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ㆍ공휴일 출근 거부해 본채용 거부된 워킹맘…법원 “부당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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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자녀를 양육하는 워킹맘이 새벽ㆍ공휴일 근무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본채용을 거부당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업주에게 소속 근로자에 대한 '일ㆍ가정 양립 지원을 위한 배려의무'가 인정된다고 한 대법원 최초 판결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도로관리용역업체 M 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M 사는 상시 약 6400명의 근로자를 고용해 건물종합관리업을 영위하는 회사다. M 사는 지난 2017년 4월 고속도로 일정 구간의 유지관리용역을 낙찰받아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M 사는 도급계약 체결 당시 이전 용역업체에 있던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고용승계하고 고용을 유지하겠다는 확약서를 제출했다.
A 씨는 M 사 이전 용역업체에 입사해 8년여 동안 영업소 영업관리팀 서무주임으로 일했다. 이후 M 사가 새 용역업체가 되자 회사와 A 씨는 근로계약을 새로 체결했는데, A 씨의 근로 내용과 직책은 변하지 않았다. 근로계약서엔 수습기간 3개월 중 문제가 생기면 회사가 본채용을 거부할 수 있다는 내용, 주휴일과 근로자의 날만 휴일로 인정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A 씨는 1세, 6세 자녀를 둔 워킹맘이기도 했다. A 씨는 이전 용역업체 소속일 땐 일근직 근로형태(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로 일했으며, 출산 및 양육을 이유로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하는 초번 근무를 면제받았다. 또한, 공휴일에는 연차휴가 사용으로 대체해 일하지 않았다.
하지만 회사는 A 씨에게 다른 직원들과 똑같이 초번 근무를 하고 공휴일에 일할 것을 지시했다. 초반엔 A 씨도 자녀 어린이집 등원 시간에 맞춰 외출 허락을 받고 초번 근무를 3회 수행했다. 하지만 공휴일에 출근하라는 지시엔 응하지 않았다. 그러곤 회사에 "이전 용역업체에선 공휴일에 근무하지 않았고 다른 영업소의 서무주임도 공휴일에 근무하지 않는다"며 "오랜 근무형태를 하루아침에 변경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경위서를 제출했다. 이에 회사는 무단결근이 계속되면 초번 근무 시 외출을 허락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고, A 씨는 그 후 초번 근무도 수행하지 않았다.
회사는 A 씨의 이 같은 근태를 무단결근으로 보고 본채용 평가에 반영했다. 그 결과 A 씨는 본채용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고, 회사는 A 씨에게 본채용 거부를 통보했다.
A 씨는 본채용 거부 통보가 부당해고라며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본채용 거부통보를 부당해고로 인정했고, 회사는 해당 재심판정을 취소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 씨의 손을 들어줬으나, 2심은 회사가 승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회사가 A 씨에게 일ㆍ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의5는 육아기 노동자(만 8살 이하 자녀의 부모)의 육아 지원을 위해 사업주가 근로시간 조정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먼저, 대법원은 A 씨가 이전 용역업체에서 8년여 간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다는 점에서 본채용 거부를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회사는 고용승계 조항이 담긴 근로조건 이행 확약서를 제출해 도급계약을 체결했고, A 씨는 영업소에서 약 8년 9개월 동안 동일한 업무를 수행해 온 숙련된 근로자로서 고용승계에 대한 기대를 갖는바, A 씨의 입장에서는 본채용 거부 통보가 실질적으로 수년간의 고용이 종료되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법원은 회사가 육아기 근로자인 A 씨의 공휴일 근무 횟수 및 빈도, 근무시간을 조절하거나 연차휴가ㆍ외출 등을 사용하도록 하는 등의 시도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회사가 수년간 지속해 온 근무형태를 갑작스럽게 바꿔 보육시설이 운영되지 않는 공휴일에 매번 출근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A 씨의 자녀 양육에 큰 저해가 되는 반면, 서무주임인 A 씨에게 공휴일 근무를 지시해야 할 원고의 경영상 필요성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심은 회사가 시용기간 및 평가과정에서 육아기 근로자인 A 씨에 대해 일ㆍ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를 다했는지를 심리하고 판단할 필요가 있지만, 그럼에도 원심은 본채용 거부 통보에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해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남녀고용평등법상 일ㆍ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사업주에게 소속 근로자에 대한 일ㆍ가정 양립 지원을 위한 배려의무가 인정된다는 것을 최초로 명시적으로 인정한 판결"이라며 판결의 의미를 밝혔다.
출처: 2023년 12월 20일, 월간노동법률, 이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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