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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명 사망’ 아리셀 대표 ‘징역 15년’ 선고…중처법 위반 최고형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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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21회 작성일 25-09-25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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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셀 배터리 공장 화재로 23명이 사망한 중대재해와 관련해 법원이 아리셀 대표에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최고 형량인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아리셀 사고가 예측 불가능한 사고가 아닌 안전조치의무 미이행에 따른 인재라며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제14형사부(재판장 고권홍)는 지난 23일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순관 아리셀 대표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건축법 등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대표의 아들 박중언 아리셀 운영총괄본부장에게는 징역 15년과 벌금 100만 원이 선고됐다.
 
법원은 아리셀 법인에도 벌금 8억 원을 선고했다. 아리셀에 불법으로 인력을 파견한 인력 파견업체 메이셀과 한신다이아는 벌금 3000만 원, 메이셀과 한신다이아 대표 정 씨에게는 징역 2년이 선고됐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아리셀 안전보건관리 담당 임직원 3 에게는 금고 1년부터 징역 2년까지 선고됐다.

박 대표가 '경영책임자'…"중처법 위반"

아리셀은 삼성SDI의 협력업체인 에스코넥의 하청업체로 리튬 배터리를 생산하는 회사다. 2024년 6월 경기도 화성시 아리셀 리튬 베터리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23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한 23명 중 18명은 이주노동자였다.

검찰은 박 대표를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 ▲반기 1회 이상 유해ㆍ위험 요인 확인 및 개선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하고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징역 20년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기소된 사건 중 최고 구형량이다.
 
첫 쟁점은 박 대표가 아리셀의 경영책임자인지로 떠올랐다. 박 대표 측은 박 대표가 아리셀의 경영책임자가 아니라며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박 대표가 경영책임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법원은 "아리셀의 일상적인 업무는 박 본부장이 한 것으로 보이나 여러 증거에 따르면 박 대표가 박 본부장에게 실질적인 보고를 받는 지위에 있었다"며 "박 대표가 박 본부장으로부터 매번 중요 업무 보고를 받고 특정한 사항에 대해 지시를 내려 명목상 대표가 아닌 실질적인 사업 총괄 책임자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법원은 박 대표가 안전관리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 대표에게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이행에 관한 조치를 할 의무가 있었지만 박 대표는 박 본부장에게 기업의 매출만 강조하고 근로자 안전에 대한 지시는 거의 하지 않았다"며 "박 대표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이 인정된다"고 했다.

법원은 박 대표가 안전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중대재해가 발생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화재의 정확한 세부적 원인은 결국 밝혀지지 않았으나 리튬을 사용한 전지의 폭발 위험성은 이미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고 아리셀은 이미 여러 번의 폭발 사고를 경험했다"며 "이번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가 높은 주의의무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음에도 생산량을 맞추기에 급급한 나머지 안전에 필요한 조치를 돌아보지 않아 피해자들이 사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화재 사고는 예측 불가능한 불운한 사고가 아니라 언제 터져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던 예고된 인재"라며 "안전조치의무가 제대로 이행되고 화재 대피 교육이 실시됐다면 사망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파견법 위반 혐의도 인정됐다. 파견법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허가를 받은 업체로부터의 근로자 파견만 허용한다. 그러나 아리셀이 근로자 파견을 받은 파견업체인 메이셀과 한신다이아는 노동부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

박 대표는 자신이 파견 근로자를 사용한 사용자의 위치에 있지 않고, 파견법 위반에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박 대표와 박 본부장 사이의 업무보고 내역 등에 따르면 두 사람이 공모해 허가받지 않은 업체에서 근로자 파견을 받았고 이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며 "파견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밥원은 박 대표와 함께 기소된 박 본부장의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화재 사고 발생 이틀 전에도 전지 폭발 사고가 있었으나 발열검사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고 파견근로자들에게 안전보건교육도 하지 않았다"며 "박 본부장의 업무상 주의 의무 위반으로 인해 피해자들이 사망했다"고 했다.

박 본부장의 건축법, 특정경제범죄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박 본부장은 품질보증 검사 결과를 조작해 방위사업청을 속여 전지를 납품하고 대금을 편취해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이 인정된다"며 "허가 없이 아리셀 공장의 방화구획으로 설정된 벽을 해체해 건축법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징역 15년' 선고…"예측 불가 사고 아닌 인재"

이번 사건에서 눈에 띄는 점은 양형이다. 박 대표에게 선고된 징역 15년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나온 최고 형량이다. 이전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의 최고 형량은 징역 2년이었다. 앞서 법원은 엠텍, 삼강에스앤씨, 바론건설 사건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근로자 다수가 사망한 아리셀 사건에서 중형이 선고되지 않으면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목적이 달성될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그동안 산재 사고에 대해 상대적으로 가벼운 형을 부과해 왔던 양형 경향과 산재의 빈번한 발생 현실을 비추어 보면 형벌의 산재 예방 효과가 거의 작동하지 않았다고 보인다"며 "다수의 근로자들이 사망한 사건에서조차 경한 형이 선고되면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고 높은 법정형 처벌 규정을 둔 의의가 무색해진다"고 했다.

다만 법원은 아리셀이 중대재해처벌법 준수를 위한 컨설팅을 받던 중 사고가 발생한 점을 고려해 검찰이 구형한 징역 20년보다는 낮은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박 본부장에게도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박 본부장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를 다수 위반하고 건축법도 위반해 사고 피해를 키운 점이 고려됐다. 재판부는 "아리셀의 실무를 대부분 총괄해 온 박 본부장이 여러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해 법 위반 정도가 크다"며 "박 본부장이 건축법을 위반해 공장을 대수선한 결과 비상구 이용이 어려워져 사고 피해가 커진 점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양형 기준 마련' 주장 나와…'산안법ㆍ파견법 모순'도 해결해야

판결 직후 아리셀 피해자 가족 협의회와 대책위원회는 경기도 수원시 수원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김태윤 아리셀 피해자 가족 협의회 공동대표는 "박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로 인정하고 유죄 판결을 선고한 재판부에 감사한다"면서도 "중형이 선고됐다고는 하지만 일상이 멈춰버린 유가족들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가족들은 합의 여부를 떠나 박 대표가 제대로 죗값을 치를 수 있도록 2심, 3심에서도 함께 싸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번 사건에서 유가족 측을 대리한 신하나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재판 과정에서 회사 측은 전부 무죄 주장을 일관해 왔지만 판결에서 모든 주장이 배척됐다"며 "형량에 있어 아쉬운 점은 있지만 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에 대해 계속 가벼운 형량을 선고한 것을 지적한 점은 의미가 있다"고 했다.

노동계는 이번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양형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선고 직후 논평을 통해 "이번 판결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한 기업 경영책임자에게 무거운 법적ㆍ사회적 책임을 분명히 확인한 매우 중요한 판례"라면서도 "검찰이 구형한 징역 20년에는 형량이 미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3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양형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조속히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에 대해 공식적인 양형 기준을 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호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대변인도 "법원이 박 대표의 중대재해처벌법, 파견법,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대해 모두 유죄를 선고한 것은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선고 형량은 여전히 미흡하다. 다시는 노동자의 죽음이 기업의 탐욕으로 반복되지 않도록 강력한 제도 개선과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파견 근로자에 대한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과 파견법의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파견법이 제조업 직접 생산 공정 업무를 근로자 파견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제조업체들은 하청과 도급계약을 맺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산업안전보건법이 하청에 대한 안전조치의무를 세밀하게 규정하고 있어 원청이 이를 다 이행하면 불법 파견으로 몰리기 십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두 법의 모순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경우가 많다"며 "파견 근로자에 대한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과 파견법의 모순도 해결해야할 문제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출처 : 이재헌 기자, ‘23명 사망’ 아리셀 대표 ‘징역 15년’ 선고…중처법 위반 최고형 나왔다, 월간노동법률, 2025년 9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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