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파업 끝났는데도 ‘집화 중단’ 계속…2심도 “공격적 직장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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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가 파업에서 복귀했는데도 대리점주가 택배 물량을 끊은 것은 위법한 직장폐쇄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업무복귀의사를 밝혔는데도 집화 중단 조치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공격적 직장폐쇄로 성격이 변질될 것"이라며 대리점주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1심에 이어 2심도 같은 판단을 했다.
10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춘천지방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허이훈)는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조합원들이 강원지역 CJ대한통운 대리점주 A 씨와 B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1심을 유지했다.
2심은 "택배기사들이 진정으로 업무에 복귀할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대리점주들이 집화 중단 조치를 유지한 것은 당초의 쟁의행위에 대한 방어적인 목적에서 벗어나 공격적 직장폐쇄의 성격으로 변질된 것"이라며 "택배기사들의 쟁의행위에 대한 방어수단으로서의 상당성을 갖췄다고 볼 수도 없어 정당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파업 복귀에도 물량 끊겨…대리점주에 손해배상 청구
사건의 시작은 지난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1년 12월 택배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자 CJ대한통운은 대리점주들의 요청에 따라 파업에 참여한 택배기사들에게 집화 중단 조치를 했다. 배송을 거부하는 택배기사들에게 물량을 배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후 택배노조는 그 다음해 3월 파업을 종료했고, 택배기사들은 업무에 복귀했다. 하지만 파업이 종료된 후에도 약 2주간 집화 중단 조치가 계속됐다. 대리점주들이 CJ대한통운에 집화 중단 조치를 해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택배기사들은 "집화 중단을 계속 유지한 것이 공격적 직장폐쇄에 해당한다"며 대리점주에게 약 2주간 발생한 집화 중단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직장폐쇄는 사용자가 근로자의 노무를 거부하는 것으로, 근로자의 쟁의행위에 대항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이때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항하기 위한 '방어적ㆍ대항적' 직장폐쇄만이 정당한 직장폐쇄로 인정된다. 노조가 쟁의행위를 하기 전부터 선제적으로 하는 직장폐쇄, 쟁의행위보다 과도하게 행사하는 직장폐쇄는 위법이다.
1, 2심 모두 택배기사에 손 "위법한 직장폐쇄"
쟁점은 집화 중단 조치가 직장폐쇄에 해당하는지로 떠올랐다. 법원은 택배기사 측 손을 들었다. 1심과 2심 모두 같은 판단을 했다.
1심은 "택배기사의 주요 배송업무를 불가능하게 하는 집화 중단 조치는 집단적 노무수령 거부에 해당한다"며 "게다가 총파업에 참가한 택배기사에 대한 노무수령을 거부한 것은 쟁의행위에 대항해 이루어진 직장폐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정당한 직장폐쇄도 아니라고 봤다. 1심은 "노조 조합원들만을 대상으로 한 상대적 집화 중단 조치는 그것만으로도 정당한 직장폐쇄의 요건이 결여된다"고 덧붙였다.
집화 중단 조치가 대리점주와 택배기사 간 위수탁 계약 위반이라는 점도 짚었다. 1심은 "위수탁 계약에 따라 대리점주들은 택배기사들에게 각자의 배송구역 물품을 집ㆍ배송 할 수 있도록 할 채무가 있음에도 집화 중단 조치로 인해 물품을 전혀 배송할 수 없었다"며 "이는 위수탁 계약상 채무불이행에도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2심도 집화 중단 조치가 위법한 직장폐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집화 중단 조치가 발생하면 택배물품에 대한 집화 자체가 불가능하고 이 결과 택배기사는 배송할 물건이 입고되지 않아 배송을 할 수 없게 된다.
2심은 "결국 대리점주들의 집화 중단 조치는 택배노조 조합원인 택배기사들의 노무수령을 거부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측면이 있어 실질적으로 직장폐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택배기사들이 업무복귀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혔음에도 대리점주들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집화 중단 조치를 해지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한 것은 위법한 직장폐쇄에 해당하거나 위수탁계약에 위반해 택배기사들의 노무수령을 거부한 것으로서 위법하다"며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대리점주 측은 택배기사들이 업무복귀 이후에도 조기출차 주장을 이어가 쟁의행위를 중단하고 진정으로 업무복귀의사를 표시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조기출차는 택배기사가 추가적으로 발생할 택배 물량을 피해 택배차량을 미리 내보내는 것으로, 일종의 쟁의행위다. 대리점주 입장에선 조기출차가 발생하면 물류센터에 택배 물량이 쌓이는 문제가 발생한다.
즉, 택배기사들이 업무복귀의사를 표시했음에도 조기출차 주장을 유지한 것이 진정한 업무복귀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대리점주가 조기출차 주장에 대항해 집화 중단 조치를 유지한 것이 방어수단이 될 수 있는지가 또 다른 쟁점이 됐다.
2심은 "조기출차 주장을 유지하면서 업무복귀의사를 표시했다고 해서 그 의사가 진정한 것이 아니었다고 볼 수 없다"며 대리점주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은 "대리점주들은 택배기사들에게 당일배송의 확약을 요구하며 집화 중단 조치의 해지를 요청하지 않았다"며 "대리점주들은 집화 중단 조치, 즉 직장폐쇄가 택배기사들의 총파업에 대항해 이미 개시돼 있었음을 기화로 당일배송에 관한 대리점주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직장폐쇄를 유지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결국, 택배기사들이 진정으로 업무복귀의사를 표시했음에도 대리점주들이 집화 중단 조치를 유지한 것은 당초의 쟁의행위(총파업)에 대한 방어적인 목적에서 벗어나 공격적 직장폐쇄의 성격으로 변질된 것이고, 쟁의행위(조기출차 주장)에 대한 방어수단으로서의 상당성을 갖췄다고 볼 수도 없어 정당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택배업계의 특성과 노사관계가 잘 드러난 사건으로 볼 수 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인 택배기사가 파업하는 경우 사용자 측은 파업에 참여한 택배기사의 물량을 직영 택배기사에게 몰아주는 방식, 집화 중단 조치로 물량 자체를 끊어버리는 방식 등으로 파업에 대응해 왔다.
그러나 앞서 파업한 택배기사의 물량에 대해 원청 직영 택배기사를 대체인력으로 투입해 배송하는 것은 위법한 대체근로 투입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온 바 있고, 이번 판결로 파업이 끝나 업무에 복귀하더라도 집화 중단 조치를 유지하는 경우 위법한 직장폐쇄라는 점이 재확인됐다. 택배업계의 파업 대응 관행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이번 사건에서 택배기사 측을 대리한 조혜진 서비스연맹 법률원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직장폐쇄라고 하면 제조업에서 이루어지는 직장폐쇄 사안을 떠올려서 공간적인 출입에 대한 제한을 많이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판결은 직장폐쇄는 '노무제공의 거부'를 핵심 요소로 한다는 점에서 각 사업장의 사안에 따라 직장폐쇄의 양상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이라 볼 수 있다"며 이번 판결의 의미를 설명했다.
출처 : 이동희 기자, 택배 파업 끝났는데도 ‘집화 중단’ 계속…2심도 “공격적 직장폐쇄”, 월간노동법률, 2025년 9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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