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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안법 위반’ 인천항만공사 전 사장, 2심은 무죄...도급인 판단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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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58회 작성일 23-09-2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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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과 건설공사 발주자는 '스스로 시공할 자격이나 능력을 갖췄는지'에 따라 구분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이같이 판단하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준욱 전 인천항만공사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최 씨에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던 1심과는 다른 결론이다.

25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인천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원용일)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 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지난 22일 "최 씨는 스스로 시공할 자격이나 능력을 갖추지 못한 건설공사를 도급한 것이고 공사의 시공을 주도해 총괄ㆍ관리했다고 평가할 수 없어 도급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설령 최 씨가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해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고의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1심 "최 씨, 공사 보고받고 총괄한 도급인…법정 구속"
 
2020년 인천항만공사가 관리하는 갑문의 정기 보수 공사에서 하청업체 근로자가 추락해 숨졌다. 검찰은 당시 인천항만공사 사장이었던 최 씨를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이라고 판단하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인에게 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 의무를 지우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은 물건의 제조ㆍ건설ㆍ수리 또는 서비스 제공 등 업무를 도급하는 사업주다. 다만, 여기서 건설공사 발주자는 제외된다. 건설공사 발주자는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자로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해 총괄ㆍ관리하지 않는 사람이다.

다시 말해 도급인인지 건설공사 발주자인지에 따라 원청은 책임을 질 수도, 면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1심은 최 씨가 도급인이라고 판단했다. 최 씨가 도급인이 된 이유는 이렇다. 갑문 보수 공사는 인천항만공사의 핵심적ㆍ본질적 사업이다. 인천항만공사에는 갑문 보수공사를 관리하는 조직과 부서가 있다. 인천항만공사는 갑문 유지ㆍ관리를 위한 예산과 인원을 두고 있다.

최 씨는 갑문 보수공사와 관련된 사항을 직접 결재하고 보고받았다. 하청업체가 참여하는 안전 회의와 공사공정협의회에는 공사 직원도 거의 매일 참여했다. 사장으로 취임하기 전 공직 생활 기간에는 항만청 등 관련 부서에서 근무했고 안전보건관리책임자 교육을 이수했다. 취임 시에는 갑문운영팀에서 항만 내에 상존하는 안전사고의 유형과 위험 등에 대해 업무 보고를 받았다.

1심은 최 씨에 1년 6개월 실형을 선고했고 최 씨는 법정 구속됐다. 피해자 유족과 합의가 이루어졌지만 소용없었다. 오 판사는 도급인이 아니라는 최 씨의 주장이 하청업체에 책임을 떠넘긴 것이라면서 책임이 무겁다고 봤다.
 
2심 "최 씨는 건설공사 발주자"…새로운 판단기준 제시
 
그러나 2심은 최 씨가 건설공사 발주자에 해당한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최 씨가 건설공사 발주자인지 판단하면서 1심과는 전혀 다른 기준을 제시했다. 도급인과 건설공사 발주자는 '건설공사 시공을 직접 수행할 법률상 자격을 가지고 인력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에 따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인천항만공사가 건설공사 시공을 직접 수행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건설공사 발주자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규모 갑문에 대한 정기보수공사는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에 따라 강구조물공사업 등록을 마친 건설업자만 시공할 수 있지만 인천항만공사는 그렇지 않았고 국가 출자 법인으로서 법률에 따라 건설업 등록을 신청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공사는 인천항만공사 설립 목적 중 하나인 '항만시설의 유지ㆍ보수'의 일환으로 시행됐지만 인천항만공사는 공사를 다른 건설업자에게 도급할 수밖에 없었다"며 "인천항만공사는 갑문 보수공사를 직접 시공할 수 있을 정도 인력이나 전문성을 갖추고 있지 못한 반면 공사를 수급한 업체는 공사보다 규모는 작지만 시공할 수 있는 인력과 전문성을 갖춘 회사였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인천항만공사가 시공 과정과 공정 전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 위험성에 관해 하청 회사만큼 전문성을 갖추고 있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또 인천항만공사가 사업을 기획하고 설계ㆍ감리를 자체적으로 수행하고, 소속 직원이 현장에서 공정률을 점검하고 공사를 감독했더라도 이는 건설공사 발주자의 역할을 수행한 것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 결과 인천항만공사는 도급인이 아닌 건설공사 발주자가 됐고 최 씨도 무죄가 됐다.
 
'건설공사 능력'에 주목한 2심…"입법취지 고려한 결과"
 
앞서 1심은 인천항만공사의 조직, 인력, 예산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도급인인지 판단했다. 그 결과 조직 규모와 예산을 갖춘 인천항만공사는 도급인이 됐다.

그러나 이같은 기준은 현행법 규정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현행법에는 건설공사 발주자의 조직 규모나 예산에 관해 규정하거나 이를 통해 도급인인지 판단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또한, 조직의 인력과 예산까지 판단 기준으로 삼을 경우 조직 규모가 큰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일수록 도급인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어 비판의 여지가 있었다.

정진우 서울과기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1심 판결 당시 노동법률을 통해 "1심 판결은 항만공사와 수급인의 역할과 책임을 제대로 구분하지 않고 항만공사의 인력과 재정 등이 우월하니 구체적ㆍ직접적인 안전보건조치도 항만공사에게 주된 책임이 있다는 식"이라며 "안전원리, 안전 이행 메커니즘, 실제 작업 상황 등을 알려고 한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고 항만공사가 갑문 보수공사를 직접 할 수 있는지, 그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선 검토하지 않은 것 같다"고 비판한 바 있다.

반면 2심은 조직과 인력 등이 아닌 해당 공사를 직접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했다.

2심 판단 근거는 이렇다.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기 위해 도급인의 책임을 강화해 하청 근로자에 대한 안전 조치 의무를 부과했지만 여기서 건설공사 발주자는 제외했다. 대신 건설공사 발주자가 져야 할 의무는 별도로 규정했다. 건설업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건설공사를 계획하고 설계하는 단계서부터 예방조치를 고려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이유다.

재판부는 원청이 건설공사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데도 도급한 경우에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방지하려는 위험의 외주화가 발생할 수 있어 원청이 엄격한 책임을 부담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원청에 건설공사를 직접 수행할 능력이 없다면 공사를 도급하더라도 위험의 외주화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건설공사의 시공을 직접 수행할 법률상의 자격을 가지고 인력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자가 공사를 도급하는 경우, 도급을 한 자는 비용을 절감하고 산업재해의 위험 등 안전에 대한 책임을 수급인에게 떠넘기는 결과가 생길 수 있어 엄격한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반면 건설공사를 직접 수행할 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도급하지 않고서는 공사를 할 수 없어 산업안전보건법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임의로 이런 외관을 야기한 것이 아니라면 도급을 한다고 해서 위험의 외주화 문제가 생긴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건설공사를 직접 수행할 수 없는 자는 어쩔 수 없이 도급을 줄 수밖에 없고, 이는 위험의 외주화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위험의 외주화로 볼 수 없다면 원청에 하청 근로자에 대해 무거운 의무를 부여할 이유가 없게 된다. 산업안전보건법이 도급인에게 무거운 의무를 부여하는 취지는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기 위해서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건설공사 시공을 직접 수행할 수 없는 자에게 도급인 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은 과도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재판부는 "건설공사 시공을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자가 그 공사를 다른 사업주에게 도급하는 경우 공사를 도급한 자는 공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산업재해위험과 그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조치에 관해 충분히 알거나 알 수 있다"며 "이러한 도급인이 시공을 주도해 총괄ㆍ관리하는 경우 하청 근로자의 안전ㆍ보건조치를 할 의무를 부과하고 형사책임을 물을 필요성과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반면 "공사를 직접 수행할 수 없는 자는 공사의 공정이나 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의 위험, 그리고 그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해 일반적으로 알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다"며 "이러한 자에게 하청 근로자에 대해 안전 및 보건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하고 형사책임을 묻는 것은 그 지위나 역할과 비교해 과도한 책임을 부과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산업안전보건법 목적과 맞는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출처: 2023년 09월 25일, 월간노동법률, 이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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