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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에 폭언해 해고된 원청 관리자…법원은 “해고는 과해…부당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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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11회 작성일 25-09-12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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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 근로자에게 폭언하고 경위서 작성을 강요한 원청 근로자를 해고한 것이 부당해고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경위서 작성 요구는 감독 권한 범위 내에 있는 요구이기 때문에 징계 사유가 될 수 없고 폭언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하는 것은 과하다고 판단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재판장 구회근)는 지난 7월 10일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 했다. 1심과 2심의 결론이 동일했다.
 
하청에 폭언에 경위서 작성 요구
 
A 씨는 연구원에서 연구행정지원 업무를 담당해 하청 근로자들을 관리ㆍ감독했다. 사건은 하청 근로자 B 씨는 A 씨가 갑질을 했다며 원청에 A 씨에 대한 진정을 넣으면서 시작됐다. 연구원은 조사에 착수했고 조사 결과 A 씨의 괴롭힘을 인정했다.
 
연구원은 ▲하청 근로자에 대한 반복적인 폭언과 인격 모독 ▲하청 근로자에게 경위서 작성 강요 ▲하청 대표에게 인사 조치 지시 ▲업무처리 지연으로 인한 과태료를 하청이 내도록 강요한 점을 이유로 A 씨를 징계 해고했다.
 
A 씨는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경기지노위는 "폭언 외의 징계 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며 "해고는 연구원의 징계 재량권 남용으로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중노위도 초심 판정을 유지했다.
 
연구원은 법원에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도 중노위와 같은 판단을 했다. 법원은 폭언 외의 징계 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며 경위서 작성 강요는 A 씨의 업무 권한 내의 일이라고 봤다.
 
법원은 "A 씨의 경위서 작성 강요는 원청 감독자인 A 씨의 관리ㆍ감독 권한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일"이라며 "A 씨가 감사에 대응하기 위해 경위서를 요구한 점을 고려하면 징계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했다.
 
법원은 A 씨의 인사 개입도 징계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A 씨의 인사 개입은 하청업체 대표에게 인사조치를 구두로 요청한 것에 불과하다"며 "실제 인사발령으로 이어지지 않아 징계 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하청의 과태료 대납도 하청이 자발적으로 한 것으로 봤다. 법원은 "하청의 과태료 대납을 A 씨가 명시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다"며 "하청이 자발적으로 한 행위에 대해 관리자인 A 씨의 책임을 묻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법원은 해고는 과도한 징계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하청 근로자에 대한 폭언만 적법한 징계 사유로 인정되고 나머지는 징계 사유로 볼 수 없다"며 "폭언만 징계 사유로 인정되는 상황에서 사회 통념상 고용 관계가 계속될 수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폭언은 연구원 내규상 '비위 정도가 약하고 고의인 경우'에 해당된다"며 "이는 강등 또는 정직 사안으로 해고는 과도한 징계"라고 했다.
 
법원은 A 씨가 20년간 근속하고 각종 정부표창을 받은 점을 징계 양정에 고려했다. 재판부는 "A 씨의 근속연수가 길고 각종 정부표창을 받는 등 공적이 있다"며 "이를 참작 시 해고는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2심에서도 폭언만 적법한 징계 사유로 인정됐다. 법원은 "A 씨에게 하청 근로자에 대한 인사권이 없다는 사실을 하청 근로자 모두가 알고 있어 인사 개입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경위서 요구도 업무 범위 내의 지시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폭언만을 이유로 징계 해고를 하는 것은 연구원의 재량권 남용에 해당한다"며 "부당해고라는 1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하청 상대 폭언, '직장 괴롭힘' 아니어도 징계는 가능
 
원청 근로자의 하청 근로자에 대한 폭언은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으로는 인정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이 '직장에서의' 우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 인정 여부와는 별개로 징계 사유는 될 수 있다. 송연창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같은 회사 소속이 아닌 원하청 근로자 간의 괴롭힘은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법상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더라도 민사상 불법행위가 인정돼 이를 이유로 원청 근로자를 징계하는 것은 적법하다"고 말했다.
 
하청 근로자에 대한 폭언으로 원청 근로자를 징계 해고하는 것이 적법하려면 사회 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여야 한다. 송 변호사는 "원청 근로자의 폭언을 이유로 해고한 경우 회사가 공공기관이고 근로자가 상급자일수록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폭언, 인신공격의 목적이 업무와 무관하고 장기간 반복, 피해 하청 근로자가 다수인 경우에도 징계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될 확률이 높다"고 했다.
 
이번 사건에서 경위서 작성 요구는 징계 사유로 인정되지 않았지만, 이번 사건과 달리 경위서 작성 요구가 권한 밖의 일이거나 경위서 작성이 불필요한 상황에선 징계 사유로 인정될 수 있다.

송 변호사는 "경위서 작성이 아무런 필요 없는 상황에서 경위서 작성을 요구하거나 사실관계 확인을 넘어 거짓 진술을 요구하는 형태의 경위서 작성 요구는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며 "이것이 원하청 관계가 아닌 같은 직장 내에서 이루어졌다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도 인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 이재헌 기자, 하청에 폭언해 해고된 원청 관리자…법원은 “해고는 과해…부당해고”, 월간노동법률, 2025년 9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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