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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임피제’ 소송, 1차와 2차 결과 달라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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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194회 작성일 24-02-2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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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국민은행의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서울남부지법 판단이 나오면서 파장이 일었다. 재판부는 국민은행이 임금피크제 제도를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 동의를 받지 않아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시중은행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판단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임금피크제가 적법하다는 판결을 받아든 바 있다(1차 소송). 그러나 이번 2차 소송의 결과는 달랐다. 같은 임금피크제를 두고 두 재판부의 판단이 엇갈린 것이다. 노동법률이 두 사건의 차이를 분석했다.

법정 정년에 맞춰 임피제 변경한 국민은행...근로자 동의 없었다

KB국민은행은 2008년 노조와 합의를 통해 임금피크제를 처음 도입했다(1차 임금피크제).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을 60세로 한다는 내용이다. 임금피크제 대상자는 55세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특정직원'으로 분류됐고 특정직원 업무 지침에 따라 경감된 업무가 부여됐다.
 
그러나 2015년부터 임금피크제가 변경됐다(2차 임금피크제). 고령자고용법 개정으로 법정 정년이 60세로 변경되자 이에 발맞춰 KB국민은행도 취업규칙을 개정했다.
 
변경된 취업규칙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임금피크제 정의규정이다. KB국민은행 취업규칙에 따르면 1차 임금피크제는 '일정연령에 도달하면 정년을 연장하되 임금을 하향해 조정하는 제도'라고 정의돼 있었다. 그러나 2015년 인사운영규정이 개정되면서 2차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임금을 하향해 조정하는 제도'로 변경됐다.
 
특정직원 업무 지침도 사라졌다. 특정직원 제도가 사라지면서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은 일반 직무로 전환됐다.

1차 소송 "2차 임피제, 근로자에 불이익하지 않아"

1차 소송에서 법원은 임금피크제 자체의 합리성을 인정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목적이 정당하고 임금이 삭감되더라도 근로자들은 각종 수당을 받고 복리후생을 누릴 수 있다는 이유다.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업무 강도가 경감됐다는 점도 인정됐다. 

1차 소송 재판부는 "2차 임금피크제 정의규정이 변경됐다고 해서 근로자들이 가지고 있는 기득의 권리나 이익이 박탈됐다고 보기는 어려워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는 1차 임금피크제와 달리 2차 임금피크제를 시행할 때는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에게 다른 직원들과 동일한 직무를 부여했다"면서도 "그러나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들의 업무량은 입출금이나 계좌 관리 등 단순 업무를 제외하면 다른 직원들보다 대체로 적다"고 했다.

재판부는 회사가 2차 임금피크제 시행 이후에도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들을 위해 별도 직무를 부여하고 성과 지표를 조정했다고 판단했다. 영업점별로 프로모션 목표를 배정할 때는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들을 영업점 인력에서 제외해 영업활동 부담을 경감했다고 설명했다.

2차 소송 "2차 임피제, 근로자에 불이익해...동의 받았어야"

반면 2차 소송 재판부는 2차 임금피크제가 근로자에게 불이익하다고 인정했다. 임금피크제 정의 규정이 변경되면서 KB국민은행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형에서 정년유지형으로 변경됐고, 이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변경이라는 판단이다.

정년연장형은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임금을 삭감하는 것을, 정년유지형은 정년 연장 없이 임금을 삭감하는 것을 의미한다.
 
재판부는 "KB국민은행이 임금피크제 정의 규정을 변경한 것은 정년연장형이던 1차 임금피크제를 정년유지형으로 변경한 것으로 이는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불이익하게 변경한 것"이라며 "정년 연장을 전제로 실시하는 임금피크제에 비해 정년 연장여부와 무관하게 일정 연령이 되면 실시되는 임금피크제가 근로자에게 더 불리한 근로조건임은 분명하다"고 했다.
 
회사는 2차 임금피크제로 변경한 것은 개정 고령자고용법의 취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변경된 정의 규정이 없었더라면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지 않던 근로자는 정년 연장을 전제로 임금피크제를 시행할 것을 요청하거나 임금피크제 적용을 거부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변경된 정의 규정이 직접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변경시키는 것은 아니더라도 결국 기존에 보호되던 근로자의 권리나 이익을 박탈한다면 불리한 취업규칙의 변경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1차-2차 소송, 어떤 차이 있었나

1차 소송과 2차 소송의 가장 큰 차이는 2차 임금피크제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지에 대한 판단이다. 근로기준법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할 경우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노조가 없는 경우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임금피크제가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않다면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않았더라도 문제 되지 않는다. 임금피크제 자체가 합리적이라면 유효한 제도로 인정된다. 이때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지 여부는 2022년 대법원 판결 법리에 따라 따지게 된다.

반면 임금피크제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경우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않으면 무효다. 임금피크제 자체의 합리성을 따져보기도 전에 도입 절차에서부터 무효가 된다. 

1차 소송 재판부는 2차 임금피크제가 근로자에게 불리하지 않다고 보고 임금피크제 자체의 합리성에 대해 판단했다. 그러나 2차 소송 재판부는 2차 임금피크제가 근로자에게 불리하다면서 절차를 문제 삼았다. 절차가 문제되면서 2차 소송 재판부는 임금피크제 자체의 합리성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국민은행이 2차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근로자 동의를 받지 않은 것은 명확하다. 결국 2차 임금피크제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지에 따라 법원의 판단이 갈리게 된 것이다.

다만 임금피크제가 근로자에 불이익한지에 대한 판단은 재판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최근 나온 임금피크제 판결례에서는 임금피크제의 합리성을 넓게 인정하는 모양새다. 정년이 연장되는 효과가 있었다면 임금을 삭감하더라도 근로자에 불이익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다른 사업장에 비해 2차 임금피크제와 1차 임금피크제의 차이가 비교적 명확히 드러난다는 특징이 있다.

34차 소송 주목해야 하는 이유

한편, 1차 소송과 2차 소송을 주도한 측이 다르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1차 소송의 원고는 16명으로 규모가 크지 않지만 2차 소송은 135명이다. 1차 소송은 개인이 모여 진행한 반면 2차 소송은 시니어 직원으로 구성된 KB국민은행노동조합이 주도했다. 1차 소송은 2차 소송과는 달리 조직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고 증거도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 노조 측 설명이다. 노조가 말하는 1차 소송의 패인이다.

국민은행에는 임금피크제 소송 3건이 더 제기돼 있다 3차와 4차 소송도 KB국민은행노동조합이 주도하고 있다. 두 건 모두 2차 소송과 같은 서울남부지법에 계류 중이다. 두 사건 재판부는 2차 소송 결과를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5차 소송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주도하는 소송으로 2, 3, 4차 소송과는 별개로 진행되고 있다.

출처: 2024년 02월 23일, 월간노동법률, 이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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