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방서 “개판이다”…법원 “업무 미숙해도 폭언 지속하면 괴롭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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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교수가 수술방에서 전공의에게 고성을 지르고 폭언을 한 것이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업무가 다소 미숙했더라도 다수 앞에서 폭언을 했다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2일 서울고등법원 제15-3민사부(재판장 이병희)는 인제대 병원 교수 A 씨가 병원을 상대로 낸 징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1심과 같은 결론이다.
복지부 지침과 다른 조사위 구성에도 '적법'
A 씨는 전공의 B 씨와 수술을 들어갈 때면 수술방에서 "개판이다 개판", "초등학생이랑 수술하는 것 같다" 등 비속어가 포함된 폭언을 지속적으로 했다. A 씨는 또 다른 전공의들과 통화할 때도 폭언을 했다.
계속된 폭언에 전공의들은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다. 병원은 교수위원 3명, 직원위원 3명, 인권센터위원 1명으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A 씨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조사했다. 병원은 조사 결과 A 씨에게 감봉 1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A 씨는 법원에 징계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A 씨는 징계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르면 전공의의 괴롭힘 사건은 전공의 1인 이상이 포함된 조사위원회에서 징계를 결정해야 한다. 병원엔 직장 내 괴롭힘을 조사할 때 조사위원회에 학생위원을 포함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그러나 병원은 조사위원회를 꾸릴 때 전공의와 학생위원을 포함하지 않았다. A 씨는 이것을 절차적 하자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징계 절차에 위법성이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보건복지부 지침은 전공의 수련병원에 대한 안내에 불과하다"며 "지침에 따라 전공의 1인 이상을 포함한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았더라도 징계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병원 내규가 조사위원으로 학생위원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번 사건은 전공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라며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학생위원이 없더라도 절차에 하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생명 구하는 수술방이라도 지속적ㆍ다수 앞 폭언은 괴롭힘"
법원은 징계 사유에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A 씨는 폭언에 모욕 의도가 없었고 급박한 상황에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이루어졌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수술방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A 씨의 폭언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 발언의 수위가 객관적인 일반인으로 하여금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며 "비록 B 씨의 업무가 미숙했더라도 이것만으로 A 씨의 폭언이 적법한 것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A 씨의 폭언이 간호사들 앞에서 이루어진 것에도 주목했다. 재판부는 "A 씨의 폭언이 B 씨와 단둘이 있을 때가 아니라 수술방에 같이 있는 다수의 간호사들 앞에서 이루어졌다"며 "이는 그 자체로 B 씨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뿐 아니라 추상적ㆍ경멸적 감정 폭력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A 씨의 발언이 전공의들에게 모욕감을 주고 이를 들은 가른 간호사들의 근무환경도 악화시켰다"며 "B 씨의 미숙함이 업무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했다는 걸 A 씨가 입증하지 못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감봉 1개월의 징계 양정에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A 씨와 피해 전공의들의 관계, 폭언이 다수 앞에서 이루어진 점 등을 고려할 때 감봉 중 가장 낮은 징계인 감봉 1개월은 사용자의 재량권 남용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출처 : 이재헌 기자, 수술방서 “개판이다”…법원 “업무 미숙해도 폭언 지속하면 괴롭힘”, 월간노동법률, 2025년 6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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