된 바 있었다. 협회는 2022년 3월, 5월, 7월 조사에서 정밀안전보고서를 통해 다이캐스팅 기계 청소 작업 시 사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을 했다. 7월 조사는 사고가 발생하기 불과 열흘 전에 나왔다.
협회는 회사에 '다이캐스팅 기계에서 청소작업과 같은 비정형작업을 할 경우 끼임 재해 발생 위험이 있으니 이를 방지하기 위해 안전조치를 한 후에 작업을 수행하라', '주조공정 출입문이 개방된 상태에서 작동되고 있어 근로자 출입 시 충돌, 끼임재해 발생 위험이 있으니 인터록장치를 인의 해제해 사용하지 않도록 하라'는 등 점검 사항을 전달했다. 그러나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사고로 이어졌다.
검찰은 A 씨가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A 씨가 위반한 의무는 유해ㆍ위험요인 확인ㆍ개선 절차 마련,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업무수행 평가 기준 마련, 중대재해 발생 시 작업 중지 등 매뉴얼 마련 등이다.
이 판사는 A 씨의 혐의를 모두 인정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A 씨와 B 씨는 사고가 발생한 다이캐스팅 기계뿐 아니라 회사의 전반적인 안전 문제를 방치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며 "이들이 사고 열흘 전 안전관리 상태 보고서를 본 직후에라도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피해자가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피고인들이 사고 직후 신속하게 피해자 유족과 합의하고 시정조치를 마쳤다고 하더라도 집행유예 등으로 선처할 수는 없다"고 했다.
한국제강 이어 두 번째 실형에 업계 '긴장'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에서 실형이 나온 것은 두 번째다. 지금까지 나온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대다수는 집행유예에 그쳤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처음으로 실형을 받은 곳은 한국제강이다. 한국제강 사건에서 1심은 징역 1년을 선고했고 항소심과 대법원에서도 형량은 그대로 유지됐다.
한국제강에서 실형이 나온 이유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전과가 여러 건 있었다는 '괘씸죄'가 작용해서다. 한국제강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받은 전력이 있고 산재사망 사고로 유죄판결을 받기도 했다. 재판부는 한국제강에 구조적인 안전 문제가 있다고 보고 그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않은 대표이사의 책임이 무겁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에서는 징역 2년이 나왔다. 한국제강과 같이 동종 전과가 없었는데도 더 무거운 형량이 나온 것이다. 한국제강보다도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 셈이다.
A 씨의 경우 협회의 안전점검 지적사항을 방치한 것이 실형이 나온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 특히 사고가 발생하기 열흘 전 나왔던 협회의 정밀안전점검보고서에는 "최근 울산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으니 끼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문이 개방될 경우 작동이 멈추는 장치를 설치하는 등 안전조치사항을 중점 관리하길 바란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 판사는 이 점에 주목해 형량을 결정했다.
A 씨가 위반한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는 지난해 집행유예가 나온 사업장들이 위반한 의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유해ㆍ위험요인 확인ㆍ개선 절차 마련,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업무수행 평가 기준 마련, 중대재해 발생 시 작업 중지 등 매뉴얼 마련 등은 다른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에서도 번번이 등장하는 내용이다. 결국 이번 사건에서 법원은 사업장의 평소 안전관리 수준과 실질적으로 안전 조치가 이루어졌는지를 중점적으로 본 것이다.
김용문 덴톤스 리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한국제강처럼 전과가 없는데도 지금까지 선고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 중 가장 무거운 형량이 나왔다는 것은 경영책임자가 실질적으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하려 했는지 그 의지와 태도에 집중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홍성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엠텍의 의무 위반 정도는 집행유예를 받은 사업장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협회의 반복적인 지적을 시정하지 않았던 것이 실형이 나온 이유가 됐다"며 "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요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넘어 평소의 안전 관리 상태나 안전 조치를 개선하고 시정하려는 노력까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출처: 2024년 04월 08일, 월간노동법률, 이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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