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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공사 안전순찰 업무는 ‘불법파견’…“하청 해고 근로자에도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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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26회 작성일 25-04-0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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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의 안전순찰 업무가 불법파견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또 나왔다. 대법원은 공사가 하청업체에 취업규칙, 근로계약 양식을 직접 제공하는 등 상당한 지휘ㆍ명령이 있다고 봤다. 또한, 대법원은 하청업체에서 이미 해고돼 근로관계가 없는 하청업체 해고 근로자에게도 공사가 금전배상을 해야 한다고 인정했다.
 
2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제1부(주심 노태악)는 지난달 27일 한국도로공사 하청업체 소속 전ㆍ현직 근로자 A 씨 등 91명이 공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공사가 근로계약 양식 제공"…지휘ㆍ명령 인정
 
공사는 안전순찰원을 직접고용하다가 2007년부터 외주화했다. 안전순찰 업무를 한 하청업체는 공사가 제공한 양식에 따라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했고, 공사는 하청업체 근로자에게 수시ㆍ정기적으로 교육을 실시했다.
 
이에 안전순찰 업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공사가 불법파견을 하고 있다며 법원에 근로자 지위 확인과 직접고용의무 불이행에 따른 연차유급휴가 미사용 수당, 퇴직금 등 금전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원심은 공사의 불법파견을 인정하며 직접고용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하청업체는 공사가 제공한 양식에 따라 취업규칙, 근로계약을 마련했고, 이는 공사가 지역의 여러 외주업체에 대해 획일적인 기준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함으로 보인다"며 "공사가 각종 교육자료를 배포해 작업 방법을 구체적으로 보완하고 자동 차량 위치 확인 시스템을 통해 구체적인 작업 장소ㆍ내용을 통제해 상당 정도의 지휘ㆍ명령이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공사 근로자와 같은 근무복, 명함, 안전 순찰차를 사용해 공사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고 업무의 특정성ㆍ전문성도 없다"며 "하청업체가 독립적인 기업조직과 설비도 없는 점을 고려하면 불법파견에 해당해 직접고용의무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과 같았다. 대법원은 "공사의 직접고용의무 판단에 대한 원심 판단의 잘못이 없다"고 했다.

"해고 근로자에게도 배상책임 있다"

이번 사건에서 또 다른 쟁점은 해고, 사직 등으로 고용관계가 이미 단절된 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해서도 공사가 금전배상책임이 있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하청업체에서 해고된 근로자의 경우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것"이라며 "공사가 제때 직접고용했다면 근로제공이 중단되지 않았을 것이기에 하청업체에서 해고된 직원들에 대해서도 공사가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하청업체에서 사직한 근로자들도 사직 전 공사에 직접고용 의사표시를 했지만 공사가 이를 거부했다"며 "공사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손해배상액을 계산할 때 공사 소속 현장직 안전순찰 직원의 근로조건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공사에게 손해배상액의 80%만 지급해도 된다고 본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손해배상책임은 파견법을 위반해 온 공사의 책임으로 발생한 것"이라며 "하청 근로자의 해고와 사직을 이유로 원청의 손해배상책임이 경감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원심은 2019년 공사에 직접고용된 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해서는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판단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원심은 2019년 직접고용된 근로자들은 근로관계가 끝나지 않아 퇴직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봤으나 법리 판단에 잘못이 있다"며 "공사는 직접고용의무 발생일부터 직접고용일까지의 계속근로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미사용 연차유급휴가수당, 지연이자 부분에 대해서도 원심을 파기했다. 원심은 근로자들에게 미사용 연차유급휴가수당 액수만큼 금전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파기했다.
 
대법원은 "연차휴가 미사용수당은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직접고용됐더라도 사용 촉진으로 받을 가능성이 낮아 공사가 이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지연이자에 대한 부분도 원심과 판단을 뒤집었다. 2019년 소송촉진법이 개정돼 지연이자가 15%에서 12%로 줄어들었다. 개정 소송촉진법은 개정일 당시 1심 변론 종결 사건을 기준으로 변경된 이율을 적용한다고 규정했지만 원심은 지연이자 15%를 일관적으로 적용했다.
 
대법원은 "소송촉진법에 따라 1심에서 인용된 부분에 대해서는 개정 전 지연이자 15%가 적용되고, 2심에서 새로 인용된 부분에 대해서는 개정된 지연이자 12%가 적용돼 원심의 지연이자 판단은 잘못됐다"며 해당 부분을 파기했다.

한국도로공사, 불법파견 판결 계속

공사의 불법파견 판결이 계속되고 있다. 공사의 안전순찰 업무에 대한 불법파견 판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법원은 2020년에도 공사가 안전순찰 업무를 외주화한 것이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2019년엔 공사의 톨게이트 수납원 업무도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최근 불법파견을 부정한 판결도 있었다. 지난해 5월 대법원은 공사의 정보통신 업무가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정보통신 업무는 공사의 상당 지휘ㆍ명령이 없었고 근무 장소와 이용 차량도 명백히 구분된다"며 "외주사업체가 독립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고도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 공사 사업에 편입됐다고 볼 수 없어 불법파견이 아니"라고 판단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당시 공사의 정보통신 업무 사건을 대리한 최진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법원이 제조업에 이어 서비스업까지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서비스업도 고도의 전문성과 업무 독립성이 인정되면 적법한 도급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했다.


출처 : 이재헌 기자, 도로공사 안전순찰 업무는 ‘불법파견’…“하청 해고 근로자에도 배상”,  월간노동법률, 2025년 4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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