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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화학 불법파견, 대법도 인정...간접공정에 연구직까지 ‘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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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92회 작성일 23-09-2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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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남해화학 간접공정 근로자들의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비료 포장과 삽차 운전 근로자뿐만 아니라 차량 정비 근로자와 석고장 업무 근로자도 모두 불법파견이라는 판단이다. 남해화학의 주된 업무인 비료 생산과 판매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들 업무 전반에 걸쳐 지시와 관리가 이루어져야 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남해화학은 비료를 포장하고 상차하는 업무, 차량을 정비하고 운전하는 업무까지 불법파견을 인정받게 됐다. 사내하청 근로자들은 추가 소송을 준비 중이다. 한편 남해화학에서 시료를 분석하는 연구직 근로자들의 불법파견 소송도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21일 노동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남해화학 사내하청 근로자 45명이 남해화학을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회사 측의 상고를 심리불속행 기각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상고 대상이 아닌 경우 본안 심리 없이 기각하는 것을 말한다.

앞서 1심은 소송을 낸 근로자 중 차량 정비 근로자와 석고장 근로자의 불법파견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원심은 이를 뒤집고 원고 전부에 대해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원심은 "남해화학의 생산계획에 따라 차질 없이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장비차량 정비와 석고장 관리업무를 통제할 필요성이 존재한다"며 "남해화학은 소속 근로자 산하 하청업체 근로자들을 두고 관리ㆍ감독 하에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고 구체적인 업무지시가 이루어졌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별다른 판단 없이 지난 14일 이 판결을 확정했다.
 
"정비ㆍ석고장도 불법파견"…2심서 판단 바뀐 이유는?
 
소송을 제기한 근로자들은 남해화학 사내하청업체 소속이다. 이들은 남해화학이 생산하는 비료를 포장하고 상차하는 제품팀과 장비를 관리하고 석고장 업무를 하는 장비팀으로 나뉜다. 하청업체는 몇 차례 변경됐지만 근로자들은 모두 고용 승계됐다.

이들은 남해화학이 불법으로 근로자들을 파견 사용하고 있다면서 소송을 냈다. 1심은 원고 45명 중 포장과 삽차 운전업무를 한 37명에 대해서만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그러나 2심은 정비와 석고장 근로자들도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면서 원고 전원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2심은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남해화학 근로자의 지시에 따라 일했다고 인정했다. 2심은 "정비원들의 주된 업무는 수리 업무로 장비차량정비소에 머무르며 남해화학 소속 근로자인 장비팀 담당자가 수리를 지시하면 그에 따라 수리를 마친 후 담당자에게 확인을 받았다"며 "수리 요청이 직접 오는 경우에는 현장에 출동해 남해화학이 제공한 작업지시서에 따라 작업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비원들은 여수공장 내 정비소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했지만 남해화학 측 필요에 따라 '업무도급 추가주문' 주문서를 작성해 사내하청업체에 전달하면 시간 외 근무나 휴일근무, 호출근무가 이루어졌다"며 "남해화학은 사내하청업체에 정비소와 작업장, 창고, 장비 등을 임대하고 수리용 자재를 지급했다"고 했다.

석고장 근로자에 대해서는 "이들은 남해화학 소속 근로자로부터 일일 작업 내용을 지시받고 피고 근로자들로부터 이루어지는 수시 지시에 따라 도급계약에서 정한 바대로 근무했다"며 "이들도 정비 근로자와 같이 남해화학 소속 장비팀 담당 근로자들의 지시를 받아 추가 근무를 했다"고 설명했다.

남해화학 조직 구조상 하청 근로자들이 원청 근로자 산하에 있었다는 점도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근거가 됐다.

2심은 "남해화학은 소속 근로자들이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을 지휘ㆍ감독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마련하고 해당 조직을 편재했다"며 "남해화학 소속 근로자들은 순환하면서 장비팀 업무 중 장비차량정비와 석고장 관리 업무를 지휘ㆍ감독했다"고 했다.

실제로 남해화학은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이 표준작업절차를 준수하지 않는 경우 출입자 안전교육과 특별안전교육 이수를 명령하거나 각서 작성, 일정 기간 출입 정지, 영구 출입 정지 등 처분을 내릴 수 있었다.

남해화학 근로자들은 일일작업지시서로 사내하청 근로자의 업무를 지정하거나 시간 외 근무 등이 필요할 때마다 누가 어떤 작업을 해야 할지 문자로 지정했다. 그때그때 필요한 업무가 있으면 구두나 문자로 개별적ㆍ구체적 지시를 내렸다.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는 남해화학 작업계획에 맞춰 인력 계획을 보고했다.

남해화학 근로자들은 근무자배치표에 서명하는 방식으로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근태를 확인했다. 남해화학은 작업별 배치 인원을 구체적으로 지정했고 하청업체 인력에 결원이 생기면 충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특히 석고장 관리 근로자는 야간이나 공휴일에 긴급 작업이 발생할 경우 남해화학 요청에 따라 4시간 이내에 작업에 착수해야 했다.

남해화학 측은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에게 직접 지시하지 않고 현장대리인을 통해 작업을 요청했다고 반박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심은 현장대리인을 통해 작업을 요청했더라도 이는 남해화학이 결정한 사항을 현장대리인이 전달한 것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현장대리인이 독자적인 권한을 가지고 지휘ㆍ감독을 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작업 장소가 남해화학 공장과 분리돼 있더라도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남해화학 사업에 편입돼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남해화학의 주된 업무는 비료 생산과 부산물 생산ㆍ판매로 석고장 관리 업무는 비료 생산에 필요한 인산을 만드는 과정의 부산물인 석고로 시멘트 원료인 중화석고를 만드는 절차"라고 했다.

또 "남해화학의 주된 업무를 위해서는 삽차, 크레인, 굴삭기, 지게차 등 각종 장비와 차량의 사용이 필수적으로 적시에 이를 수리해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주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사용되는 각종 장비와 차량들이 유효하게 기능하도록 작업하는 차량정비업무를 생산 공정과 기능적인 측면에서 분리할 수 없다"고 했다.
 
연구직부터 간접공정까지…남해화학 덮친 불법파견 리스크
 
이번 판결로 남해화학이 떠안은 불법파견 리스크는 더 무거워졌다. 앞서 대법원은 2015년 남해화학 여수공장 설비 점검 근로자 3명의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이들은 공장 컨베이어, 펌프, 엘리베이터, 쿨러 등 각종 기기를 점검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당시 이들과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정규직 근로자들도 존재했고 이들의 담당 업무는 남해화학 생산 공정과 밀접한 업무였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재료를 투입하고 포장하는 근로자, 차량을 정비하고 운전하는 근로자들까지 불법파견을 인정받았다.

여기에 더해 올해 초에는 남해화학에서 시료 분석업무를 담당하는 연구직 근로자들의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1심 판결이 선고됐고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간접 공정, 연구직까지 불법파견 리스크가 덮친 셈이다.

사내하청업체 근로자들은 2차 소송도 진행 중이다. 2차 소송에는 총 14명이 참여했고 1심이 진행 중이다. 3차 소송인단도 모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을 진행한 전국화학섬유식품노동조합 남해화학비정규직지회는 같은 달 19일 여수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 판결을 환영했다.

이들은 "2018년 10월 소장을 접수한 후 4년 7개월 만에 소송단 전원이 남해화학의 근로자라는 것이 확인됐고 그 후로 100여 일 만에 최종 선고가 나왔다"며 "우리가 남해화학의 노동자라는 것은 재론의 여지없이 너무도 명확한 사실이기에 대법원도 시간을 늦추지 않고 판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회는 "조합원들은 소송을 하는 과정에서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과 핍박, 탄압을 받았고 이는 현재도 진행 중"이라며 "그러나 이제 우리는 한순간에 해고되고 목숨 걸고 싸워 겨우 복직하는 사내하청 소속 노동자가 아니라 남해화학이 직접고용해야 할 의무가 있는 노동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출처: 2023년 09월 21일, 월간노동법률, 이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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