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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일 시키고 퇴직금 안 준 사용자에 대법원 ‘면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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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62회 작성일 24-06-04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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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가까이 일한 건설노동자에게 퇴직금 등 3천여만원의 임금을 주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건설업자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아 논란이다. 법원은 일용직 근로일수가 불규칙한 점, 일용직 퇴직금 계산법이 복잡한 점 등을 들어 사용자에게 미지급 고의가 없다고 판단했는데, 건설노동자의 현실을 외면했을 뿐 아니라 일반 형사사건처럼 고의성을 보수적으로 판단해 피해노동자가 퇴직금 받을 길을 차단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원 “일용관계 중단 없으면 상용직”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최근 근로기준법·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건설업자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건설업자 A씨는 건설노동자 B씨에게 2013년 2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퇴직금 2천900여만원과 주휴수당 500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A씨는 B씨에게 일당 13만원으로 시작해 퇴직 전엔 18만원까지 지급했다.

A씨측은 사용자성부터 부정했다. 일감이 있을 때마다 B씨와 용역계약을 체결했을 뿐 계속근무가 예정돼 있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B씨가 일용직이어도 이미 지급한 일당에 퇴직금 등을 포함하기로 하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가 유죄라고 봤다. 수원지법 여주지원(최두호 부장판사)은 2022년 8월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최 부장판사는 “형식적으로 일용근로자라도 일용관계가 중단되지 않고 계속된 경우 상용근로자로 봐야 하고 사용자는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 월 평균 25일 이상 근무해야만 근로자의 상근성·계속성·종속성을 인정할 수 있는 건 아니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최 부장판사는 “A씨가 B씨에 대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시·감독 여부, A씨의 근무시간과 근무장소의 지정 및 B씨의 구속 여부, B의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 등을 비춰 보면, A씨는 B의 사용자로서 퇴직금과 주휴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일용직 퇴직금 계산 어려워 무죄?

그러나 2심에서 판단이 뒤집혔다. 수원지법 형사4부(재판장 김경진 부장판사)는 지난 1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의 사용자성은 인정됐다. 재판부는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 및 전속성이 통상 근로계약보다 약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일용직의 특수성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두 사람 사이 그러한 관계가 장기에 걸쳐 계속된 점 등을 감안할 때 근로자성 인정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다만 A씨에게 퇴직금 미지급 고의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와 B씨 사이 구두 근로계약만 존재한 점, B씨가 별도로 퇴직금을 청구한 사실이 없는 점 등을 들어 “A씨는 처음부터 B씨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인식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B씨의 월 근로일수가 불규칙한 점, B씨가 A씨에게 완전히 전속돼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언급하며 “퇴직금 산정 기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B씨와 같은 일용직이 퇴직금 지급 대상이 되는 근로자 해당 여부나 지급의무 범위는 일반인 입장에서 쉽게 알기 어려운 법적 쟁점에 해당한다”고 봤다. 대법원도 원심이 옳다고 봤다.

“임금 미지급을 고의성으로 봐야”

건설노동자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판단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승현 공인노무사(건설노조 법규국장)는 “형식은 일용직이지만 실질적으로 장래에 일할 게 보장된 노동자라면 엄밀히 말해 일용직이라고 할 수 없다”며 “건설노동자 근로일수는 공정 순서 등 현장 문제로 불규칙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퇴직금 지급 대상인지 여부가 다툼이 될 순 있지만 퇴직금 산정 방식이 어렵다고 무죄로 판단해선 안 된다. 인터넷 검색만 해도 계산법을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임금체불 사건에서 사용자의 고의성을 엄격히 따져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성영 변호사(심산법률사무소)는 “일반 형사사건처럼 법원이 고의성을 엄격하게 판단했다”며 “미지급 자체로 고의성은 충분하다고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형사사건에서 무죄 판결이 나면 민사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출처 : 2024년 06월 04일, 매일노동뉴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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