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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유지형ㆍ정년연장형 임피제 혼합해 도입했더니…엇갈린 1ㆍ2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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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123회 작성일 25-07-01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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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업장에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와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동시에 시행된 경우 '전체 대상자'의 불이익과 대상 조치를 기준으로 임금피크제 유효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심은 소송을 제기한 정년유지형 대상자로만 임금피크제 유효성을 판단했지만, 2심은 전체 대상자를 기준으로 판단해 결론이 엇갈렸다. 

30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1-2민사부(재판장 이양희)는 지난 18일 한국원자력의학원(의학원) 1ㆍ2급 퇴사자 A 씨 등 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정년유지형' 기준으로 판단한 1심 "임피제 무효"
 
과거 의학원의 정년은 3급 이하 직원은 만 58세, 2급 이상 직원 만 61세로 직급에 따라 달랐다. 의학원은 2016년 전 직급의 정년을 만 60세로 변경하고 만 59세에 임금의 46%를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3급 이하 직원에게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가, 2급 이상 직원에게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도입됐다. 정년연장형은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임금을 삭감하는 것을, 정년유지형은 정년 연장 없이 임금을 삭감하는 것을 의미한다. 소송을 제기한 A 씨 등은 1ㆍ2급 직원으로 일하다 2022년 퇴사했고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았다.

의학원은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대상 조치로 ▲임금피크제 지원금 지급 ▲주 1회 추가 유급휴가 부여 ▲공로 연수 확대 ▲재취업 지원 프로그램 운영 등을 실시했다. 다만 A 씨 등을 포함한 2022년 퇴사자들이 임금피크제의 적용을 받은 2021년에는 임금피크제 지원금과 주 1회 유급휴가를 폐지했다.
 
A 씨 등은 회사의 임금피크제가 무효라고 주장해 회사를 상대로 임금과 퇴직금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근로자 측 손을 들어줬다.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인한 근로자의 불이익이 과도해 무효라고 봤다. 이때 1심은 정년유지형 대상자에 대한 내용으로만 임금피크제 유무효를 판단했다.
 
법원은 "의학원이 불이익 상쇄를 위해 임금피크제 지원금, 주 1회 추가 유급휴가 등 대상 조치를 했지만 2020년 종료돼 A 씨는 혜택을 받지 못했다"며 "정년 연장도 없이 임금이 삭감된 A 씨 등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에게는 공로 연수 확대와 재취업 프로그램만으로 의학원의 대상 조치가 충분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의학원이 종료했던 주 1회 유급휴가를 2023년 다시 시행한 것은 스스로 대상 조치가 부족함을 인지했기 때문"이라며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근로조건을 변화시키는 제도가 없어 임금피크제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의학원의 임금피크제는 3급 이하 직원으로 조직돼 있는 과반 노조의 동의를 받아 도입됐다. A 씨 등은 임금피크제 도입 시 2급 이상인 자신들의 동의를 받지 않아 위법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임금피크제 도입 절차엔 문제가 없다고 봤다.
 
1심은 "2급 이상 직원들의 경우 정년은 늘어나지 않는데 임금만 삭감돼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면서도 "동의 주체인 과반 노조는 조합원 자격에 관계없이 전체 근로자 중 과반수이면 인정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3급 이하 직원만을 조직 대상으로 하는 과반 노조가 임금피크제 도입에 찬성했더라도 이는 절차적 효력이 인정된다"며 "임금피크제 도입 절차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전체 대상자 기준으로 봐야"…2심은 '적법' 판단
 
그러나 2심은 1심을 뒤집고 임금피크제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1심과 달리 2심은 소송을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이 제기했더라도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은 전체 대상자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2급 이상 직원들은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인해 정년 연장 없이 임금만 삭감됐지만 임금피크제가 도입되지 않았다면 인사 적체가 발생하고 명예퇴직 등이 필요하게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2급 이상 직원들의 정년이 61세였던 것은 기존 제도의 반사적 이익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금피크제가 2급 이상 직원의 정년유지형, 3급 이하 직원의 정년연장형을 혼합한 제도임을 고려하면 회사가 전체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에게 과도한 불이익을 일방적으로 강요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은 회사가 2급 이상 직원들에 대한 대상 조치도 적절하게 적용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의학원이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대상자들에게도 임금피크제 도입 전후 퇴직금이 사실상 동일하도록 중간정산을 했고 공로 연수를 확대하고 재취업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등 불이익 상쇄를 위한 충분한 대상 조치를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2022년 퇴사자들이 임금피크제 지원금을 받지 못한 것은 지원금에 대한 고용보험법 시행령이 2019년 삭제돼 일어난 일로 의학원의 의사와 무관했다"며 "주 1회 추가 유급휴가도 2022년 퇴사자들에게는 적용이 제외됐지만 대부분의 근로자들에게 적용이 인정돼 전반적인 대상 조치를 고려했을 때 불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의학원 측을 대리한 최현준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는 "1심은 임금피크제 전반을 조망하지 않고 원고가 전체 근로자 중 5%를 차지하는 2급 이상 직원이라는 점에만 집중해 불이익이 크다는 판단을 했지만, 2심은 임금피크제 전반의 목적과 대상 조치를 고려해 정반대의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혼합형 임금피크제의 경우 1심과 2심의 판단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 2022년 인천국제공항 임금피크제 사건에서도 1심은 소송 원고였던 정년유지형 대상자들의 불이익과 대상 조치만을 기준으로 임금피크제가 무효라고 판단했지만, 2심은 임금피크제 전체 대상자를 기준으로 판단해 임금피크제가 적법하다고 봤다.
 
최 변호사는 "혼합형 임금피크제 사건에서 1ㆍ2심 판결이 엇갈리는 것은 소송의 특성상 1심이 소송 당사자의 사실관계에 집중해 판결을 내리기 때문"이라며 "1심은 소송 당사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2심에선 기업 전체 근로자 관점에서 사건을 판단해 항소심에서 사건이 뒤집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혼합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경우 향후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대상 근로자에게 추가적인 대상 조치와 동의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 변호사는 "정년유지형에 대해서는 법원이 유효성을 엄격하게 판단할 수 있어 혼합형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더라도 정년유지형 대상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한 조치를 추가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정년유지형 대상 근로자들만을 대상으로 업무 경감 직무 배치, 근로시간 단축 등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처럼 정년연장형 대상 근로자들이 정년유지형 대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직급까지 승진할 수 있는 직급체계라면 전체 근로자 과반 노조의 동의만 받아도 되겠지만, 정년유지형 대상 근로자들에 대한 집단적 동의를 따로 받는다면 임금피크제의 정당성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출처 : 이재헌 기자, 정년유지형ㆍ정년연장형 임피제 혼합해 도입했더니…엇갈린 1ㆍ2심, 월간노동법률, 2025년 6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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