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 위조한 은행 부지점장, 법원 “대기발령, ‘징계’ 아닌 ‘인사명령’…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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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문서를 위조한 부지점장에 대한 은행의 대기발령ㆍ인사발령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해당 대기발령ㆍ인사발령처분이 '징계'가 아닌 '인사명령'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사용자의 권리남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8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2민사부(재판장 정현석)는 우리은행 금융센터점에서 부지점장으로 근무한 A 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대기발령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9년 5월 A 씨가 센터장 명의의 문서를 위조ㆍ행사했다는 정보를 입수해 A 씨에 대한 징계조사에 들어갔다. 이후 비위행위가 있었다고 본 회사는 A 씨를 고소했다. A 씨는 문서 위조 사실이 인정돼 1200만 원의 벌금을 선고받았고, 이 형사판결은 2023년 9월 확정됐다.
사건과 관련해 A 씨는 2019년 5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약 1년 6개월간 대기발령처분을 받았고, 이후 회사는 A 씨에게 조사역 지위를 부여하는 인사발령처분을 내렸다. 회사는 대기발령기간 동안 A 씨에게 기본연봉의 50%, 인사발령처분기간 동안 기본연봉의 80%를 지급했다. 그 뒤로 A 씨는 결국 퇴사했다.
A 씨는 회사의 대기발령처분과 인사발령처분이 너무 긴 시간 유지돼 부당하고, 임금 감액으로 근로조건이 저하돼 징계의 성격을 갖는다며 대기발령처분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A 씨는 회사의 조치가 근로기준법 제23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 제23조는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에게 해고, 휴직, 전직, 감봉 등을 하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징계의 성격을 띤 대기발령ㆍ인사발령처분으로 임금이 감액돼 회사가 근로기준법 제23조를 위반했다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A 씨에 대한 회사의 대기발령이 징계가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회사가 근로기준법 제23조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봤다.
대기발령은 근로기준법에 존재하지 않는 인사실무상 개념으로, 앞서 대법원은 대기발령을 "근로자가 장래에 있어서 계속 직무를 담당하게 될 경우 예상되는 업무상의 장애 등을 예방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당해 근로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않아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적인 조치로서의 보직의 해제"라고 설명한 바 있다.
대기발령은 징계와는 그 성질이 다르고, 대기발령을 포함한 인사명령은 사용자의 권한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거나 권리남용을 하지 않는 한 위법이 아니라는 게 기존 법리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A 씨에 대한 회사의 대기발령ㆍ인사발령처분을 무효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회사의 인사관리지침엔 '징계 심의 중인 자 중 은행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기에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는 자'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에 대해 대기발령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A 씨는 인사관리지침의 대기발령사유가 인정되고 관련 형사판결에서 사문서위조 범죄 사실이 인정돼 벌금 1200만 원을 선고받았다"고 했다.
이어 "대기발령을 포함한 인사명령이 근로자의 비위행위에 대해 기업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징벌적 제재로서의 징계와 그 성질이 다른 점을 비춰 보면 이 사건 각 처분을 징계로 보기 어렵다"며 "대기발령, 조사역 발령 등 인사조치에 따른 임금 삭감이 징벌적 제재의 일종인 감급에 해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기발령처분과 인사발령처분이 각각 1년 6개월, 1년간 이루어진 것에 대해선 "관련 형사판결 선고가 늦어지면서 각 처분이 약 2년 6개월 동안 유지됐던 것으로 각 처분이 길어지게 된 데에는 납득할 만한 사정이 있어 보인다"며 "각 처분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없을 정도로 부당하게 장기간 유지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A 씨는 회사가 근로기준법 제46조도 위반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근로기준법 제46조는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할 경우 휴업기간 동안 근로자에게 평균임금의 70% 이상을 휴업수당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 씨는 근로기준법 제46조에 따라 회사의 처분으로 감액된 임금 중 평균임금의 30%를 초과하는 부분을 회사가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대기발령이 근로기준법상 휴직에 해당돼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면서도 A 씨에 대한 대기발령처분에 회사의 귀책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상 휴업수당 규정은 경영악화와 같은 사용자의 책임영역에 있는 사정을 들어 근로자에게 근로계약과 달리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을 금지하는 데 주된 취지가 있다"며 "이 사건 각 처분은 A 씨에 대한 징계조사 및 공소제기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서 회사에게 귀책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출처: 2023년 12월 08일, 월간노동법률, 이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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