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고법도 “택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 유효”...4개 소송서 회사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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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회사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유효하다는 고등법원 판결이 네 건 연속으로 나왔다. 201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라는 판결을 했더라도 모든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인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최근 이 같은 취지의 판결이 하급심에서 이어지고 있던 상황에 나온 판단이다.
10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15부(재판장 윤강열)는 이날 택시 근로자 13명이 양지상운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1심을 뒤집고 회사 측 항소를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양지상운과 같은 이유로 백제운수에 제기된 소송 한 건과, 디에이치프라퍼티(구 대한상운) 주식회사에 제기된 소송 두 건에 대해서도 동일한 취지 판결을 했다.
'소정근로시간 단축은 위법' 전합 판단 있었지만...분쟁 계속
과거 택시회사들은 정액사납금제를 운영해 왔다. 정액사납금제는 운송수입금 중 일부를 '사납금'으로 회사에 납입하고 회사에게 일정한 기본급을 받는 방식이다. 사납금보다 더 벌어들인 초과운송수입금은 택시 근로자의 수입이 된다.
2007년 최저임금법에는 택시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산정할 때 '생산고에 따른 임금'은 제외하도록 하는 특례조항이 신설됐다. 다시 말해 택시회사는 초과운송수입금을 제외하고 최저임금 이상의 기본급을 지급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례조항은 2009년 7월부터 서울특별시에서 시행됐다.
택시회사의 부담이 늘어나자 서울시 택시회사들은 특례조항 시행 전후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를 했다. 산술적으로 택시 근로자가 일해야 하는 소정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시간당 임금이 늘어나게 된다.
소송 당한 양지상운도 기존 소정근로시간인 6시간 40분을 점차 단축하는 합의를 체결했다. 2015년도는 하루 6시간, 2017년도는 하루 5시간 30분, 2018년도에는 하루 5시간으로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했다.
그러나 근로자 측은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최저임금법을 잠탈하려는 꼼수라고 반발했다. 실제로 일하는 근로시간이나 근로형태는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소정근로시간만 형식적으로 단축됐다는 이유에서다. 근로자들은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소정근로시간 6시간 40분을 기준으로 산정했을 때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과 그에 따른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회사 측은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단순히 최저임금법의 영향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1인 1차제와 택시요금 인상으로 운행형태와 과거와 달라졌고, 최저임금법 개정 이후 실제 운행시간이 단축된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서울시의 행정지도와 서울시 택시운송사업조합,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서울지역본부 간 체결된 중앙임금협정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앞서 201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택시회사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라는 판단을 내놓은 바 있다.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최저임금법을 회피할 의도라면 무효라고 판단했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노사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지만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했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그 합의는 무효로 봐야 한다"며 "정액사납금제하에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했다면 무효"라고 판단했다.
전합 판단 제한적으로 해석한 2심 "소정근로 단축, 이유 있었다"
1심은 근로자 측 손을 들었다. 1심은 "양지상운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특례조항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로 무효"라며 "소정시간을 단축한 2015년도부터 2018년도까지 근로자들의 근무형태, 근로일수 등은 동일했던 것으로 보이고 배차시간에도 큰 차이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2심은 달랐다. 재판부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사용자와 근로자가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근로시간을 합의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최저임금법 특례 조항을 적용을 회피할 구도로 실제 근무 형태나 운행 시간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 단축할 경우 무효라는 취지였다"며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임금협정을 체결한 기간에 실제 근무 여건에 변화가 있다는 증거가 여러 가지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소정근로시간이 단축됐을 당시 나비콜 등 콜택시가 늘어나 운송수입금이 늘었고, 실제 운행 시간은 줄어들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러한 사정이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간접적인 계기가 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어 "노사의 임금 결정은 서울특별시의 행정지도와 서울특별시 택시운송사업조합,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서울지역본부 간 체결된 중앙임금협정을 준수해 체결된 것"이라며 "이를 두고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 특례적용을 피하기 위한 탈법 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출처: 2024년 05월 10일, 월간노동법률, 이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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