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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심도 “온라인 배송기사는 노조법상 근로자”…유통ㆍ운송업계 파장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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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61.♡.185.172)
댓글 0건 조회 46회 작성일 23-08-1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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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와 상품배송 위탁계약을 맺은 운송업체 소속 온라인 배송기사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심에 이어 2심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법원은 온라인 배송기사의 근로자성을 둘러싼 분쟁에서 잇따라 배송기사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유사한 형태로 배송기사를 두고 있는 유통ㆍ운송업계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17일 노동법률 취재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6-1행정부(재판장 황의동)는 지난달 12일 홈플러스와 배송위탁계약을 체결한 운송사 서진물류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교섭요구사실의 공고에 대한 재심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법원은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서진물류와 경제적ㆍ조직적 종속관계인 배송기사들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라며 배송기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운송사 "관계 전속적이지 않아…중노위 판정 위법"
 
서진물류는 대형마트 홈플러스와 배송위탁계약을 맺은 운송사로, 서진물류와 배송기사는 홈플러스 물품 운송업무에 관한 운송계약을 체결했다. 배송기사들은 홈플러스 물품 온라인으로 주문받은 홈플러스 상품을 고객에게 배송하는 일을 했다.
 
사건이 시작된 건 마트산업노동조합 온라인배송지회(지회)가 설립된 지난 2020년 5월이다. 지회는 그해 8월 서진물류에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을 위한 교섭을 요구했다. 교섭 요구를 받은 사용자는 그 사실을 사업장에 공고해야 하지만 회사는 지회의 교섭요구사실을 공고하지 않았다.
 
지회는 곧바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했고, 서울지노위는 지회 소속 배송기사들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지회의 시정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불복한 서진물류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 신청을 했지만, 중노위 역시 지노위와 같은 판정을 내려 서진물류의 재심 신청을 기각했다.
 
결국 사건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서진물류는 중노위를 상대로 교섭요구사실의 공고에 대한 재심결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회사는 자신들이 배송기사들의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정하거나 근무시간을 정하지 않았고, 배송기사와의 관계가 지속적ㆍ전속적이라고 볼 수 없다며 배송기사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했다. 따라서 배송기사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라는 전제하에 회사의 재심신청을 기각한 중노위의 판정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1심 '근로자성ㆍ노동3권 보장' 모두 인정
 
1심은 배송기사들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라는 이유로 회사의 재심신청을 기각한 재심판정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배송기사들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본 중노위 판정을 유지한 것이다.
 
법원은 ▲배송기사들의 소득 의존도가 어느 정도인지 ▲회사가 보수 등 운송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배송기사들이 회사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회사의 사업을 통해 시장에 접근하는지 ▲배송기사들과 회사의 관계가 지속적ㆍ전속적인지 ▲회사와 배송기사 사이에 지휘ㆍ감독이 존재하는지 ▲배송기사들의 임금 등 수입은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배송기사들의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 등을 살폈다.
 
먼저, 법원은 배송기사들의 소득이 주로 회사에 의존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배송기사들은 통상적으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주6일을 일했다. 법원은 이 같은 근무시간을 감안했을 때 배송기사들이 다른 직업에서 추가 소득을 얻는 것이 어렵다고 봤다.
 
보수 등 운송계약의 내용도 회사가 일방적으로 결정했다. 기본운송료, 유류보조금, 인센티브로 구성된 월 운송료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인 근무시간도 사실상 정해져 있었다. 배송기사들이 이 같은 운송계약 내용에 이의가 있어도 운송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것 외에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할 방법이 없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배송기사들이 회사에 제공하는 노무가 사업 수행에 필수적이라는 점, 배송기사들이 홈플러스의 온라인 주문 물품을 배송하려면 서진물류와 같은 운송사를 통해 시장에 접근해야 하는 점도 인정됐다. 법원은 배송기사들이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회사의 사업을 통해 시장에 접근했다고 판단했다.
 
배송기사들과 회사의 관계 역시 지속적ㆍ전속적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배송기사와 회사 사이의 운송계약상 자동갱신규정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같은 조건으로 2년씩 운송계약이 연장됐다"며 "상당할 정도로 지속적인 법률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배송차량 도색과 시안을 통일하도록 강제한 것을 두고도 상당히 전속적인 상태에서 업무를 수행했다고 봤다.
 
특히, 회사와 배송기사 사이에 지휘ㆍ감독이 있었다고 봤다. 회사는 배송기사가 업무내역을 상시 보고하는지, 배송차량을 적절히 관리하는지 등을 평가해 평가 점수가 90점 이하인 경우 1차 경고를 하고, 2차 계약 해지 수순을 밟았다. 배송기사는 배정된 물량을 배송시간대별로 나누어 받고, 정해진 경로대로 배달해야 했다. 이를 보고 법원은 회사가 구체적으로 지휘ㆍ감독을 했다고 판단했다.
 
배송기사는 회사에 노무를 제공하고 노무 제공의 대가로 임금을 받았다. 재판부는 "회사와 경제적ㆍ조직적 종속관계를 이루고 있는 배송기사들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배송기사의 노동3권 보장 필요성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배송기사의 소득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운송수수료는 홈플러스에서 배정하는 배송물량과 원고가 공제하는 수수료율에 의해 좌우되는바 배송기사들은 각종 사유로 인한 계약 해지의 위험에 노출돼 있어 집단적으로 단결함으로써 대등한 위치에서 교섭권을 보장받을 필요성이 있다"고 명시했다.
 
법원은 이를 종합해 배송기사들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최종 판단했다.
 
같은 판단 2심…대법 최종 판단 남아
 
2심도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회사는 배송기사가 제3자를 고용해 업무를 수행할 수 있고, 다른 업무를 겸직하는 데 제한이 없다며 회사와 배송기사들 사이의 관계가 전속적이지 않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배송기사는 배송차량을 홈플러스가 지정하는 디자인으로 도색하고 관련 로고 및 부착물을 사용해야 해 홈플러스 외 다른 운송업무에 사용하려면 제약이 있었을 것"이라며 "대체기사 투입에 드는 비용도 배송기사들이 부담해야 해 대체기사를 고용할 유인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과거 지입운송차주-운송사 간 차주 상생협의회(가) 구성 시도가 있었지만, 법원은 이것이 배송기사들의 교섭을 대체할 순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구성 시도가 있었다는 것만으로 배송기사들이 별도의 협의체에서 회사와 교섭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보기 부족하고, 상생협의회 구성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최종 결렬됐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배송기사들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배송기사들과 명시적ㆍ묵시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고, 업무조건, 운송료 등에 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거나 업무수행에 관한 지휘ㆍ감독을 한 사실도 없어 자신들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지위에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배송기사들의 업무조건, 운송료 등이 홈플러스가 정한 기준이라 회사가 그 내용을 결정할 여지가 크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으로 배송기사들과 계약을 체결한 것은 회사"라며 "회사와 배송기사들 사이에 지휘ㆍ감독관계가 존재하고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되는 한 노무제공계약의 형태는 무방하다"고 주장을 반박했다.
 
한편, 서진물류 측은 지난달 28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동일 사건서 또 배송기사에 손들어 준 법원
 
법원은 온라인 배송기사의 근로자성을 둘러싼 분쟁에서 잇따라 배송기사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서진물류의 경우 이번 사건 외에도 근로자성을 다투는 사건이 하나 더 있다. 지난해 서울행정법원은 이수암 온라인배송지회 지회장이 노조 활동 과정에서 운송계약을 위반하고 방송촬영을 해 고객 민원이 발생했다며 서진물류로부터 계약 해지된 사건에서 온라인 배송기사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서진물류의 운송계약 해지가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법원은 이번 사건 법원의 판단과 마찬가지로 이수암 지회장의 기본운송료와 인센티브 등을 사실상 회사가 정하고 근무시간 등을 감안했을 때 겸업이 어려워 운송업무에 소득 의존도가 높다고 판단했다.
 
서진물류처럼 홈플러스와 배송위탁계약을 맺은 유진로지스틱스에서도 같은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서울행정법원은 유진로지스틱스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교섭요구사실의 공고에 대한 재심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유진로지스틱스는 지회의 단체교섭 요구에도 교섭요구사실을 공고하지 않았는데, 이 사건 역시 지노위와 중노위를 거쳐 법원으로 넘어갔다. 법원은 온라인 배송기사가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유진로지스틱스 항소심은 오는 8월 30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지회는 배송기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잇따른 판결에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이수암 지회장은 "노조 입장에선 상당한 성과이자 큰 힘으로 이번 판결로 온라인 배송기사의 권리가 한 단계 더 올라섰다고 평가된다"라며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나면 노동자성을 완전히 인정받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를 긍정적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대법원 판결에서까지 근로자성을 인정받게 되면 교섭을 통해 높은 노동 강도를 개선하고 대형마트 의무휴업 지키기, 운송료 현실화 및 운송료 적정기준 마련, 표준계약서 마련 및 작성 등을 이뤄 나갈 것"이라며 "우리들의 권익과 인권을 존중받는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출처: 2023년 08월 17일, 월간노동법률, 이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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