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년 미만 기간제 수당 차별은 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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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노동자가 근로계약 기간이 1년 미만이라는 이유로 무기계약직과 달리 처우개선수당을 지급받지 못했다면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기간제만이 근로계약기간이 1년 미만이라는 ‘속성’을 가지므로 기간제를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라는 취지다. 차별적 처우 판단 요건인 ‘인과관계’에 관한 기준이 구체적으로 제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학교 기간제, 1년 미만 근무로 수당 제외
3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서울시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차별시정 재심판정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지난달 29일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서울시의 한 고등학교는 2016년 2월 행정실 무기계약직 직원 B씨가 출산휴가로 90일간 자리를 비우자 교육공무직 대체근로자로 A씨를 채용했다. A씨는 2016년 2월15일부터 그해 5월14일까지 일급제로 계약했다. 이후 B씨가 같은해 6월2일부터 1년간 육아휴직을 신청하자 A씨와 학교는 계약기간을 2017년 6월1일까지 연장했다. 학교는 근로계약 종료일(5월15일)부터 B씨의 육아휴직 시작일(6월1일)까지는 ‘일급제’로, 육아휴직 기간에 대해선 ‘월급제’로 근로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보수규정이 문제가 됐다. 교육청이 각 학교에 하달한 ‘2016 교육공무직원 처우개선수당 업무지침’에는 “근로계약 기간이 1년 미만 및 기준일 이전 계속근로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는 처우개선수당 지급에서 제외하도록 정했다. ‘처우개선수당’에는 정기근무가산금·교통보조비·가족수당·자녀학비보조수당 등이 포함됐다. 지침은 2016년 3월1일부터 적용됐다.
기간제 ‘이유’ 차별 여부 쟁점, 1·2심 차별 부인
A씨는 과거 다른 학교에서 무기계약직으로 20년 넘게 일하다 정년퇴직한 이후 기간제로 다시 근무하면서 2016년 6월~11월까지는 수당을 받았다. 하지만 회계감사에서 지급대상이 아니라고 지적받자 학교는 이미 지급한 수당을 환수했다. 지침 적용기준일(2016년 3월1일) 당시 A씨의 근무기간이 1년 미만이라는 것이다. A씨는 1년이 지난 2017년 3월부터 B씨의 육아휴직 기간이 끝나는 그해 6월까지 수당을 받았다. 3개월치 수당만 인정된 셈이다.
퇴직금에도 처우개선수당이 반영되지 않았다. 그러자 A씨는 “전임자 B씨와 동종 또는 유사업무를 했는데도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연장근로수당과 퇴직금도 적게 지급됐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차별적 처우’ 시정신청을 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8조1항은 ①기간제 근로자를 이유로 ②동종·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무기계약직에 비해 ③차별적 처우를 금지하고 있다.
지노위는 A씨 청구를 기각했지만, 중노위는 뒤집었다. 중노위는 “무기계약직은 입사 첫 달부터 수당을 지급받았지만, A씨는 2016년 3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수당을 받지 않았다”며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서울시는 소송을 이어 갔다. 1·2심은 서울시 손을 들어줬다. A씨가 ‘1년 미만의 단기 근로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오직 기간제만으로 생긴 차별이 아니란 것이다. 재판부는 처우개선수당은 ‘근무기간이 1년 이상인 근로자’는 무기계약직·기간제를 구분하지 않고 적용된다며 차별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처우개선수당은 장기근속에 따른 혜택이라는 것이다.
대법원 “무기계약직과 달리 ‘기간제’만 차별”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구체적인 법리를 제시했다. 대법원은 “기간제법의 입법 취지 등을 볼 때, 불리한 처우가 무기계약직과 비교해 기간제 근로자만이 가질 수 있는 속성을 원인으로 하는 경우 ‘기간제 근로자임을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A씨의 경우 1년 미만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한 ‘기간제’이므로 근무기간이 1년 미만이라도 ‘근로계약기간’이 1년 이상인 무기계약직보다 불리한 처우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는 일부 기간제만이 불리한 처우를 받더라도 다르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은 “무기계약직과 달리 기간제 근로자만이 ‘근로계약 기간이 1년 미만’이라는 속성을 가질 수 있으므로, 기간제 중 일부 근로계약 기간이 1년 미만인 사람만이 처우개선수당을 받지 못하더라도 이는 ‘기간제 근로자임을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장기근무가산금은 무기계약직이라도 근무기간이 1년 미만이면 받지 못할 수도 있어 차별적 처우 해당 여부는 파기환송심에서 심리하라고 주문했다.
법조계는 기간제를 ‘이유로’ 한 차별에 관한 법리가 구체화됐다고 평가했다. 그동안은 차별적 처우 판단요건 중 ‘업무의 유사성’ ‘합리적 이유’ 등이 다퉈져 ‘인과관계’에 대한 법리 다툼은 거의 없었다. 조연민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차별이 기간제 근로자만이 갖는 속성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를 중점으로 판단한 판결”이라며 “일부 기간제만 차별받았더라도 기간제를 ‘이유로’ 한 차별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본 점에서 기간제법상 차별시정에 관한 법리를 구체화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 : 2023년 07월 04일, 매일노동뉴스, 홍준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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