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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 기준 따른 게 파견 징표?...법원, 셀트리온 방역 근로자 불법파견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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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129회 작성일 23-10-1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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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에서 무균실 방역과 소독을 담당하는 근로자들의 불법파견이 인정됐다. 법원은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셀트리온이 작성한 표준작업지침서(SOP)대로 작업해야 했다며 셀트리온이 상당한 지휘ㆍ명령을 했다고 판단했다. SOP는 셀트리온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 기준에 맞추기 위해 셀트리온이 따라야 하는 지침이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제11민사부(재판장 김양희)는 셀트리온 하청업체 프리죤 근로자 두 명이 셀트리온을 상대로 낸 근로에 관한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지난달 21일 "하청 근로자들은 작업 내용, 순서, 방법 등에 관한 재량을 갖지 못한 채 SOP에서 정해놓은 내용, 순서, 방법 등에 구속돼 그에 따라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하청 근로자들은 프리죤에 고용된 후 셀트리온 공장에 파견돼 사실상 셀트리온으로부터 지휘ㆍ명령을 받으면서 셀트리온을 위해 근로를 제공했다"고 판결했다.
 
셀트리온은 청소, 미화, 시설관리, 보안관리, 차량 관리 등 업무를 프리죤에 맡기고 있다. 근로자들은 프리죤 소속으로 셀트리온 공장에서 야간클리닝 업무를 했다. 야간클리닝은 셀트리온 근로자들이 작업을 마치고 퇴근한 후 무균실의 벽과 천장, 바닥 등을 청소하고 소독하는 작업이다.
 
하청 근로자들은 셀트리온이 이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셀트리온과 프리죤이 형식상 도급 계약을 맺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근로자 파견 계약에 해당하고, 파견 사용 2년이 지 파견법에 따라 셀트리온의 근로자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셀트리온은 프리죤이 독자적으로 하청 근로자들을 채용하고 지휘ㆍ감독해 왔다면서 반박했다.
 
법원 "SOP, 통해 지시 이루어져...방역 업무는 생산과 연동돼"

그러나 법원은 근로자 측 손을 들었다. 주요 판단 근거가 된 것은 표준작업지침서인 SOP다. 재판부는 셀트리온이 SOP를 통해 하청 근로자에게 상당한 지휘ㆍ명령을 했다고 판단했다. SOP 자체가 구속력 있는 지시라고 인정한 것이다.
 
셀트리온은 FDA의 cGMP 인증을 받은 의약품을 제조한다. cGMP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SOP라고 불리는 표준작업지침서에 따라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근로자들이 담당한 세척ㆍ살균 업무도 마찬가지다. 근로자들이 담당한 업무는 공장 안 무균실 바닥, 천장, 벽을 청소하고 소독하는 것과 원료 용액 공급 설비 내ㆍ외부를 세척하는 것으로 SOP에 명시된 주기와 방법에 따라 이루어졌다.
 
재판부는 "근로자들의 업무는 일반적인 청소ㆍ미화 업무와는 달리 의약품 연구ㆍ생산에 필요한 무균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업무로서 GMP,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는 영역"이라며 "셀트리온이 작성한 SOP에서는 야간클리닝 작업에 사용되는 용액 종류와 용도, 비율, 절차, 작업 주기 등 업무 시 준수해야 할 구체적인 업무 내용과 절차, 수행 방식을 세세하게 지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셀트리온은 프리죤이 별도의 업무매뉴얼을 갖고 자신만의 노하우나 전문성을 갖고 작업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SOP와 셀트리온의 지시 내용을 단순 요약해 작성한 것으로 프리죤이 공식적으로 작성한 문서라고 보기 어렵다"며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프리죤이 전문성이나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체적으로 하청 근로자에게 작업을 지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셀트리온이 하청 근로자들에게 구체적으로 업무 지시를 했다고 봤다. 셀트리온은 프리죤 소장과 팀장 메일을 통해 업무를 요청했다. 이때 클리닝 수행 일자, 지역, 범위, 요청사항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셀트리온 직원들은 야간클리닝 작업을 감독한 후 메일로 시정을 요청하기도 했다.
 
셀트리온 측은 하청 근로자들이 야간에 업무를 수행해서 세세한 관리ㆍ감독이 이루어질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야간클리닝 업무는 벽, 바닥, 천장 소독 업무로 셀트리온 소속 근로자들이 수행하는 설비 소독 업무와는 구분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하청 근로자들의 업무는 셀트리온이 무균실에서 의약품을 생산하는 데 불가결하게 필요한 지원 업무로 의약품 생산과 연동돼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며 "이는 셀트리온 소속 근로자와 하청 근로자의 업무 범위가 서로 구분돼 있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셀트리온 근로자들이 퇴근한 후에 이루어져야 하는 야간클리닝 업무 특성상 하청 근로자의 업무시간, 휴게시간 등이 셀트리온 소속 근로자들과 동일하지 않았다"면서도 "그러나 프리죤이 셀트리온 생산 공정 흐름과 연동되는 범위를 벗어나 독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재량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프리죤, 방역 업무 전문성ㆍ독자성 없어"...지배구조도 판단 근거 됐다
 
재판부가 프리죤이 전문성이나 기술력을 갖추거나 독립적 기업 조직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한 점도 눈에 띈다. 프리죤은 2005년 셀트리온 자산관리회사로 설립됐고 2011년 현재 이름으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재판부는 "프리죤이 2005년 최초로 셀트리온과 용역도급계약을 체결할 당시 무균실 청소와 소독 업무에 관해서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을 갖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야간클리닝 근로자들이 작업 시 사용하는 의복, 장비, 용액 등은 모두 셀트리온이 제공한 것이고 소모품이 필요한 경우 셀트리온 직원에게 요청해 공급받았다"고 했다.

셀트리온이 프리죤의 지분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프리죤의 과거 대표이사 중 한 명은 셀트리온 소속 직원이었다가 프리죤 대표이사를 맡은 후 다시 셀트리온으로 돌아가기도 했다"며 "프리죤의 사무실이 있었던 곳은 셀트리온 관련 업체들이 함께 있었던 곳이고 셀트리온 복지재단은 프리죤 주식 22%를 보유한 3대 주주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리죤이 외견상 기업조직을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하청 근로자들이 프리죤 현장소장으로부터 독자적이고 자체적인 업무지시를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적어도 소송을 제기한 근로자들이 근무한 기간 야간클리닝 업무와 관련해서는 프리죤이 독립적인 기업조직이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을 두고 지침에 따라 공정이 진행되는 제약사의 특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SOP라는 지침 아래 협력업체가 세부적인 업무를 수행하면 원청은 그 결과를 평가하고 감독할 수밖에 없다"며 "사실 구체적인 지시서에 따라 작업하는 것은 건설업도 마찬가지인데 법원이 제약업이라는 이유로 이를 파견 요소로 본 것에는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출처: 2023년 10월 06일, 월간노동법률, 이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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