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동이슈

노조 싫어서 해외로 생산 이전…‘위장폐업’ 제동 건 법원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64회 작성일 25-09-15 07:45

본문

자일대우버스가 노조를 피해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긴 것은 위장폐업이라는 판단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인정됐다. 법원은 자일대우버스가 노조를 와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울산공장을 폐업하고 노조 조합원을 해고한 것은 부당해고,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0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재판장 구회근)는 지난 4일 자일대우버스 주식회사와 자일자동차 주식회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한 중노위 판단에 손을 들어준 판결이다.

노조 혐오가 위장폐업으로까지?

자동차ㆍ자동차부품을 제조하는 자일대우버스는 지난 2022년 7월 울산공장 생산직ㆍ사무직 근로자들에게 울산공장 폐업을 알리고 이들을 해고했다. 2년 전인 2020년 9월에도 울산공장을 대상으로 정리해고가 있었지만, 당시엔 노사가 정리해고 철회에 합의하면서 해고자들이 2021년 6월 복직했다. 그러나 복직 후 1년여 만에 또다시 해고가 발생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버스지회는 회사의 폐업 배경에 노조 혐오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회사가 폐업을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며 부당해고ㆍ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다.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회사가 노조의 존재 및 활동을 혐오해 폐업하고 자일자동차에 주요 자산을 이전해 자일자동차를 통해 기존과 동일ㆍ유사한 방법으로 기업활동을 계속했다"며 "기업의 실체를 존속하면서 노조를 배제한 채 기업활동을 계속하는 위장폐업에 해당하므로 폐업을 이유로 한 해고는 부당하고 조합원들에 대한 불이익 취급 및 노조에 대한 지배ㆍ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중노위도 "자일대우버스와 근로자들 간의 근로계약관계 역시 자일자동차로 승계됐다고 볼 수 있어 근로자들의 고용승계를 거부한 자일자동차의 행위는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다"며 같은 판단을 했다.

법원 '위장폐업ㆍ부당해고ㆍ부노' 모두 인정
 
법원도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자일대우버스는 사업 부문을 자일자동차로 이전하고 울산공장이 담당한 국내 완성차 생산은 베트남 법인 등을 통한 OEM 생산 및 국내 역수출 방식으로 기업 활동을 계속했다. 법원은 "자일대우버스의 이 사건 해산을 명목으로 한 울산공장 폐업은 위장폐업에 해당해 이 사건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 해산은 울산공장을 폐업하는 것에 주된 목적이 있었고, 울산공장을 폐업하는 경영상 판단을 한 주된 동기는 노조 활동에 대한 반감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봤다.

법원은 부당노동행위도 인정했다. 법원은 "회사는 2020년 3월경부터 노조를 경영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적대적인 관계로 인식했다"며 "이 사건 해산을 내세워 실제로는 원고 자일대우버스의 여러 사업 부문과 사업장 중에서도 울산공장만을 폐쇄하고 그 기능을 베트남 법인이 대체하도록 하는 계획을 장기적 관점에서 일관되게 실행해 왔다"고 지적했다.

회사 내부 문건에 따르면 자일대우버스 대주주인 백성학 영안모자그룹 회장은 '노조 문제 발생한 자동차 공장은 전부 문 닫는다', '적자를 보게 된 원인은 여러 직원들과 노조 문제가 많았다', '회사가 문을 닫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노조였다' 등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법원은 "자일대우버스의 경영 판단 과정에서 노조의 존재 및 활동에 대한 반감과 노조에 대한 배타적 인식이 상당히 일관되고 노골적으로 확인된다"며 "이는 노동조합법에서 금지하는 불이익 취급 및 지배ㆍ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심 "자일대우버스 실질, 자일자동차서 계속"
 
이어진 항소심에서도 같은 판단이 나왔다. 2심은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고 회사 측 항소를 기각했다.
 
법원은 기업의 해산이 위장폐업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경영상 어려움'이 아닌 '폐업의 동기'와 '사업의 실질적 동일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봤다.
 
2심은 "폐업의 동기를 판단할 때 폐업 시기, 폐업 당시 및 그 이전 상당 기간의 영업실적, 노조 활동에 대한 사용자의 태도, 동종 사업의 재개 가능성, 사업장 주요 설비의 유출 여부, 거래처와의 계약 존속 여부 등 다양한 기준이 고려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자일대우버스는 AS 사업과 KD 부품 사업을 자일자동차에 이관하고 해외 생산기지인 베트남 법인의 지분을 모두 양도해 자일대우버스를 자일자동차의 종속 기업으로 만들었다. 베트남 법인이 국내 완성차 생산을 대체하도록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ㆍ실행했다. 법원은 자일대우버스의 실질이 자일자동차를 통해 계속되고 있다고 봤다.
 
2심은 "이러한 일련의 자산, 인력, 사업 기능의 포괄적 이전은 자일대우버스의 실질이 자일자동차를 통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했다.
 
법원은 사건의 쟁점도 다시 짚었다. 자일대우버스는 "기업이 생산 지역을 선택하는 것은 영업의 자유에 속하는 것으로 생산기지의 국외 이전은 위장폐업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2심은 "이 사건의 쟁점은 '생산기지 국외 이전'의 정당성 여부가 아니라, 자일대우버스가 '폐업'을 가장해 노조를 배제한 채 실질적으로는 해외 생산기지를 통해 기업 활동을 계속하려 했는지에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 "위장폐업 악용 없도록 법 강화해야"
 
대우버스지회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심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위장폐업은 노동권 침해 그 자체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위헌적이고 노동법적 보호가 필요하다"며 "노동권 침해를 위해 일방적으로 노동계약관계를 종료하는 거짓 폐업행위를 규제하고 징벌적 손해배상과 형사처벌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사건에서 노조 측을 대리한 박지아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이번 2심 판결은 위장폐업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기업에 경영상 어려움이 있는지가 아니라 폐업의 동기와 사업의 실질적 동일성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하면서 경영상 어려움이 있다고 해서 정당한 폐업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켜 줬다"고 평가했다.

회사는 소송이 진행되는 중에도 울산공장에 있는 기계설비, 재고부품, 부품금형 등을 베트남으로 반출하려고 시도했다. 노조는 국내 생산에 필요한 영업자산을 해외로 반출하는 행위가 단체협약 위반에 해당한다며 업무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지난 8월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노조는 이 같은 위장폐업이 또 발생하지 않도록 ▲원직 복직과 국내 공장 활성화 ▲기업 구조조정 감시 및 노동법 준수 보장을 위한 고용노동부 역할 ▲자산 유출 등 법적 책임 회피를 위한 기업의 꼼수 방지 ▲위장폐업, 노동권을 침해하는 사업 이전 방지 법률 강화 등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노조는 "이번 사례는 기업이 위장폐업이라는 수법을 통해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고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기존 법률의 허점을 명확히 보여줬다"며 "현행 법률은 노동자에게 위장폐업을 증명하는 데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기업은 복잡한 구조조정 전략을 통해 이를 악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따라서 위장폐업의 정의를 넓히고 노조 탄압 목적으로 사업을 폐지할 경우 기업에 더 큰 입증 책임을 부과하고 위반 시 강력한 처벌을 명시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며 "사업 이전 시 고용 승계 및 단체협약 승계를 의무화하는 조항을 강화해 기업이 사업 이전을 노동법적 의무 회피 수단으로 삼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이동희 기자, 노조 싫어서 해외로 생산 이전…‘위장폐업’ 제동 건 법원, 월간노동법률, 2025년 9월 10일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