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노사협 정기회의, 안건 없어도 열어야” 첫 판결
페이지 정보

본문
노동자가 참여하는 노사협의회의 ‘정기회의’는 구체적인 안건 존재와 관계없이 3개월마다 개최해야 한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노사협의회가 근로자와 사용자의 참여와 협력을 통해 근로자의 복지 증진과 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상시적 협의기구라는 성격을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또 사용자가 정기회의에 기업의 경제적 상황 전반을 성실하게 보고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3개월마다 정기 개최, 몰랐다” 근로자참여법 위반 부인
11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인천의 한 일간지 전 대표이사 A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A씨는 2019년 12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노사협의회 의장을 맡았다. 그런데 2021년도 2~4분기와 2022년도 2~3분기에 노사협의회를 정기적으로 열지 않아 근로자참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근로자참여법(12조)은 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사용자가 정기회의에서 경영계획 전반과 실적 등을 보고하지 않은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A씨쪽은 “노사협의회 회의를 정기적으로 개최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실무자가 노사간 현안이 있을 때만 회의를 개최하는 것으로 일정을 잡아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정기회의를 열지 않은 행위에 고의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1심은 “이러한 사정은 단순한 법률의 부지에 불과해 범죄의 성립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며 A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실무자가 회의 개최를 보고하지 않았다고 해서 피고인에게 비난 가능성이 없어 책임이 조각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명확히 했다. 부지란 어떤 행위를 하는지 알지만, 법으로 금지된 사슬은 모르는 경우다.
벌금 50만원에 상고, 대법원 “안건 상관없이 개최해야”
A씨는 1심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담당 직원의 미흡한 업무처리가 원인”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또 벌금 50만원이 너무 무겁다고 강조했지만, 2심 역시 유죄로 판단했다. A씨가 분기별로 노사협의회 정기회의를 개최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봤다.
실제 회사 운영 규정에는 ‘협의회 정기회의는 매 분기 익월 둘째 주에 개최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또 A씨는 노사협의회 의장을 맡은 이후 2019년도 4분기와 2020년도 1~4분기, 2021년도 1분기와 2022년도 1분기에 정기회의를 열고 참석했다. 2021년도 2~4분기와 2022년도 2~3분기에 정기회의를 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셈이다.
A씨는 대법원까지 소송을 이어 갔다. 하지만 대법원은 “노사협의회 ‘정기회의’ 미개최 고의가 인정될 뿐만 아니라 그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원심을 유지했다. 특히 “근로자참여법이 정한 ‘협의 사항’이나 ‘의결 사항’ 등 구체적인 안건이 존재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정기회의’를 개최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또 재판부는 사용자가 근로자참여법(22조1항)이 정한 △경영계획 전반 및 실적 △분기별 생산계획과 실적 △인력계획 △기업의 경제적·재정적 상황을 정기회의에서 성실하게 보고하거나 설명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출처 : 홍준표 기자, 대법원 “노사협 정기회의, 안건 없어도 열어야” 첫 판결, 매일노동뉴스, 2025년 5월 12일
- 이전글‘불법 개조’ 크레인서 추락사…하청 대표ㆍ현장소장에 징역 1년 25.05.13
- 다음글셀트리온 방역 업무 불파 2심서 ‘부정’…1심 뒤집힌 이유는? 25.05.09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