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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희오토 근로자, 불법파견 아냐…구속력 있는 지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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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77회 작성일 24-01-2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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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위탁생산업체 동희오토에서 도장ㆍ의장 업무를 한 근로자의 불법파견을 부정한 법원 판단이 나왔다. 근로자 측은 회사가 작업표준서 등을 통해 업무 수행 방식을 결정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작업표준서의 경우 이전 대법원 판결에서 불법파견 징표로 인정된 바 있으나 이번 판결에선 인정받지 못했다.
 
22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제1민사부(재판장 김용찬)는 동희오토에서 도장ㆍ의장 업무를 한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A 씨 등 12명이 동희오토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등의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지난 11일 "A 씨 등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동희오토의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돼 동희오토로부터 상당한 지휘ㆍ명령을 받으며 근로자파견관계를 형성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A 씨 등과 동희오토 사이에 근로자파견관계가 성립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작업표준서ㆍ운영계획서, '지휘ㆍ명령' 증거론 불충분"
 
동희오토는 기아에서 출시한 레이, 모닝을 위탁생산하는 회사다. 소송을 제기한 A 씨 등은 동희오토에서 생산하는 차량의 도장ㆍ의장 업무를 담당한 사내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다.
 
A 씨 등은 동희오토가 불법으로 근로자들을 파견 사용하고 있다며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회사는 업무를 특정해 사내협력업체에 도급했다며 A 씨 등과의 근로자파견관계를 부정했다.
 
법원은 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A 씨 등은 근로자파견 징표로 작업표준서, 운영계획서 등을 제출했지만, 법원은 해당 증거만으론 근로자파견관계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작업표준서엔 공정별 작업 내용, 중점관리항목, 안전요구사항, 결함발생 시 조치 요령 등이 담겼다. A 씨 등은 작업표준서를 통해 업무를 수행하고 업무 수행 방식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작업표준서는 업무도급에 대한 품질요건 등을 사전에 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가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구체적인 작업방식까지 세부적으로 결정해 업무 수행 자체에 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한 것으로 평가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내협력업체의 생산능력을 고려해 수립된 계획서인 운영계획서도 근로자파견 징표로 인정받지 못했다. 재판부는 "생산능력 등은 이미 사내협력업체와 그 소속 노조 사이의 단체협약 등에 따라 사전에 결정돼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처럼 수치가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그 범위 내의 운영계획을 수립해 각 사내협력업체에게 교부하는 것만으로는 회사가 A 씨 등에게 구속력 있는 업무상 지휘ㆍ명령을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제출한 증거는 회사가 각 개별적으로 상당한 지휘ㆍ명령을 했는지, A 씨 등이 회사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볼 수 있는지, 회사가 A 씨 등의 근로와 관련해 각 개별적으로 어떠한 권한을 행사했는지 등에 관해 그 근로관계 실질을 파악하기 위한 자료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작업표준서 인정 대법 판례 있어"…노조, 항소 예고
 
A 씨 등은 판결에 반발해 항소를 예고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동희오토분회는 지난 19일 성명을 내고 "법원이 비정규직 공장에 면죄부를 주는 판결을 자행했다"며 "항소를 통해 더욱 엄밀한 법적 대응을 하고 다양한 투쟁으로 법원을 압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이번 판결이 이전 판결 방향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불법파견을 판단할 때 도급인이 구속력 있는 업무 지시를 했는지 여부가 중요한 지표로 작용하는데, 간접적ㆍ포괄적 지휘ㆍ명령도 구속력 있는 업무 지시로 본 이전 판결과 대치되는 판결이 나왔다는 지적이다.
 
근로자 측을 대리한 강빈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재판부는 '동희오토가 A 씨 등에게 개별적ㆍ구체적으로 어떠한 지휘ㆍ명령을 행사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는데, 이는 지금까지 일맥상통한 대법원 판단들과는 거리가 먼 판단"이라며 "제조업의 경우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지휘ㆍ명령보다는 작업지시서(표준서) 등을 통한 간접적ㆍ포괄적 지시가 지휘ㆍ명령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작업표준서의 경우 대법원에서 근로자파견 징표로 인정한 판례가 있었는데도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대법원은 2021년 7월 현대위아를 상대로 제기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2022년 7월 포스코를 상대로 제기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각각 작업표준서를 불법파견 판단기준으로 인정했다.
 
강 변호사는 "작업표준서로 품질 요건을 사전에 정한 것뿐이라고 한 것은 작업표준서의 역할을 너무 좁게 해석한 판단"며 "작업표준서엔 작업 시 몇 번 볼트를 조여야 하는지까지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나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품질 관리를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회사 측은 도급인이 작업표준서를 제공했다는 것만으로 불법파견이 인정되는 건 아니라는 반박을 이어갔다. 동희오토와 같은 생산 전문 도급사의 경우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로만 생산 업무를 하기 때문에 작업표준서에 의한 지시로 불법파견이 판단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동희오토 측을 대리한 양주열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기존 불법파견이 인정됐던 완성차 공장의 경우엔 원청 근로자와 협력업체 근로자가 뒤섞여 혼재 근무하는 상황에서 작업표준서가 원청에 의해 제공됐기 때문에 근로자파견의 징표가 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사건은 협력업체 근로자들로만 이루어져 있는 작업 집단에 작업 내용이 담긴 작업표준서를 제공한 것에 불과하다"며 "재판부의 판단대로 동희오토가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개별 공정 작업 하나하나에 세부적으로 구속력 있는 작업 지시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양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직접 생산 공장이라 하더라도 파견적 요소 없이 적법하게 도급이 운영됐다면 함부로 불법파견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출처: 2024년 01월 22일, 월간노동법률, 이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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