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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SR 부정 채용자 ‘근로계약 취소’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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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33회 작성일 25-09-22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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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품 수수와 점수 조작으로 수서고속철도(SR)에 입사한 근로자들에 대한 회사의 근로계약 취소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청탁 전에 이미 합격권 점수를 받았던 근로자를 제외한 부정행위자 전원에 대해 근로계약 취소가 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18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제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지난 7월 3일 SR이 근로자 A 씨 등 9명을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1심, 청탁한 근로자만 취소 '적법'
 
근로자 A 씨 등 9명은 공채로 SR에 입사해 역무원, 객실장 업무를 했다. 국토교통부는 2017년 SR의 채용 절차 전반에 대해 특별점검을 실시해 부정 채용자 23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A 씨 등 9명의 이름도 명단에 포함됐다.
 
부정 채용 사건으로 회사 대표 B 씨, 인사팀장 C 씨, 노조 위원장 D 씨가 형사처벌을 받았다. 대표 B 씨는 청탁을 받고 지원자의 자기소개를 수정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인사팀장 C 씨는 청탁을 받고 합격선에 미치지 못한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상위권 점수를 받은 합격생을 명단에서 삭제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노조 위원장 D 씨는 청탁을 받고 면접 평가표를 미리 입수해 지원자에게 전달한 혐의로 처벌받았다.
 
회사는 부정 채용에 연루된 A 씨 등 9명에게 근로계약 취소 통지서를 보내고, 법원엔 근로자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9명 중 2명에 대한 근로계약 취소만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 2명은 모친이 대표이사 B 씨에게 청탁해 이미 제출한 자기소개서를 수정한 A 씨와 부친이 상임이사에게 청탁해 불합격 점수를 합격 점수로 조작한 E 씨였다.
 
1심은 "채용 절차의 공정성은 근로계약 내용에 당연히 포함돼 부정한 방법으로 채용된 경우 그 근로계약은 취소할 수 있다"며 "다만 이 경우 착오는 중요 부분의 착오에 해당해야 하고 착오가 없었다면 근로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정도여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의 부정행위는 회사 대표이사와 상임이사에 의해 일어난 것으로 착오가 중대하고 회사가 이를 인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두 사람을 채용했다"며 "두 사람에 대한 회사의 근로계약 취소는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1심은 두 사람 외의 근로자들에 대해서는 근로계약 취소를 인정하지 않았다. 1심은 "나머지 근로자들의 경우 부정 청탁이 실제 합격 여부에 영향을 미쳤는지 불분명하고 착오에 회사의 중대한 과실이 존재한다"며 "근로계약 취소는 부적법하다"고 했다.
 
2심, 합격점 받은 근로자 아니면 모두 취소…대법서 '확정'
 
그러나 2심은 두 사람뿐 아니라 추가로 6명에 대한 근로계약 취소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1심은 노조 위원장 D 씨와 일반 직원들에게 금품 수수와 부정 청탁을 한 경우 실제 합격 여부에 영향을 미쳤는지 불분명해 근로계약 취소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했지만, 2심은 달랐다.
 
2심은 "부정행위란 채용 절차의 공정성을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모든 부정행위를 포함하며, 실제 합격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더라도 부정행위로 인정된다"며 "근로자들이 부정행위에 직접 가담하지 않고 부모님이 청탁한 것이더라도 이로 인해 합격했다면 중대한 착오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A 씨 등 근로자 8명의 부정행위 정도가 중대해 일반인의 관점에서 착오가 없었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것으로 인정된다"며 "A 씨 등 8명에 대한 근로계약 취소는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2심은 1심과 달리 회사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다고 봤다. 2심은 "회사가 채용 절차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전 채용 계획 공고, 구체적인 전형 방법 설정, 공개채용 실시 등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다"며 "회사가 주의의무를 현저히 결여했다고 볼 수 없어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사 소속 직원 일부가 부정행위에 가담했지만 회사는 이것을 인지하지 못했고,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사실만으로 중대한 과실이 인정돼 근로계약 취소가 부적법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2심은 청탁이 있었더라도 청탁과 관계없이 이미 합격 점수를 받았던 근로자에 대한 근로계약 취소는 부적법하다고 봤다. 근로자 F 씨의 경우 부친이 영업본부장에게 전화해 '잘 챙겨달라'고 청탁했지만, 당시 이미 합격 점수를 받아 부정행위가 중대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이 적법하다고 봤다. 대법원은 "F 씨는 중요 부분에 대한 착오가 없어 근로계약 취소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에 법리 오해가 없다"며 "F 씨를 제외한 나머지 근로자들은 부정행위로 인해 회사가 중요한 착오에 빠져 이들을 채용한 것으로 근로계약 취소가 적법하다"고 했다.
 
근로자들은 회사가 근로계약 취소 통지서를 보내면서 사실상 근로계약 합의서를 작성하도록 해 새로운 근로계약이 체결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새로운 근로계약이 체결됐다는 주장은 상고심에 이르러 처음으로 내세우는 주장"이라며 "적법한 상고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부정하게 채용된 근로자에 대한 근로계약 취소가 적법하기 위해선 '부정행위가 없었다면 근로자를 채용하지 않았을 정도의 착오'가 있어야 하고 사용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어야 한다. 

이진규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법원은 중요 부분에 대한 착오가 있었을 경우에만 근로계약 취소가 적법하다고 판단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중요 부분에 대한 착오란 부정행위가 없었다면 해당 근로자를 채용하지 않았을 것임이 인정될 정도의 착오"라며 "이와 함께 사용자에게 중대한 과실도 존재하지 않아야 근로계약 취소가 적법하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부정행위자에 대한 근로계약을 적법하게 취소하기 위해서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 사용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어야 근로계약 취소가 인정되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향후에 일어날 일을 대비하기 위해 채용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채용 공고상 부정행위자에 대한 합격 무효, 채용 취소를 명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금품 수수가 포함된 부정행위의 경우 적법한 근로계약 취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변호사는 "채용 절차에서 금품 수수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근로계약 취소가 언제나 적법해지는 것을 아니"라면서도 "최근 법원은 채용 청탁에 수반된 금품 수수에 대하여 그 자체로 공정성을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는 부정행위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출처 : 이재헌 기자, 대법 “SR 부정 채용자 ‘근로계약 취소’ 정당”, 월간노동법률, 2025년 9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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